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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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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10-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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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경제]

아시아-유럽 39개국 정상이 만나는 ASEM 회의, 한·중·일은 무엇을 배울까

▣ 왕윤종/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동아시아와 서유럽간 광범위한 협력체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아시아와 미주대륙 국가간 협력체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1996년 방콕에서 출범했다.


APEC이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반면 ASEM은 2년마다 정상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APEC보다 다소 느슨한 협력체로 볼 수 있지만 규모는 훨씬 크다. APEC 회원국이 21개국인 데 견줘 ASEM 회원국은 10월8~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올해 회의부터 39개로 늘어났다. 유럽연합에 새로 가입한 10개국과 아세안(ASEAN) 3개국이 새로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테러 위협으로 전세계가 아직도 불안한 상황에서 39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10월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SEM 1차 정상회의. 유럽연합에 새로 가입한 10개국과 아세안 3개국이 새로 포함됐다. (사진 / 한겨레 탁기형 기자)

아시아와 유럽의 가교 역할

유럽과 아시아의 정상들이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및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지역적 관심사를 자유롭게 논의함으로써 ASEM은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한 협상과 달리 양 대륙간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한다. 또 회원국 정상들의 친목 다지기를 통해 그야말로 지구촌 형성에 기여한다. 언젠가 ASEM과 APEC이 통합 모임을 열게 된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정상 회동이 될 것이다. 미래의 비전을 준비해야 하는 각국의 지도자들이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배움으로써 이러한 모임이 21세기 세계적 통합을 위한 이념을 정립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ASEM에 참여하는 유럽연합 국가가 25개로 확대되고 아세안 국가가 10개국으로 확대되면서 ASEM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에서 다자주의와 지역주의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ASEM 회의의 주요 의제는 고유가에 시달리는 세계경제, 교착 상태에 빠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같은 경제·통상 관련 이슈였지만, 지난 4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ASEM 외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는 한반도 비핵화,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에 대한 정상들의 지지를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또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평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과 같은 정치·안보 이슈가 주요 관심사로 다뤄졌다.

동아시아 각국의 정상들은 유럽의 정상들과 만나 유럽연합과 같은 결속력 있는 협력체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유럽의 경험을 생생하게 배우는 자리였다.

유럽연합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며, 유럽연합의 헌법, 의사결정권, 공동 외교안보 정책 등 정치·안보적 통합에 대한 진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확대와 심화 과정을 ASEM 회의에 참여하는 동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유럽의 지도자들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아세안+3을 기대한다

동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아직도 동아시아 지역 내부의 협력을 위한 굳건한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역협력체가 경제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정치적 의지 없이는 결코 공고한 협력체로 발전할 수 없다.

ASEM 정상회의에 하루 앞서 동아시아 정상들의 모임이 열렸다. 동아시아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유럽연합을 반면교사로 삼아 동아시아 역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11월 라오스에서 개최되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경제통합에 진전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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