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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발 집값 상승세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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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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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타운 개발·재건축 기대심리 등으로 큰폭 상승…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여지는 적을 듯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서울 서초구가 지난 3월24일 취득·등록세가 실거래 가격으로 부과되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초구는 그동안 주택거래신고지역 후보지로만 몇번 올랐지만 실제로는 한번도 지정되지 않았다. 강남권에서 강남구·송파구·강동구·분당구 등이 모두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이유로 서초구만 유일하게 빠져 있었다. 그래서 “법원, 검찰청이 들어서 있는 서초구에 판·검사들이 집을 갖고 있어서 빠졌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서 서초구는 지난 2월에 집값이 2% 상승해 서울 전체 평균 집값 상승률(0.6%)을 크게 웃돌았다.

2008년께 완공 예정인 서초동 삼성타운 건설 현장. 서초구 부동산 가격이 뛰는 이유에는 삼성타운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사진/ 박승화 기자)


강남구·송파구의 ‘대체 수요’

이처럼 서초구 일대 아파트값은 올 들어 큰 폭의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3월16일 현재 서울에서 1개월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30개 단지 중 9곳이 서초구에 있는 단지로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 한신23차가 11.16%,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가 10.88%, 서초구 잠원동 한신16차가 9.69% 올랐고, 잠원동 한신27차·서초동 우성3차·잠원동 한신4차 등도 7.28∼8.95% 올랐다. 지은 지 25년 된 12층짜리 서초동 우성3차 33평형은 2월14일 5억1900만원에서 3월23일 5억6800만원으로 뛰었다. 강남역 일대 신동아·우성·무지개·진흥·삼호 아파트, 반포동 한신아파트, 잠원동 한신아파트 가격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반포동 삼호가든 1·2차와 서초동 삼호아파트 등 재건축 추진 중층 단지들도 개발이익환수제(임대주택 의무공급)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호가가 뛰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3월 들어 2천만∼5천만원씩 일제히 올랐다. 서초동 명성공인중개사쪽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가격이 오르면서 물건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초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들. (사진/ 박승화 기자)

서초구의 부동산 가격이 뛰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강남권 중에서 기존에 강남구와 송파구에 몰렸던 수요가 서초구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대체 수요’인데, 이는 서초구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과 겹치면서 집값 오름세를 낳고 있다. 명성공인중개사쪽은 “강남구 도곡동, 대치동 등 다른 지역이 현저하게 오르는 동안 여기는 워낙 집값이 안 올라서 싸다는 인식이 퍼진 게 집값이 오르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도 “강남과 송파구가 워낙 부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초구가 관심을 못 받았는데 이제 강남구쪽 수요가 소진되고 그 대체 수요로 서초구가 떠오르는 양상”이라며 “강남과 서초는 지리적으로 구분이 명확하지 않는데도 서초구가 그동안 상승폭이 낮아서 강남권 수요자들이 서초구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군이 강남구에 편중돼 있기는 하지만, 서초와 강남이 이웃하고 있는 지역인데 강남구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서초구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그동안 강남과 송파쪽에서 강북으로 들어오는 게 주요 축이었다면 이제는 용산구가 본격 개발되면서 용산과 연결되는 서초구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에 연면적 10만여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인 초대형 삼성타운(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이 입주할 24∼39층 건물 3개 동)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서초구의 우성·무지개 아파트 등은 삼성타운 개발 호재를 타고 최근 수천만원씩 호가가 오른 상태다. 명성공인중개사쪽은 “최근 삼성타운 건설에 대한 언론 보도가 경쟁적으로 나오면서 집값 오름세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마음공인중개업소쪽도 “2008년께 삼성타운 오피스가 들어서면 타워팰리스처럼 된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에 삼성물산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변 집값을 끌어올렸듯, 법원·검찰청 중심의 서초구가 강남구처럼 오피스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타운이 들어서는 역삼역 인근에 있는 우성·무지개·신동아 아파트는 삼성맨들이 사무실 부근으로 집을 옮기면서 집값이 뛸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삼성타운 건설 계획이 이미 2003년에 발표됐지만, 다 아는 사실임에도 그동안 큰 호재로 느끼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고 건물이 올라가면서 실제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우성아파트 단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서초구의 부동산 값 상승에 기여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전에 사자”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자는 수요가 몰린 것도 한 요인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취득·등록세 부담이 30%가량 늘어나게 되는데, 서초구가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매수세가 불붙은 것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서초구는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이 이미 알려져서 그 이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려 집값이 더 뛴 측면이 있다”며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서초구 집값은 삼성타운 등의 재료가 있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 기대심리도 빼놓을 수 없다. 서초구 우성·무지개 아파트 등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들인데,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기대심리가 퍼지고 있다. 잠실 등 ‘저밀도 지구’ 재건축 붐에 따른 가격 상승이 어느 정도 끝나가면서 이제 ‘중·고밀도(12∼15층) 지구’ 아파트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고종완 대표는 “서초구 일대 오래된 아파트들을 보면 저밀도는 적고, 주로 중층 아파트에 해당하는데 용적률 증가분이 30%포인트 미만이면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서초구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최근 정부가 방침을 다시 바꿔 모든 재건축아파트는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집값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재건축 사업 추진에서 강남구나 송파구에 비해 서초구가 늦었는데, 최근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서초구에서도 집값이 뛰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외에도 층고 제한 규제가 완화된 것도 서초구 집값 상승세를 부추긴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재건축 사업 승인을 받은 잠원동 한신5차 아파트의 경우 서울시 건축심의에서 35층까지 올리는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신5차 아파트는 2월 말 5억5천만원에서 6억원으로 호가가 뛰었다. 서초동 우성·무지개 아파트, 반포동 삼호가든도 이런 층고 제한 완화에 따라 집값이 오르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용적률에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더라도 층고가 올라가면 아파트 단지가 쾌적해지고, 단지에 더 넓은 공원, 주차장,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이후 입주물량 많아져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는 건 서초구의 집값 오름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서초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것인지 여부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2월 중 전국 집값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간 지속됐던 하락 행진을 멈추고 0.3%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도,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에 서초구 집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올 상반기에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적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3월 이후 2006년까지 입주 물량이 굉장히 많아지기 때문에 서초구 집값 오름세가 확산될 여지는 적다”라고 내다봤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도 “서초구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아파트값 오름세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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