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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강력한 인공지능의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인터뷰 “알파고는 오직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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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4 23:11 수정 : 2016-03-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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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알파고’가 이렇게 강할 줄 누가 알았을까. 3월10일 현재,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2-0 파죽지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 사람은 이런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알파고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설계한 데미스 하사비스(40)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다.

‘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의 경력은 화려하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하사비스는 어릴 때 이미 천재 체스기사였다. 13살에 체스 마스터에 오른 뒤 14살 이하 체스 세계 랭킹 2위를 했다. 대학 입학 전, 하사비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관심을 돌렸고, 전세계에 수백만 개가 팔린 게임 <테마파크>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실수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후 게임회사를 접은 하사비스는 대학 연구실로 돌아가 인지신경과학을 공부했고, 2011년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2014년 구글은 하사비스가 창업한 딥마인드를 약 4억달러(약 4800억원)에 인수했다. 여러 곳에서 인수 제안을 받은 하사비스가 구글을 택한 것은 자신과 자신의 팀을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윤리위원회’를 설치해달라는 요구에 구글이 화답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3월10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넥스트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하사비스를 만나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회견이 아닌 대면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하사비스는 캐주얼한 옷차림에 빨간 콜라캔을 들고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인공지능을 개발한 그는 스마트워치 대신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는 자주 웃었다.

알파고는 ‘셀프 러닝’ ‘딥 러닝’ 등 스스로 학습하는 ‘강화학습’을 한다고 한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바둑 기보 등을 알파고에 입력하면 알파고가 스스로 체화하는 것을 뜻하는가.


대부분 자가로 학습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가 관리·감독하는 부분도 없진 않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을 조금 더 개선하거나, 더 큰 신경망을 차용하거나…. 또 한 가지 새로운 점은 시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학습시킨 것이다.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대국(판후이에 5-0 승리)에서 한 수를 둘 때마다 같은 시간을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역동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좀더 길게 시간을 쓸 수 있게 했다.

제1국 경기에서 알파고가 몇 번 ‘실수’를 했다는 관전평이 나왔는데, 일부에서는 그것이 계획된 실수라고 한다. 진짜 실수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아마추어 레벨의 바둑기사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파고는 몇 점 차로 이기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로 사고한다. 즉, 알파고는 ‘내가 이렇게 두면 확실하게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이 나면 그 자리에 포석을 하는 것이다. 이 점이 인간 사이의 대국과 다른 점이라 볼 수 있다.

알파고는 항상 최적의 수를 둔다고 하는데, 1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흑을 집어서 첫 수를 두었지만 만약 알파고가 다음 대국들에서 흑돌을 잡을 경우 항상 첫 수를 같은 곳에 둘까.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트리서치(알파고 의사결정 체계)에는 무작위성이 알고리즘에 들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할지라도 매번 게임에서 다른 곳에 포석할 것이다. 알파고는 주로 스타포인트(화점·바둑판에서 기본이 되는 9개의 점)에 둘 것이고, 알파고는 스타포인트를 좋아한다.

“개발자는 기술 파장을 고려해야”

알파고는 감정에 흔들릴 염려가 없기에 직관(적인 게임)에 더 유리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인공지능에 감정을 담는 걸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가.

정확한 지적이다. 어제 해설자들이 알파고가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게 강점이기 때문에 바둑에선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을 연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선 감성이 필요할 수 있을 테니 그에 따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굉장히 복잡한 고도의 연산은 쉽게 하는 반면 머리를 손질하거나 잔디를 깎는 등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는 감각운동은 어렵다. 이번에 알파고는 사람이 대리인으로 나와 돌을 놓았는데, 알파고가 스스로 팔을 갖지 못한 이유가 이런 어려움 때문인가.

맞다. (웃음) 로봇의 팔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그 로봇 팔이 전체 판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 아주 얌전하게 돌을 놓게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진화가 인류와 동물에게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선사한 감각운동 능력이 있다. 이는 내재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적용이 어렵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다보면 자율주행차든 여러 가지 관리 업무든 도입할 수 있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결국 컴퓨터가 자신의 일자리를 뺏어가지 않을까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는 아주 강력한 도구라고 보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특히 인공지능이 의학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인간과 함께하는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은 연구 조교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와해가 발생하긴 하지만, 어떤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더 나은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한다.

구글에 인수됐을 때 인공지능윤리위원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 현재 그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윤리위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런 기술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들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 어떤 기술을 개발할 때는 이 기술이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올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공지능같이 강력한 기술일 경우,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좋고 나쁘다라고 말하기 때문에 윤리가 중요하다. 우리가 그런 부분에서 선도하고 있다. 여러 콘퍼런스를 연다든지 학자들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윤리위는 1년에 한 번씩 여는데, 지난해에 한 번 모였다. 어떤 진행 사항들이 있는지는 몇 달 안에 발표할 것 같다.

“온라인게임 도전도 재밌을 듯”

한국 젊은이들은 바둑보다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에 관심이 더 많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인 홍진호씨도 그렇고,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선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차세대 버전에서 도전할 게임은 무엇인가.

아직 어떤 것을 할지는 계획이 없다. 나도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있는 온라인 전략게임에 도전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정리 김혜인·이민경 넥스트저널리즘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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