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2배 인상·연말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국민은행 노사
사상 초유의 수익 내는 은행들이 비정규직을 소외시켜온 관행을 바꾸고 있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은행권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말이면 옆에서 벌어지는 ‘돈잔치’를 쳐다만 봐야 했다. 시중은행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면서 정규직은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챙기는 반면 비정규직은 차별 속에서 한숨만 깊어갔다. 그러나 국민은행 비정규직 노동자 8천여 명(창구 텔러 3500여 명·콜센터 1500여 명 등)의 올 연말은 예년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 지난 12월12일 국민은행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정규직 임금은 총액 기준 3.8% 인상, 비정규직은 두 배인 7.6% 인상’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교섭테이블의 물병이 날아다닌 진통
이에 앞서 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와 우리은행지부도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역시 비정규직 임금의 인상률을 정규직의 두 배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지부의 합의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임금 인상을 2005년 1월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한 반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는 소급 적용이 빠져 있다. 이번 임단협에서 국민은행 노사는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시간외 수당을 3시간씩 늘리기로 했다. 종전에는 한 달 시간외 수당이 정규직은 9시간, 계약직은 6시간이었는데 각각 3시간씩 더 늘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이 1.1%씩 더 오르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국민은행 비정규직 임금은 8.7% 오르는 셈이 된다. 국민은행 노사는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올해 보로금(연말 특별성과급)으로 급여의 25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연말 특별 시간외 근무수당(20시간분의 급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받는다.
물론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정규직 대비 두 배로 높이고, 연말 성과급을 비정규직에게도 동일하게 지급하자는 노조 쪽 요구가 순순히 수용된 것은 아니다. 노조가 비정규직 임금인상안을 제출하자 은행 쪽은 “조합원도 아닌 비정규직 임금을 왜 노조가 안건으로 내놓느냐? 논의할 수 없다”고 버텼다. 노조 쪽은 “무슨 소리냐? 이미 산별 금융노조의 올해 중앙교섭에서 비정규직 임금을 두 배 인상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맞섰고, 이 과정에서 교섭 테이블에 있던 책이 날아가고 물병을 집어던지는 험악한 사태도 일어났다.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두 배, 동일한 보로금 지급’에 노사가 합의하기까지는 10차례나 교섭을 거쳐야 했다. 국민은행지부 최갑식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을 채용해 교육하고 전문화해놓으면 다른 은행으로 가버리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임금을 시중은행 최고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노조가 회사 쪽을 끝까지 설득했고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여성 비정규직 백화점’의 변화
은행은 ‘여성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대폭 급증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30% 안팎인데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이 35.9%로 가장 높고, 국민은행 정규직은 월평균 590만원, 비정규직은 16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민은행 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점도 은행이 노조 쪽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올해부터 명절 때 비정규직에게 50만원씩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명절에 정규직에게는 급여의 100%씩 보너스를 줘도 비정규직한테는 10만원, 20만원만 주고, 연말 성과급도 정규직에게는 200∼300%씩 주는데 비정규직은 배제하거나 50%만 지급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임단협 결과는 꽤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권혜영 위원장은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고임금 부담은 정규직이지 계약직이 아니다”며 “비정규직 차별을 줄이려는 국민은행지부의 이번 성과가 의미 있는 것임이 틀림없지만, 은행들이 사상 초유의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비정규직은 배분에서 소외돼온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수익 내는 은행들이 비정규직을 소외시켜온 관행을 바꾸고 있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은행권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말이면 옆에서 벌어지는 ‘돈잔치’를 쳐다만 봐야 했다. 시중은행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면서 정규직은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챙기는 반면 비정규직은 차별 속에서 한숨만 깊어갔다. 그러나 국민은행 비정규직 노동자 8천여 명(창구 텔러 3500여 명·콜센터 1500여 명 등)의 올 연말은 예년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 지난 12월12일 국민은행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정규직 임금은 총액 기준 3.8% 인상, 비정규직은 두 배인 7.6% 인상’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교섭테이블의 물병이 날아다닌 진통
이에 앞서 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와 우리은행지부도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역시 비정규직 임금의 인상률을 정규직의 두 배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지부의 합의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임금 인상을 2005년 1월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한 반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는 소급 적용이 빠져 있다. 이번 임단협에서 국민은행 노사는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시간외 수당을 3시간씩 늘리기로 했다. 종전에는 한 달 시간외 수당이 정규직은 9시간, 계약직은 6시간이었는데 각각 3시간씩 더 늘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이 1.1%씩 더 오르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국민은행 비정규직 임금은 8.7% 오르는 셈이 된다. 국민은행 노사는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올해 보로금(연말 특별성과급)으로 급여의 25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연말 특별 시간외 근무수당(20시간분의 급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받는다.

은행권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임금차별 축소에 나섰다. 2004년 금융노조의 산별협약 타결 장면. (사진/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