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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돈이된 아이디어] 전통과 과학의 만남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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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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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휴대전화 단말기처럼 꼭 첨단기술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전통과 과학을 접목한 아이디어 제품도 얼마든지 빅히트 상품 대열에 끼어들 수 있다. 엔유씨(NUC)전자(대표 김종부)의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첫 출시된 2001년 매출액 60억원에서 2003년 133억, 2004년 265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145만대가 팔렸다.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웰빙 바람을 타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요구르트·청국장 겸용 제조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발효기술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종부 사장은 오래전부터 전통음식에 관심을 갖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발효과학을 캐고 있었다. 그러던 중 8년 전, 청국장 제조기를 만드는 연구에 돌입했다. 도시형 가정에서 냄새 없이 간단하게 건강식 청국장을 만들어 먹을 방법이 뭐 없을까? 요구르트 제조기는 당시에도 이미 있었다. 오랜 연구 끝에 청국장 제조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통의 청국장 맛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수차례의 실험에도 전통의 옛맛을 재현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고, 김 사장은 1년 반 동안 전국의 유명 청국장 전문식당을 수소문해 돌아다녔다. “제맛이 안 났다. 전국의 맛있다는 청국장 집은 다 가봤다. 청국장 제조기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청국장 집마다 ‘가마솥에 하는 게 청국장인데 무슨 제조기냐, 그게 무슨 청국장이냐’고 말하더라.”


물론 어느 청국장 집도 비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청국장을 잘한다는 밥집들의 ‘공통 조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청국장에 들어 있는 바실루스균은 온도·습도·공기의 흐름 등 3가지가 발효에 가장 중요하다! 다시 실험에 들어갔다. 실험에 쓴 콩만 2t이 넘는다. 기존의 발효식품 제조기는 요구르트 제조에는 적합하지만, 청국장은 바실루스균의 생장 조건에 적합한 습한 공기가 골고루 콩에 접촉되지 않고 온도 편차도 심해 맛있는 청국장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마침내 2001년, 냄새 없이 24시간 안에 청국장을 만드는 제조기를 개발해냈다. 재래 방식의 청국장 발효는 3∼4일 걸렸으나 24시간으로 단축한 것이다.

국산 콩(백태)을 충분히 불려 2~3시간 삶고 5분 정도 식힌 뒤, 전용 채반에 콩을 넣고 물기를 빼고 나서 버튼을 누르면 24시간 뒤에 청국장이 만들어진다(하루 8시간 사용시 한달 전기요금 522원). 청국장 전용채반은 전통 소쿠리처럼 콩을 얹어 발효하는 도구로 통풍이 잘돼 발효를 돕는다. 현재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 상품은 20여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데 엔유씨전자가 전체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청국장은 발효 때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아파트 같은 도시형 가정에서는 웬만해서는 만들어 먹기 어려운데, 이 상품은 본체 안에서 생긴 습도가 물막을 형성해 냄새가 새나가는 것을 차단한다. 그래서 ‘냄새 안 나는’ 청국장 제조기로 통한다. 한편, 요구르트는 우유 1000ml와 요구르트 한병(150ml)를 잘 혼합해 넣으면 8시간 뒤에 떠먹는 요구르트가 만들어진다. 김 사장은 “유산균이 최대로 증식되는 시간은 8시간이다. 테스트 결과 시중에서 파는 떠먹는 요구르트 상품은 유산균이 3∼4억개뿐인데, 엔유씨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에는 13억∼18억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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