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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중-일의 ‘시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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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9-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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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경제]

중동 · 중앙아시아 · 아세안 등을 놓고 각축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아시아 전역에 걸쳐 중국과 일본이 경제영토 확장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차 중국 방문 이후 생긴 커다란 변화는 압록강에 인접한 단둥을 중심으로 한 동북3성의 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월2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에서 국무원 핵심부서인 상무부 부장에 임명된 보시라이(薄熙來)는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다 중단된 2002년 전후로 랴오닝 성장직을 수행했고, 당시 신의주와 단둥을 묶는 ‘조-중 경제특구’를 추진한 인물이다. 남북간의 경협이 더 진전되기 전에, 그리고 핵 문제 해결 이후 본격적으로 북한 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돼 있다.


에너지 확보에 사활 걸다

중국의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해 두 번째 주목할 지역은 중동이다. 중국은 지난 7월 초 페르시아만안의 6개 아랍 산유국으로 결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착수에 합의했다. 중국과 중동국가간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 저가 공산품의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의 경우 이미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뒤져 토목·건축 시공사업의 수주에서 밀리고 있다. 플랜트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맞닥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동 원유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우리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이 약화돼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영토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6월21일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 외상 가와구치 요리코(왼쪽)와 중국 외교부장 리 자오싱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일본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안보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본은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에 모든 외교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러시아와 영토 분쟁으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자제했으나 최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실용외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표면화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은 중국이 ‘또 다른 서부’로 인식하는 중앙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 정세와 관련해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오랫동안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 지난 8월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의 FTA 체결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FTA의 전 단계로 아세안 회원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농산물 관세를 내년부터 대폭 삭감하는 한편 관세 인하 품목을 2006년까지 6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로 고민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아세안과 FTA를 체결해도 농업 부문의 타격이 크지 않아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정부개발원조(ODA)의 동남아 지원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중국 경제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면서 아세안 일각의 ‘중국 공포증’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으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아세안과의 FTA 체결은 아세안에서 우리의 입지를 축소시킨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 아세안의 입지가 강화되고 우리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주변국들과 ‘네트워크’ 구축해야

그럼에도 우리보다는 아세안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세안은 내년부터 한국과 FTA 공식 협상을 시작해 2년 내 협상을 완료하고, 2009년 말까지 상호 충격이 작은 품목부터 관세를 완전 철폐하자고 제안한 상태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처지에서는 한반도 강대국들의 주변에 있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몽골, 중앙아시아, 인도, 그리고 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아시아 경제 네트워크’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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