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특수조사팀 변현성 대리의 보험범죄 추적… 결국은 보험가입자가 피해자인 셈
글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오프 더 레코드’ 소리를 많이 듣는 취재를 하고 나면, 기사를 쓰는 동안 가슴이 탁 막히곤 한다. 독자들이 정작 궁금해할 만한 얘기는 쏙 빼고 써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자칫 범죄자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취재원은 ‘보도 자제’를 여러 차례 당부했다. 본 것마저 쓰지 말라고는 안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전직 수사기관 종사자들
지난 2월20일 늦은 오후, 서울 을지로1가 동아빌딩 14층 삼성화재 특수조사팀. 보안설비가 잘 돼 있는 문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틀림없이 금연빌딩일 텐데, 회의실 재떨이에는 이미 꽁초가 수북하다. 만나기로 한 변현성 대리는 다행히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옮기자면, “거의 피우지 않는데, 어쩌다 한대씩 피우기도 한다”며 “(아내는 모르니) 이 얘기는 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기에 다들 그럴까? 어느 직장인이든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실적’에 대한 압박일 것이다. 변 대리의 사무실 게시판에도 ‘2004년 경영목표 - 보험범죄 적발 금액 000억원’이라는 게시물이 직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최근 몇달치 실적까지 그래프로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줄담배가 단지 실적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이름부터가 ‘특수’조사팀(Special Investigate Unit) 아닌가! 변 대리는 “분석하다 보면 밤을 새기 일쑤고, 일년 전의 사건을 잊지 못하고 머릿속에 담아두고, 100여명이 넘는 관련자 속에서 서로의 연관관계를 그려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해명(?)했다. 삼성화재 서울 본사의 특수조사팀에는 화재감식 담당 2명과, 대형사고 담당 2명, 보험범죄 담당 4명,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간부 및 일반 사무직원들이 일한다. 보험범죄 업무를 6년째 맡고 있는 변 대리는 다른 생명보험사에서 같은 일을 맡다가 1년 전 이 회사로 옮겼다. 사실 보험사의 특수조사팀 업무는 대부분 전직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맡는다. 삼성화재의 경우도 지역센터 직원을 포함해 모두 37명의 보험범죄 담당직원들 중 35명이 경찰 혹은 검찰수사관 출신이라고 한다. 보험사에 입사해 이른바 ‘수습’ 과정을 거치자마자 특수조사팀으로 온 변 대리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다. 전문화 · 흉포화 경향 특수조사팀이 하는 일은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닌데도 보험금을 타가려는 경우를 가려내는 것이다. 보험금 지급은 대개는 보험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 보상 담당자가 바로 처리한다. 다만, 보험금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심사팀을 한번 더 거친다. 그러나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조사팀을 한번 더 거치게 되고, 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에 특수조사팀으로 넘어온다.
“대부분은 데이터 분석으로 시작하지요. 그러다 보니 적발해서 처리까지 마치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변 대리의 설명에 따르면, 특정 유형의 보험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의심스러운 흔적이 포착되면 모든 사고기록을 뒤지는 자료분석이 시작된다. 얼마 전 경찰이 적발한 보험사기의 경우,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출발하는 차의 앞바퀴에 고의로 발등을 들이밀어 사고를 내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보험금을 타냈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해 이를 추적 조사한 결과,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행세를 해가며 고의로 계속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의 조직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경우는 금방 적발하기 어렵지만,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보험에 가입했거나 여러 차례 보험사고를 당한 경우는 금세 추적 대상에 오른다. 하지만 사기임을 입증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보험사기 유형은 자동차보험의 경우 크게 세 가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짜고 위장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 보험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이 사고를 낸 것처럼 바꿔치기하는 경우, 피해를 과장하거나 피해자를 끼워넣어 보험금을 늘리는 경우 등이다. 변 대리는 요즘 보험범죄의 특징을 ‘전문화·흉포화’로 진단했다. “정말 전문가들 빰치게 연구를 하지요. 브로커들이 나서서 사람을 모집하고, 거짓사고를 내기 전에 가입할 보험상품을 정하고, 차에 탈 사람과 사고 낼 장소, 입원할 병원까지 미리 잘 짜둡니다. 적발을 어렵게 하려는 거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등 흉측한 일을 저지르는 사례도 많아요.”
의심되는 사건이 있을 때, 변 대리도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한다. 사고 내용을 거짓으로 꾸미면 대개 진술에 모순이 있게 마련이므로, 이를 단서로 추적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 직원들은 수사권이 없어서, 기초조사를 마친 뒤 최종 적발은 결국 수사기관에 진정을 넣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이때부터가 보험범죄 담당 직원들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변 대리의 경우도 자료를 수집하거나 경찰 수사를 돕느라 지방출장을 가는 게 한달이면 보름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 경찰들과는 ‘형님-동생’ 하는 사이가 된다. 또 보험범죄 담당 직원들 사이에도 회사의 구별이 거의 없다고 한다. 보험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개 여러 보험사에 보험을 들기 때문에, 어차피 이들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보험사기 적발은 경찰과 여러 보험사들의 특수조사팀원들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생계형 범죄’ 보면 마음 편치 않아
변 대리는 “힘들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계형 보험범죄’ 앞에서는 그도 마음이 편치 않단다. “가벼운 사고를 당했는데, 1년에 300일 넘게 입원하는 사람도 있어요.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보험처리가 되는 사고를 당하면 차라리 병원에 누워 있다 보험금을 많이 받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쉽겠죠. 하지만 같은 사고를 당해도 사람마다 아픈 정도가 다르니까 장기입원을 한다는 것만으로 보험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요.” 그는 다만 “낮에는 입원해 있다 밤에는 집에 돌아가는 이른바 ‘출퇴근 입원’은 보험사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보험사기가 아닌, 현대판 ‘세일즈맨의 죽음’도 변 대리를 아프게 한다. “한 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난 고객이 보험사에 ‘자살을 해도 보험금을 탈 수 있느냐’고 전화를 한 적이 있대요. 보험금을 지급한다니까 그 다음날 자살한 일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보험사기 적발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한해 손해보험업계가 적발한 보험범죄 건수는 8697건으로 2002년의 5673건보다 53.3% 늘었고, 적발 금액도 354억원에서 529억원으로 늘었다. 보험사기가 많아져서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보험사들이 추적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협회는 현재도 지급보험금 중 10%가량은 지급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보험사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쪽은 보험회사뿐만은 아니다. 보험사는 지출이 많아지면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선의의 계약자들이 보험사기 등으로 잘못 지급된 보험금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변 대리는 “그런 의미에서 보험 가입자의 95%는 보험사기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20일 늦은 오후, 서울 을지로1가 동아빌딩 14층 삼성화재 특수조사팀. 보안설비가 잘 돼 있는 문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틀림없이 금연빌딩일 텐데, 회의실 재떨이에는 이미 꽁초가 수북하다. 만나기로 한 변현성 대리는 다행히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옮기자면, “거의 피우지 않는데, 어쩌다 한대씩 피우기도 한다”며 “(아내는 모르니) 이 얘기는 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기에 다들 그럴까? 어느 직장인이든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실적’에 대한 압박일 것이다. 변 대리의 사무실 게시판에도 ‘2004년 경영목표 - 보험범죄 적발 금액 000억원’이라는 게시물이 직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최근 몇달치 실적까지 그래프로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줄담배가 단지 실적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이름부터가 ‘특수’조사팀(Special Investigate Unit) 아닌가! 변 대리는 “분석하다 보면 밤을 새기 일쑤고, 일년 전의 사건을 잊지 못하고 머릿속에 담아두고, 100여명이 넘는 관련자 속에서 서로의 연관관계를 그려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해명(?)했다. 삼성화재 서울 본사의 특수조사팀에는 화재감식 담당 2명과, 대형사고 담당 2명, 보험범죄 담당 4명,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간부 및 일반 사무직원들이 일한다. 보험범죄 업무를 6년째 맡고 있는 변 대리는 다른 생명보험사에서 같은 일을 맡다가 1년 전 이 회사로 옮겼다. 사실 보험사의 특수조사팀 업무는 대부분 전직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맡는다. 삼성화재의 경우도 지역센터 직원을 포함해 모두 37명의 보험범죄 담당직원들 중 35명이 경찰 혹은 검찰수사관 출신이라고 한다. 보험사에 입사해 이른바 ‘수습’ 과정을 거치자마자 특수조사팀으로 온 변 대리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다. 전문화 · 흉포화 경향 특수조사팀이 하는 일은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닌데도 보험금을 타가려는 경우를 가려내는 것이다. 보험금 지급은 대개는 보험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 보상 담당자가 바로 처리한다. 다만, 보험금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심사팀을 한번 더 거친다. 그러나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조사팀을 한번 더 거치게 되고, 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에 특수조사팀으로 넘어온다.

보험범죄 담당직원은 대부분 전직 수사기관 출신들이다. 보험사로 바로 입사한 변 대리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