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정부, 증시활성화 대책 쏟아내… 체질개선 없는 단기처방은 ‘언발에 오줌누기’ 
   
  ‘여의도 사람만 국민인가.’ 
  정부가 주식시장 살리기 대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침체된 주식시장을 일으키려는 고육지책 성격이라고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증적인 요법 일색인데다 효과마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여의도 증권가 사람만 국민이냐는 비아냥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연·기금 공동펀드 조성 및 보험사의 주식투자 한도 확대에 이어 근로자주식저축 제도를 부활시켜 주식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자기회사 주식을 사는 데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기발한’ 발상도 동원되고 있다.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태도로 비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연·기금을 증시에 쏟는다? 
 
정부의 증시 살리기 방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한도(현행 발행주식 총수의 5%)가 상법상 배당가능 이익범위로 확대되고 자사주 취득액의 30% 범위 안에서 처분손실준비금을 쌓으면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1조5천억원 규모의 연·기금 공동펀드가 조성돼 주식투자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강병호 부원장은 최근 투신·증권 사장단 회의에 참석, “연·기금 주식투자펀드가 조성돼 있음에도 주가가 내리는 날에도 제대로 주식매수를 하고 있지 않다”며 “펀드의 60% 이상을 주식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금 공동펀드는 주식형으로 상품약관상 주식을 60% 이상 편입토록 하고 있지만, 실제 주식투자 비율은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따른 독려성 발언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부터 보험사들의 동일기업에 대한 주식투자 한도가 10%에서 15%까지 늘어나는 등 주식투자 제한 규정이 완화됐다. 근로자주식저축 제도가 12월에 부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근거를 대며 증시 활성화 대책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연·기금 펀드 조성 및 보험사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한 것과 관련, 재정경제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투자 비율이 너무 낮아 확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말 현재 보험사의 총자산은 111조원인데 이 가운데 8.1%인 9조원만 주식에 투자되고 있어 30%에 이르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설명이다. 또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경우 총자산의 4% 정도를 주식으로 투자하고 있으나 미국, 영국, 일본의 연금자산 중 주식(해외주식 포함, 99년 말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3.6%, 70.0%, 36.5% 수준이어서 늘릴 여지가 있다고 해명한다. 재경부 임종룡 증권제도과장은 “이번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연·기금이나 보험사에 대해 주식을 매수하라는 식의 대증적인 요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집행위원장은 “연·기금이란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며 한도확대 조처를 비판했다.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 이런 대전제를 떠나 금융상품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주식투자를 확대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위험관리시스템 구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정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연·기금의 성격상 주식투자에 따른 위험관리 시스템과 연·기금 운용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체계가 먼저 정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기금이 정부의 강권에 못 이겨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대거 손실을 입은 기억이 새로운 마당에 다시 주식투자를 종용하는 것은, 연·기금을 주식시장 살리기 땜질용으로만 보는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는다. 보험사의 주식투자 한도 확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계열보험사들이 재벌의 사금고 노릇을 해온 사실을 감안할 때 적절한 조처였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근로자주식저축 제도의 경우 언뜻 저소득 봉급생활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이 제도는 최고 150만원 한도 안에서 불입액의 5%를 세액공제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근로소득 계층에 꽤 큰 매력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실제 이 정도 알짜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여유자금 3천만원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수혜 계층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이 죽을 쑬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물론 정부도 이런 비판을 모를 리 없다. 이전에도 이미 숱하게 쏟아낸 대증적인 증시활성화 대책이 있었고 그때마다 비난을 듣는 데 이골이 나 있는 터이다. 증시가 무너지고 있는데 팔장만 끼고 있느냐는 지적에 정부당국으로선 가만있을 수 없는 딱한 사정도 있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단선적인 목적 외에 원활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도 일견 이해할 만하다. 금융연구원 고성수 연구위원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려고 투자를 종용하는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며 “연·기금 투자한도를 늘린 조처 등은 긍정적으로 볼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도를 넓히는 정도는 무리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도를 늘리더라도 해당 기관에서 알아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최범수 자문관도 “연·기금 전체적으로 주식투자 비중은 10%안팎에 불과하다”며 “투자한도 확대 조처에 그다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지금 같은 접근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증권·투신업계 안에서도 일단 효과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만만치 않다. 신세철 주은투신운용 상무는 “현재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투신사나 기업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며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라고 진단했다. 신 상무는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경제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문제인 마당에 단기적인 부양대책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한도 확대도 효과는 의문
  세금까지 깎아줘가며 자사주 취득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요즘처럼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봐야 자금만 낭비할 소지가 커 형편이 좋은 기업들도 당장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외국인 매물이 줄어들고 구조조정의 윤곽이 잡히는 시간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의 효과 여부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최근에 나온 증시대책에는 주식시장을 위해 여타 부문의 희생을 불사한다는 발상이 배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전체를 교란시킬 개연성마저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선근 위원장은 “고육책으로 증시대책이 나왔는지는 몰라도 엉뚱한 사람이 희생되는 고육책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지금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선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국민의 돈(연·기금 등)을 공짜로 갖다 쓰겠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제지원 조처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과다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유동성을 줄이고 나아가 기술이나 설비투자의 가능성을 줄일 뿐 아니라 나중에 내다팔 때 주가를 폭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주가는 늘 변하는 것이며 그것이 주는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려 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 위원은 기업지배구조개선(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비롯한 증시환경 개선을 통해 주가가 올라가도록 하는 접근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개선되면 주가가 20∼30% 정도 올라간다는 실증적인 예도 외국에 있다고 덧붙였다.  돈만 들어가고 대증처방에 불과한 정책을 남발하기보다 증시 주변의 환경개선을 통해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사진/종합주가지수가 한때 5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 12월1일 한 증권사 객장에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는 투자자들)
정부의 증시 살리기 방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한도(현행 발행주식 총수의 5%)가 상법상 배당가능 이익범위로 확대되고 자사주 취득액의 30% 범위 안에서 처분손실준비금을 쌓으면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1조5천억원 규모의 연·기금 공동펀드가 조성돼 주식투자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강병호 부원장은 최근 투신·증권 사장단 회의에 참석, “연·기금 주식투자펀드가 조성돼 있음에도 주가가 내리는 날에도 제대로 주식매수를 하고 있지 않다”며 “펀드의 60% 이상을 주식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금 공동펀드는 주식형으로 상품약관상 주식을 60% 이상 편입토록 하고 있지만, 실제 주식투자 비율은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따른 독려성 발언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부터 보험사들의 동일기업에 대한 주식투자 한도가 10%에서 15%까지 늘어나는 등 주식투자 제한 규정이 완화됐다. 근로자주식저축 제도가 12월에 부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근거를 대며 증시 활성화 대책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연·기금 펀드 조성 및 보험사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한 것과 관련, 재정경제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투자 비율이 너무 낮아 확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말 현재 보험사의 총자산은 111조원인데 이 가운데 8.1%인 9조원만 주식에 투자되고 있어 30%에 이르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설명이다. 또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경우 총자산의 4% 정도를 주식으로 투자하고 있으나 미국, 영국, 일본의 연금자산 중 주식(해외주식 포함, 99년 말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3.6%, 70.0%, 36.5% 수준이어서 늘릴 여지가 있다고 해명한다. 재경부 임종룡 증권제도과장은 “이번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연·기금이나 보험사에 대해 주식을 매수하라는 식의 대증적인 요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집행위원장은 “연·기금이란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며 한도확대 조처를 비판했다.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 이런 대전제를 떠나 금융상품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주식투자를 확대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위험관리시스템 구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정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연·기금의 성격상 주식투자에 따른 위험관리 시스템과 연·기금 운용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체계가 먼저 정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기금이 정부의 강권에 못 이겨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대거 손실을 입은 기억이 새로운 마당에 다시 주식투자를 종용하는 것은, 연·기금을 주식시장 살리기 땜질용으로만 보는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는다. 보험사의 주식투자 한도 확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계열보험사들이 재벌의 사금고 노릇을 해온 사실을 감안할 때 적절한 조처였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근로자주식저축 제도의 경우 언뜻 저소득 봉급생활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이 제도는 최고 150만원 한도 안에서 불입액의 5%를 세액공제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근로소득 계층에 꽤 큰 매력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실제 이 정도 알짜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여유자금 3천만원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수혜 계층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이 죽을 쑬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물론 정부도 이런 비판을 모를 리 없다. 이전에도 이미 숱하게 쏟아낸 대증적인 증시활성화 대책이 있었고 그때마다 비난을 듣는 데 이골이 나 있는 터이다. 증시가 무너지고 있는데 팔장만 끼고 있느냐는 지적에 정부당국으로선 가만있을 수 없는 딱한 사정도 있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단선적인 목적 외에 원활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도 일견 이해할 만하다. 금융연구원 고성수 연구위원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려고 투자를 종용하는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며 “연·기금 투자한도를 늘린 조처 등은 긍정적으로 볼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도를 넓히는 정도는 무리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도를 늘리더라도 해당 기관에서 알아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최범수 자문관도 “연·기금 전체적으로 주식투자 비중은 10%안팎에 불과하다”며 “투자한도 확대 조처에 그다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지금 같은 접근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증권·투신업계 안에서도 일단 효과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만만치 않다. 신세철 주은투신운용 상무는 “현재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투신사나 기업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며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라고 진단했다. 신 상무는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경제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문제인 마당에 단기적인 부양대책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한도 확대도 효과는 의문

(사진/지난 11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 합동보고. 이날 근로자주식저축제도 부활등 자금시장 안정대책이 논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