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동유럽 국가들 가입으로 최대의 단일시장 형성… 한국 기업도 변화된 환경 직시해야
왕윤종/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5월1일 유럽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0개국이 유럽연합(EU)에 새롭게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EU25를 출범하게 되었다.
절체절명의 기회 맞은 중 · 동유럽
금번 EU 확대는 과거 4차례에 걸친 서유럽 중심의 확대 과정과는 달리 중·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외연의 확대와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온 유럽 내 이념 대결이 완전히 종식됨과 동시에 유럽의 분단이 새로운 통합으로 결실을 맺게 됨을 의미한다. 앞으로 서부 발칸 지역과 옛 소련 국가와의 관계 증대를 통해 EU25는 범유럽의 통합으로 발전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EU25의 출범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말 옛 소련을 포함한 중·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의 몰락 이후 체제전환의 경제적 실험이 시도되었다. 이번에 EU에 가입한 국가들은 이른바 준회원국 협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협정에 가입하여 EU로부터 경제재건을 위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특히 단순한 물적 지원과는 달리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도입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수용한 이 국가들은 EU 가입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기존 회원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혁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2001년 12월 유럽이사회는 가입 협상에 참여했던 12개국 중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제외한 10개국에 대해 가입을 확정했다.
25개 회원국으로 확대된 EU는 인구 4억5천만명, 국내총생산(GDP) 8.88조유로, 세계교역의 4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교역 장벽이 없고 자본과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단일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유로라는 공통의 화폐(기존 회원국 중 3개국 제외)를 사용하고 단일의 통상·외교 정책을 수행하는, 고도로 통합된 경제 공동체인 것이다. 특히 신규 가입국들이 그동안 독립적으로 유지해온 경제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EU에 가입하려 했던 것은 단일시장 참여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서유럽 기업의 직접투자 유치를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EU의 다양한 기금을 통해 경제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신규 회원국들이 EU의 평균 소득(1인당) 수준에 수렴하기까지는 대략 3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풍요를 희구하는 중·동유럽 국가들로서는 EU 가입은 절체절명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역외 국가들에게 빗장 닫혀
EU의 확대는 하나의 유럽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역외국들에게는 유럽 시장의 빗장이 굳게 닫힘을 의미한다. 특히 저가 상품 생산의 공급지로 중·동유럽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시될 것이다. 유럽 내 생산기지의 이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며, 역내 자급자족 체제가 심화될 것이다. 역외국의 입장에서 EU25는 대체로 고관세율 국가인 신규 가입국들의 EU 수준으로의 관세인하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대된 시장에서 더욱 경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높은 구매력을 지닌 유럽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지속적인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을 직시하고 새로운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산 철강, 반도체 등에 대한 기존 EU 회원국의 규제가 신규 가입국들에게도 적용될 것이고, 환경·식품안전 등에 관한 강화된 기준이 신규 가입국 수출에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U 확대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금번 EU 확대는 과거 4차례에 걸친 서유럽 중심의 확대 과정과는 달리 중·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외연의 확대와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온 유럽 내 이념 대결이 완전히 종식됨과 동시에 유럽의 분단이 새로운 통합으로 결실을 맺게 됨을 의미한다. 앞으로 서부 발칸 지역과 옛 소련 국가와의 관계 증대를 통해 EU25는 범유럽의 통합으로 발전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4월30일 유럽연합 가입을 축하하는 리투아니아의 행사. 중 · 동유럽은 역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사진/ AFP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