[이원재의 5분 경영학]
쿠폰을 쓰는 소비자와 안 쓰는 소비자,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와 무딘 소비자
현대차가 수출용과 내수용 차 가격을 달리 하는 것도 민감도에 따른 시장 세분화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우편함에 피자집 쿠폰이 날아들었다. 피자를 시키고 이 쿠폰을 주면 20% 할인해준단다. 일련번호로 보이는 숫자까지 붙어 있는 그 쿠폰을 들고, 기뻐하며 곧장 피자를 주문했다. 약속대로 20% 할인된 가격을 치르고 피자를 받아들었는데, 아뿔싸, 피자 상자에 똑같은 쿠폰이 또 붙어 있다. 다시 한 번 시키면 또 20% 할인이다. 그냥 모든 피자를 20%씩 깎아 팔면 될 것이지, 쓰레기를 늘리고 아마존 밀림을 훼손하며 더 중요하게는 비싼 컬러 인쇄비까지 물어야 하는 이런 할인권을 왜 만들었을까?
내수용 차가 왜 비싼가 쿠폰을 쓰는 것은 피자집만이 아니다. 커피전문점이나 햄버거집에서는 “도장 10개 받으면 메뉴 하나 공짜로 드려요”라며 나눠주는 쿠폰을 받지 않으면 왠지 심심할 지경이 됐다. 주유소나 할인점에서 몇천 점 모으면 돈으로 돌려준다며 채워주는 적립 포인트도 일종의 쿠폰이다. 온라인 쇼핑을 한다면 그 다양한 쿠폰의 섬세함이 놀라울 정도다. 사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쿠폰뿐 아니라 메일인 리베이트(Mail-in rebate)라는 형태의 쿠폰 발행이 오래전부터 유통업체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여겨졌다. 웬만한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가면, 10달러짜리 제품에 ‘리베이트 3달러 빼면 7달러’라는 식의 가격표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단 10달러를 주고 물건을 산 뒤, 물건에 붙어 있는 쿠폰을 우편으로 제조사에 보내면 3달러를 되돌려준다는 뜻이다. 쿠폰 발행의 이면에는 기업의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라는 경영전략이 숨어 있다. 쿠폰이나 리베이트를 통해 소비자 계층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쿠폰으로 소비자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오직 가격 민감형 소비자(price-sensitive consumer)들만이 실제로 쿠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격에 덜 민감한(price-insensitive) 소비자들은 할인 쿠폰을 보관하지 않거나, 귀찮아서 리베이트 우편을 보내지 않는다. 세상은 두 가지 계층으로 세분화된다. 할인 쿠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즉 가격에 민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소비자 계층이 나눠지면 계층별로 각각 다른 가격을 매기는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만으로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세분화 전략은 경영자에게 매력적인 전략이다. 2만원짜리 피자를 20% 할인된 1만6천원에 사먹을 가격 민감형 소비자는 2만원짜리 피자는 먹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이니 말이다. 잃어버릴 뻔한 그 소비자를 찾아주는 게 시장 세분화 전략이다.
반면 쿠폰을 잃어버리고 여전히 2만원에 피자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들은 시간의 기회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기껏해야 푼돈이나 벌 수 있는 쿠폰 수집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쿠폰을 발행하는 대신 가격을 일률적으로 1만6천원으로 내렸더라면 이들조차도 4천원씩 덜 내고 피자를 사먹었을 것이다. 쿠폰을 발행하면서, 피자집은 이 계층에서 피자 한 판당 4천원씩을 더 번 것이다.
1984년 착라바티 나라시먼 당시 시카고대 교수는 ‘쿠폰의 가격 차별 이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쿠폰 사용 소비자와 비사용 소비자 사이의 가격 민감도 차이를 실증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로 쿠폰 사용자의 가격 민감도는 쿠폰 비사용자에 비해 품목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크게는 2.5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세분화 전략은 다양한 업종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수출용 자동차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내수용 자동차가 수출용 자동차보다 비싸다는 논란이 인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현대차의 시장 세분화 전략 때문에 빚어진 오해다. 그랜저를 예로 들면, 내수용 차는 2852만원인데 미 수출용(수출명 아제라)은 2433만원(1달러당 1천원 가정)으로 내수용보다 싸다.
그러나 수출용과 내수용에는 옵션 차이가 있다. 수출용에 내수용만큼의 옵션을 장착하면 2873만원으로 오히려 조금 더 비싸진다는 게 현대차 쪽의 설명이다.
소비자도 똑똑해야 하는 세상
현대차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시장 세분화를 통한 가격 차별 전략이다. 소비층이 두터운 미국 시장에서는 그랜저 구입자 중에도 가격 민감형 소비자군이 있다고 보고, 시장 세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옵션 미장착 차량은 가격 민감형 그랜저 소비자에게, 옵션 장착 차량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팔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내에서 그랜저 소비층이라면 대부분 가격에 덜 민감한 부유층 소비자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단일 시장으로 간주하고 여러 종류의 기본 옵션을 한꺼번에 장착해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팔겠다는 전략이다.
쿠폰의 경제학에 시장 세분화에, 하여간 물건 사는 일도 점점 더 복잡해진다. 똑똑하고 노력하는 소비자는 돈도 아낄 수 있고 지적 유희도 즐길 수 있으니 즐겁지만, 그 계산이 귀찮은 소비자는 괴롭다. 세상은 다시 한 번,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뉘어진다.
이주의 용어
시장 세분화 market segmentation
가격 민감형 소비자 price-sensitive consumer
현대차가 수출용과 내수용 차 가격을 달리 하는 것도 민감도에 따른 시장 세분화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우편함에 피자집 쿠폰이 날아들었다. 피자를 시키고 이 쿠폰을 주면 20% 할인해준단다. 일련번호로 보이는 숫자까지 붙어 있는 그 쿠폰을 들고, 기뻐하며 곧장 피자를 주문했다. 약속대로 20% 할인된 가격을 치르고 피자를 받아들었는데, 아뿔싸, 피자 상자에 똑같은 쿠폰이 또 붙어 있다. 다시 한 번 시키면 또 20% 할인이다. 그냥 모든 피자를 20%씩 깎아 팔면 될 것이지, 쓰레기를 늘리고 아마존 밀림을 훼손하며 더 중요하게는 비싼 컬러 인쇄비까지 물어야 하는 이런 할인권을 왜 만들었을까?
내수용 차가 왜 비싼가 쿠폰을 쓰는 것은 피자집만이 아니다. 커피전문점이나 햄버거집에서는 “도장 10개 받으면 메뉴 하나 공짜로 드려요”라며 나눠주는 쿠폰을 받지 않으면 왠지 심심할 지경이 됐다. 주유소나 할인점에서 몇천 점 모으면 돈으로 돌려준다며 채워주는 적립 포인트도 일종의 쿠폰이다. 온라인 쇼핑을 한다면 그 다양한 쿠폰의 섬세함이 놀라울 정도다. 사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쿠폰뿐 아니라 메일인 리베이트(Mail-in rebate)라는 형태의 쿠폰 발행이 오래전부터 유통업체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여겨졌다. 웬만한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가면, 10달러짜리 제품에 ‘리베이트 3달러 빼면 7달러’라는 식의 가격표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단 10달러를 주고 물건을 산 뒤, 물건에 붙어 있는 쿠폰을 우편으로 제조사에 보내면 3달러를 되돌려준다는 뜻이다. 쿠폰 발행의 이면에는 기업의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라는 경영전략이 숨어 있다. 쿠폰이나 리베이트를 통해 소비자 계층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쿠폰으로 소비자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오직 가격 민감형 소비자(price-sensitive consumer)들만이 실제로 쿠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격에 덜 민감한(price-insensitive) 소비자들은 할인 쿠폰을 보관하지 않거나, 귀찮아서 리베이트 우편을 보내지 않는다. 세상은 두 가지 계층으로 세분화된다. 할인 쿠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즉 가격에 민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현대차의 내수용 자동차가 수출용 자동차보다 비싸다는 논란은 시장 세분화 전략 때문에 빚어진 오해다.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자동차들. (사진/ 연합)
가격 민감형 소비자 price-sensitive consum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