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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주택자금 대출, 골라먹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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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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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출범 앞두고 은행들도 선택의 폭넓은 장기대출상품들 잇따라 내놓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오는 3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출범을 앞두고 은행들이 이와 경쟁할 장기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은행의 장기대출 상품들은 일정 조건을 갖추면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모기지론과 똑같이 누릴 수 있으면서도, 금리 기준이나 대출기간 등에서 선택의 여지가 넓다. 이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굳이 주택금융공사의 모지지론에만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들이 모기지론과 경쟁할 수 있는 자체 대출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민주택기금대출을 먼저 기억하라


주택금융공사의 모지기론은 아직 구체적인 대출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체적인 윤곽만 나와 있다. 연리 7% 안팎의 고정금리로 집값의 70% 한도에서 최고 2억원까지 15~20년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기지론은 1가구 1주택자나 무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원리금은 분할상환하는 조건이다. 5년 이내에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모기지론이냐 은행의 장기주택담보대출이냐를 고민하기 전에, 두 가지 대출상품보다 더 유리한 대출이 있음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무주택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국민주택기금을 바탕으로 운용하는 국민주택기금대출이다. 이 대출은 연간소득이 3천만원 이하인 근로자 및 서민으로서 대출 신청일 현재 6개월 이상 무주택 세대주(단독세대주 포함), 또는 대출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결혼으로 인해 세대주가 될 예정인 사람만 대출 자격을 갖는다. 또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주택을 마련할 때만 대출할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대출은 지난해까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과 ‘근로자와 서민을 위한 주택구입자금 대출’로 나뉘어 운영됐으나, 올해부터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이 없어지고 하나로 통합됐다. 특히 통합과 함께 대출금리가 6%로 떨어져 어떤 상품보다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신규 주택을 구입하든 기존 주택을 구입하든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집값의 70% 이내에서 최고 1억원까지 빌릴 수 있으며, 분양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맡길 경우 입주 전까지 중도금 형식으로도 빌릴 수 있다. 만기는 최장 20년으로, 1년 거치 19년 상환이나 3년 거치 17년 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은행의 대출상품들은 대출 조건의 선택 폭이 넓다. 신한은행은 2월16일부터 ‘신한장기 모기지론’ 판매에 들어갔다. 이 상품의 대출기간은 10년 초과 30년 이내다. 거치기간은 5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정부의 모기지론은 연리 7% 안팎에서 고정금리로 대출되는 데 반해, 이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다. 금리기준은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 4년, 5년 등 7가지 연동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연동방식이란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대출금리가 연동되는 것을 뜻한다. 6개월 이상짜리는 금융채 금리에 연동해 대출금리가 정해진다. 따라서 5년 연동금리를 선택하면 현재 5년 만기 금융채 금리가 적용된다. 한번 그렇게 정했다고 해도 대출기간 내내 같은 방식으로 금리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초 대출 때 5년 이내에서 거치기간을 두는데,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을 분할상환하기 시작할 때 금리 연동기간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대출한도가 2억원인 데 비해, 신한장기모기지론은 대출한도가 없다. 또 정부의 모기지론이 연소득의 3분의 1 한도 안에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만큼만 대출해주는 데 반해, 신한은행의 상품은 그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담보물의 가치를 평가해서 대출액이 담보가액의 85%를 넘고, 대출받은 사람이 소득이 없을 경우 등에는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소득에 따라 차이나는 세금공제 혜택

신한은행은 상품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6개월 이상 연동금리로 대출받는 고객에게는 대출 뒤 6개월 동안 금리를 0.4% 깎아준다. 또 주거래 고객이나 급여이체 신청 등 거래실적에 따라 0.3% 금리를 감면하는 등 최고 0.6%까지 금리를 감면해준다. 신한은행 개인영업추진부 이형준 과장은 “이런 혜택을 모두 받을 경우 연 5.71%의 금리가 적용되고, 소득공제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부담 이자율이 연 4% 안팎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소득공제 혜택은 근로소득이 있는 세대주로서 국민주택 규모(25.7평) 이하 주택을 취득한 뒤, 소유권 이전 및 등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본인 명의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한 경우에 받을 수 있다. 대출기간은 3년 이내의 거치기간을 포함해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공제한도는 연간 이자액에서 1천만원까지다. 세금 감면액은 소득이 많아 적용되는 세율이 높을수록 커진다. 예를 들어 각종 공제 뒤 소득세율이 29.7%를 적용받는 경우, 대출금 1억원에 대한 소득공제액은 571만원(적용금리 연 5.71%인 경우)이 되고, 따라서 세금 감면액은 170만원이 된다. 이처럼 세금감면 혜택이 크면 주택담보대출의 적용 이자율이 5.71%라도 실질 이자율은 4.01%로 떨어진다. 그러나 연간 소득액이 적어 적용 소득세율이 9%대라면 이자 감면액은 57만원에 그친다.

국민은행은 ‘KB 소득공제 장기주택대출’을 판매 중이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뿐 아니라, 주택을 신축하려는 고객, 주택을 담보로 가계자금을 대출받으려는 고객이 대상이다. 최장 35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일시상환과 분할상환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대출기간의 30% 이내에서 거치기간을 정해 그 기간에는 이자만 낼 수도 있다. 금리는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로 대출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 상품이다. 주택은행 리테일상품팀 손홍익 차장은 “정부의 모기지론이 5년 이내에 갚으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적용되는 데 비해, 우리 상품은 3년 이내에 갚을 경우에만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린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2월16일부터 ‘조흥장기모기지론-마이홈플랜’을 새로 내놓았다. 이 상품은 정부의 모기지론에 대응하면서 모기지론을 대출받을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한 것이다. 아파트·단독·연립·다세대·다가구 등 어떤 형태의 주택이든 담보로 대출되며, 본인 명의뿐 아니라 제3자 명의의 담보로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기간은 10년 초과 30년 이내이며, 대출금리는 CD유통수익률이나 금융채 연동금리에 2%포인트가 덧붙는다. 5년 거치 원금 균등분할 상환조건이며, 3년까지는 중도상환하면 수수료가 붙는다.

변동금리, 어떤 것이 유리할까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소득공제(TR)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30년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1~3년까지는 대출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둘 수 있다. 금리는 3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와 1~3년 동안 같은 이자가 적용되는 확정금리 상품 중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소득공제 혜택은 다른 상품과 같고, 중도상환하면 기간에 따라 0.5~1%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정부의 모기지론이 고정금리인 데 비해, 은행 장기주택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임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전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서, 경기회복과 함께 금리가 소폭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연동기간이 짧은 것보다는 좀더 긴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단정적인 조언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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