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하향안정세 지속될 전망… 그래도 구입하려거든 6월 이후에 판단  
   
 지난 한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특징은 전세값 폭등과 월세 증가 현상이 꼽힌다. 외환위기 당시 35%가량 폭락했던 아파트 전세값은 99년 30% 가량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5% 이상 올라 집없는 서민들은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가격 상승뿐 아니라 전세매물 부족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월세전환 압박이 거셌다. 
  이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더욱 간절히 하는 촉진제로 작용했다. 더욱이 전세값 상승과 달리 집값은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의 90%를 약간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꿈’의 실현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당분간 집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아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운 형국이었다. 더욱이 서민들로선 은행 융자라는 부담을 안고 집을 사야 하는 처지여서 주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새해에는 어떨까. 지난해 같은 침체가 이어질까. 집은 사야 할 것인가, 더 기다려야 할 것인가. 적잖이 고민스런 대목이다. 칼로 자르듯이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전망에서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다. 새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외부 변수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이 꼽힌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느냐 여부에 따라 전체 경기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영향도 클 것이란 지적이다. 
   
  구조조정 성공 효과 미미… 리츠 상품도 변수 
 
    
    건설산업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둘 경우 전세값 상승이 매매값도 동반상승시켜 1.0% 안팎의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구조조정 실패 때는 주택구매력 감소로 중대형 위주의 매매값 하락이 길게 이어지면서 전체 매매값은 0.5% 정도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세시장은 6%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구조조정 성공 여부를 가를 잣대도 명확한 건 아니지만 애초 정부의 목표보다 적지 않게 시일이 늦춰지는 등 순탄치 않다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구조조정’과 함께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도 새해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종합과세 부활에 따라 5억원 이상 고액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인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백성준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고액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자금확보를 위한 자산처분 매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는 보험사의 일시납 상품 등 고액자금이 매력을 느낄 만한 금융상품이 많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새해 7월께 부동산투자회사(RETs.리츠)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끼칠 요소로 거론된다. 이는 부동산 개발과 투자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다. 
  리츠는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개발사업 등에 투자한 뒤 수익이 생기면 투자지분만큼 이익을 배당하는 금융상품으로 ‘부동산 뮤추얼펀드’로 부르기도 한다. 소액투자자들도 토지, 주택,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이 이미 판매중인 부동산 금전신탁도 넓은 의미의 리츠에 포함되기도 하나, 전문회사가 운용하는 진정한 리츠와는 다른 점이 많다. 은행들의 리츠 상품은 오히려 신탁대출 성격이 강하다. 건설교통부 추정에 따르면 리츠상품의 시장규모가 20조∼30조원에 달해 부동산 시장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리츠법이 시행되면 사업성이 유망한 상업용 건축물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 상업용 토지의 거래와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보아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은 하향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물경기 위축 및 기업투자 감소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분석 자료에서 전국의 집값을 주도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매매값과 전세값 상승률이 각각 2.8%, 5.4%로 상승폭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오름세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내림세다. 지난해 침체를 면치 못했던 토지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의 침체 분위기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정부와 민주당이 새해 상반기 중 경기도 화성에 새 도시 건설을 추진키로 한 데 따른 기대감이 일부 있지만, 수도권 외곽인데다 침체에 빠진 건설업체들을 위한 조처일 뿐 부동산 시장 전체에 대한 효과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미분양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걱정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일반 서민들은 어떤 투자 자세를 가져야 할까.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도 주택매입을 권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지금이 집 사기에 적기라는 시각도 있긴 하나, 융자부담까지 져가면서까지 살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조흥은행 주택금융부의 김용재 대리는 “전세값 상승이 예상되는 점 때문에 지금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융자를 얻어다써야 할 서민들로선 무리해서 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리금 상환은 월소득의 30%에 맞춰야 
 
  
  이런 권유에도 불구하고 서민들로선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주택을 ‘소유나 투자’의 대상으로보다는 ‘주거’의 대상으로 보는 처지에선 앞으로 값 하락을 예상하고라도 고달픈 셋방살이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전세값이 폭등했던 악몽이 생생하지 않은가.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연구원은 “그럼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새해 6월까지는 일단 기다려보는 자세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했다. 전세값은 오른다 하더라도 나중에 결국 돌려받는 자금인 반면, 융자를 낀 주택매입 자금은 집값 하락에 따라 잠기는 비용이 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백 연구원은 “지난해의 경우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이 주류를 이뤄 큰 평수의 미분양이 많았던 데 따라 새해엔 건설업체들이 소형 주택을 많이 지을 계획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집을 사고 싶다면 금융비용을 최대한 고려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융자를 끼고라도 굳이 집을 사고 싶다면 매달 원리금 상환 부담을 대략 월소득의 30% 안쪽으로 맞추어야 한다는 권고이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사진/금융권의 자산처분 매물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 고액자금이 대거 유입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일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서정민 기자)

사진/“전세값은 올라도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분양신청도 100m이상 줄이 이어지는 모습은 흔치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