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경제지표 비교했을 때 강남 아파트값은 거품이라는 분석 지배적
어느 정도인지 의견은 분분하나 한순간에 돌연 터질 위험은 높아져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자본은 위험을 피하는 겁쟁이다. 그러나 상당한 이윤만 있다면 자본은 과감해진다. 10%의 이윤이 보장되면 자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된다. 20%라면 자본은 활기를 띠며 50%라면 대담무쌍해지고 100%라면 인간의 법을 모두 유린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300%라면 단두대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범하지 않을 범죄가 없다.”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에 떠도는 투기 세력의 돈은 아파트값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경보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보장된다는 ‘기대’를 갖고 대담무쌍하게 활개치고 있다. 이런 돈은 “아파트값에 거품이 형성돼 있고, 거품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라는 정부 당국과 시장 일각의 경고를 믿으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 오를 만한 내재가치(펀터멘털)를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폭탄 돌리기, 마지막 사람이 패배한다
전국 또는 서울, 그리고 강남 아파트값에 거품이 잔뜩 낀 것인지, 급격한 거품 파열이 곧 올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아파트값은 과연 거품인가? 자산가격 거품은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 즉 자산의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동산 거품과 내재가치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거품은 꺼진 뒤에야 ‘아, 거품이었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다. 거품이 발생한 시점에서는 거품이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를 거품이라고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또 꺼지기 직전까지도 거품이 형성된다. 하지만 적어도 강남권과 분당·용인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에는 현재 상당한 수준의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품 신호는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과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비교 △주택가격 상승률과 가계소득 증가율(구매력) 비교 △주택가격과 주택 임대수입 비교 등을 통해 판단해볼 수 있다. 주택의 내재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지표들과 견줘 거품 여부와 정도를 따지는 것이다. 우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란 두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1983∼2003년까지 20여년간 경제성장률(182.3%)과 아파트값 상승률(197.6%)은 비슷했다. 그러나 2000∼2003년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은 54.4%였던 반면, 경제성장률은 19.9%, 도시근로자 가계소득 상승률은 32.1%,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2%였다. 이에 따르면 아파트값에 20∼30% 정도 버블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토연구원 손경환 주택연구실장에 따르면, 강남지역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 5년간 9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5.1배에 달한다. 손 실장은 “2005년 5월 현재 전국 아파트의 P/E(주택가격/연간임대수입) 비율은 약 24 수준이고 장기평균치(16.5)를 크게 웃돌아 1980년대 중반 이후 사상 최고치인데, 그러나 저금리를 감안해 시장금리와 비교해보면 ‘전국적으로는’ 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강남·강동·서초·송파구) 아파트만 놓고 보면 P/E 비율이 29.9에 달한다. 손 실장은 “강남권은 적정한 가치를 웃도는 거품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지역 아파트의 P/E 추세가 소득 증가 추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오르고 있고, 이는 투기적 요인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품이 형성될 경우 추가 상승 기대감이 작용해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폭탄 돌리기’가 되어 마지막에 들어간 사람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거품 파열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줘서 부동산 투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량한 사람들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매맷값과 전셋값 상승률 차이 34배
매맷값과 전셋값 비율 측면에서 봐도 강남·분당·용인·과천 아파트는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1987년부터 지난 6월까지 매맷값과 전셋값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2∼2005년 6월 강남지역의 매맷값 상승률과 전셋값 상승률은 34배나 차이가 났다. 강남지역은 2001년까지는 전셋값 상승률이 매맷값 상승률을 앞질렀으나 2002년부터는 매맷값 상승률이 전셋값 상승률을 역전해,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매맷값 상승률은 54.6%인 반면 전셋값 상승율은 1.6%에 그쳤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2001년 59.8%에서 지난 6월 42.2%로 떨어졌다. 건교부쪽은 “집값이 주거 서비스가 제공하는 사용가치를 반영한다면 전셋값과 매맷값이 같이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면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강남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계속 받쳐줘서 급등한 집값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길가의 돌멩이가 자기실현적 투기 기대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과 흡사한 ‘머니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김정호 교수 역시 “서울의 가구 소득 대비 평균 주택가격은 11배로 선진국의 3∼4배 수준”이라며 거품을 경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과 견줘볼 때 강남 주택가격에서 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2002년에 이미 66∼81%에 달했다. 서울의 주택가격 거품은 같은 기간에 56∼75%였다. 또 월 임대수입 및 금리 등과 비교해볼 때 2002년 1분기에 강남구 주택은 23%, 서초구는 17%, 송파구는 29%의 거품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방식으로 따져봤을 때는 2003년에 강남구는 13.2%, 서초구는 9%, 송파구는 14.6%의 거품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버블의 크기는 어떤 접근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떤 접근 방식이 적절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강남지역 아파트에 버블이 형성돼 있다는 신호는 의심할 바 없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아파트 구입 후 기대임대수익과 기대경제성장률을 고려해 적정 아파트 가격을 구한 뒤 실제 가격과 비교해본 결과, 서울의 아파트값에는 지난해 말 현재 20% 정도의 거품이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래 임대수익 대비 주택가격 비율로 따져본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1986∼2004년의 평균치에 비해 44.7%의 거품이 끼어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권혁부 책임연구원은 “강남 아파트는 1인당 소득에 비해 아파트값이 훨씬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한강 이남 13개구의 아파트값은 명목가격으로 보면 현재 35%가량 거품이 형성돼 있으며, 강남·서초·송파구만 보면 50% 가량 거품이 끼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년간의 전국 주택가격 및 서울 아파트 매맷값 지수를 갖고 장기 평균추세를 도출한 뒤 최근 가격과 비교해본 결과, 서울지역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가격 상승이 장기 물가 상승 추세에도 못 미치고 있어 전반적인 거품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임대수입에 대한 주택가격의 비율이 과거 평균보다 훨씬 높아 매우 큰 거품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금리가 30∼40%가량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품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하지만 강남지역 3개구 아파트값은 교육 등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적정한 수준에 비해 10∼15%가량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 평균추세 보면 심각한 수준 아니다?
일부에서는 집값이 폭등했던 1991년과 비교할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서울의 아파트 실질가격이 지난 5월 현재 135.6으로 1991년 최고점(152.4)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강남지역 실질 아파트 가격도 161.0으로 1991년(153.9)과 견줘보면 6%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강남지역 명목 아파트값은 1981년(100), 1991년(208.9)에 비해 5월 현재 397.3으로 대폭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의 주택가격을 월세지수로 나눈 비율은 지난 5월 170.7로, 1986∼2004년의 평균(100) 및 1991년(134.2)보다 훨씬 높아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거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또 당장은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순간에 돌연 터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거품’이다.
어느 정도인지 의견은 분분하나 한순간에 돌연 터질 위험은 높아져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자본은 위험을 피하는 겁쟁이다. 그러나 상당한 이윤만 있다면 자본은 과감해진다. 10%의 이윤이 보장되면 자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된다. 20%라면 자본은 활기를 띠며 50%라면 대담무쌍해지고 100%라면 인간의 법을 모두 유린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300%라면 단두대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범하지 않을 범죄가 없다.”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에 떠도는 투기 세력의 돈은 아파트값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경보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보장된다는 ‘기대’를 갖고 대담무쌍하게 활개치고 있다. 이런 돈은 “아파트값에 거품이 형성돼 있고, 거품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라는 정부 당국과 시장 일각의 경고를 믿으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 오를 만한 내재가치(펀터멘털)를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폭탄 돌리기, 마지막 사람이 패배한다
전국 또는 서울, 그리고 강남 아파트값에 거품이 잔뜩 낀 것인지, 급격한 거품 파열이 곧 올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아파트값은 과연 거품인가? 자산가격 거품은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 즉 자산의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동산 거품과 내재가치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거품은 꺼진 뒤에야 ‘아, 거품이었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다. 거품이 발생한 시점에서는 거품이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를 거품이라고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또 꺼지기 직전까지도 거품이 형성된다. 하지만 적어도 강남권과 분당·용인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에는 현재 상당한 수준의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품 신호는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과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비교 △주택가격 상승률과 가계소득 증가율(구매력) 비교 △주택가격과 주택 임대수입 비교 등을 통해 판단해볼 수 있다. 주택의 내재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지표들과 견줘 거품 여부와 정도를 따지는 것이다. 우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란 두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1983∼2003년까지 20여년간 경제성장률(182.3%)과 아파트값 상승률(197.6%)은 비슷했다. 그러나 2000∼2003년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은 54.4%였던 반면, 경제성장률은 19.9%, 도시근로자 가계소득 상승률은 32.1%,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2%였다. 이에 따르면 아파트값에 20∼30% 정도 버블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파트값 거품은 맹목적인 자기실현적 기대심리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6월1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분양권 추첨. (사진/ 연합)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고 숱한 패배자를 양산한다. 분당의 아파트 단지. (사진/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