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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도 신산업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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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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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발전과 안정된 금융시스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최배근/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는 중국 열풍에 이어 인도 바람이 불고 있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느낌은 다양성이 큰 갈등과 불편 없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 시각으로 볼 때 인도 사회는 순간적으로 무질서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무질서(?) 속에서 또 다른 의미의 질서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 모습.(GAMMA)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직행?


인도의 경제 역시 이런 특성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 수준을 갖춘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 신성장 산업들이 낙후된 인프라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전통사회의 자연경제와 혼재되어 있다. 변화 과정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불균형의 심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크지 않은 것도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인도 사회의 특징이다. 낙후된 부문이나 산업간 불균형의 시정을 위해 급속한 경제개방보다는 인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율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과 차이가 있다. 최근 중국의 고성장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는 반면, 한국이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기존 산업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도는 우리보다 뒤처진 산업들에서의 교역은 적극적이지 않으나 IT를 비롯해 인도의 주력산업들과 관련된 산업들에서의 교역은 적극적이고 최근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사실 인도의 주력산업들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육성할 신산업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도는 금융 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흔히 인도 경제의 장점으로 영국의 오랜 식민지의 결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노동력을 지적하지만 더 큰 의미는 영어 구사능력과 더불어 식민지 역사의 유산으로 영국식 금융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인도로 금융의 아웃소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 인도 경제가 중국의 발전 경로와 달리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직행할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 기초한다. 향후 10년, 아니 5년 뒤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걱정하고 그 대안으로 신성장 산업의 육성이나 금융 허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도의 주력산업들이 우리가 육성하려는 신산업과 중복된다 하여 경쟁관계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신성장 산업들의 키워드가 협력이기에 양자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향력 견제하는 지랫대로

인도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현재 한반도의 평화 구축과 그를 통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야 하는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 구축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결과할 새로운 한반도 및 동북아 질서의 구축은 우리의 미래 운명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평화 구축 과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 가운데 우리의 목표를 견인해내야 하는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각에서 논의하는 북한 관리나 새로운 한반도 질서 구축 과정의 현실을 보면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증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그리고 향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한국의 비대칭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인도를 지렛대로 삼는 지혜가 요청된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분쟁이나 파키스탄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의 양국의 역할 등에서 상호 견제가 불가피한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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