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미술로 엮은 상처받은 다섯 사람의 치료 여정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여행>
선장과 다섯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열대 밀림이나 남극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미술치료사 박승숙씨가 쓴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여행>(들녘 펴냄)은 그가 지난 7개월 동안 치료했던 다섯 사람의 이야기와 그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었던 미술작품을 엮어 보여준다. 그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고통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세밀히 기록했다.
미술작품 속에 통곡을 쏟아내고…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가 우울증을 치유하면서 미술치료를 만났고, 아예 미술치료사로 진로를 바꾼 박승숙씨는 지난 1995년 귀국한 뒤 ‘밝은 미술치료 작업실’(arttherapy.byus.net)을 운영하면서 미술치료를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에서 4년째 미술치료 강좌를 열고 있고, <미술치료사가 들려주는 정직한 미술치료 이야기> 등의 책들을 써왔다.
미술치료는 자폐아나 마음의 병이 깊어진 사람들이 병원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용기 있는 여행’을 떠난 다섯명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사연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상처를 피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자신을 비판하고 미워하며 불안해하고 괴로워한다. 이것은 그들만의 상처가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떠안고 살아가는 고통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치료실’ 문을 두드렸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를 보듬으면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사랑하려는 그들이 아름답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 평생 집안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삼남매에게 헌신적이었던 어머니에 마음 아파하며 모범생으로 자라왔다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남성 ‘방랑자’는 “현실이 요구하는 것들에 당황해하며 피하려고만 했지만 이제부터는 세상의 빛을 차단하는 색안경을 벗고 두 눈을 크게 떠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한다. 20대 후반의 미술 과외 교사인 ‘토끼소녀’는 가족 안의 심리적인 끈이 없는 ‘하숙생’이라고 느낀다며, 이는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1 대 1의 깊은 관계를 갈망하지만 특별한 것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모든 기대를 일찌감치 접은’ 오랜 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몇년 전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당한 30대의 학교교사 ‘은빛연어’ 역시 자기의 자리를 철저히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힘든 현실을 회피하면서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괴로워하며 늘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를 원하는 그는 어디에도 자기 자리는 없다는 느낌으로 괴로워한다. 여행 중에 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미술작품들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면서 가슴속에 꾹꾹 쑤셔넣었던 상처들을 뱃멀미 하듯 토해내며 통곡하기도 하고, 자기가 잃어버렸던 마음속의 아이를 찾아내 안아주기도 하며 잃어버린 삶의 조각들을 찾아내 왜 자기를 미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정해왔는가를 이해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이야기 그들이 온갖 재료를 이용해 만든 작품은 어떤 글보다도 생생하게 황량한 내면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훨씬 평안해진다. 인간관계에 대한 지은이의 해석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잊었다거나 ‘나’의 여러 모습들에 갈등하며 반응하는 데는 저마다 축적된 이유가 있다. 관계는 언제나 상호작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관계를 맺은 특정한 대상의 특성이나 상황의 문제로만 우리의 곤란함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자기가 그 관계에 기여하는 몫도 있다.” 다섯명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고통과 깨닫음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들에게서 어느새 나의 고민들을 발견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종착역에서 그들이 이제 아무런 상처나 고통이 없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종착역은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존재였음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은 ‘나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며 살아가는 또 다른 여행을 의미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여행』, 박승숙 지음, 들녘 펴냄.
미술치료는 자폐아나 마음의 병이 깊어진 사람들이 병원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용기 있는 여행’을 떠난 다섯명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사연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상처를 피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자신을 비판하고 미워하며 불안해하고 괴로워한다. 이것은 그들만의 상처가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떠안고 살아가는 고통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치료실’ 문을 두드렸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를 보듬으면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사랑하려는 그들이 아름답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 평생 집안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삼남매에게 헌신적이었던 어머니에 마음 아파하며 모범생으로 자라왔다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남성 ‘방랑자’는 “현실이 요구하는 것들에 당황해하며 피하려고만 했지만 이제부터는 세상의 빛을 차단하는 색안경을 벗고 두 눈을 크게 떠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한다. 20대 후반의 미술 과외 교사인 ‘토끼소녀’는 가족 안의 심리적인 끈이 없는 ‘하숙생’이라고 느낀다며, 이는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1 대 1의 깊은 관계를 갈망하지만 특별한 것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모든 기대를 일찌감치 접은’ 오랜 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몇년 전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당한 30대의 학교교사 ‘은빛연어’ 역시 자기의 자리를 철저히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힘든 현실을 회피하면서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괴로워하며 늘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를 원하는 그는 어디에도 자기 자리는 없다는 느낌으로 괴로워한다. 여행 중에 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미술작품들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면서 가슴속에 꾹꾹 쑤셔넣었던 상처들을 뱃멀미 하듯 토해내며 통곡하기도 하고, 자기가 잃어버렸던 마음속의 아이를 찾아내 안아주기도 하며 잃어버린 삶의 조각들을 찾아내 왜 자기를 미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정해왔는가를 이해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이야기 그들이 온갖 재료를 이용해 만든 작품은 어떤 글보다도 생생하게 황량한 내면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훨씬 평안해진다. 인간관계에 대한 지은이의 해석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잊었다거나 ‘나’의 여러 모습들에 갈등하며 반응하는 데는 저마다 축적된 이유가 있다. 관계는 언제나 상호작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관계를 맺은 특정한 대상의 특성이나 상황의 문제로만 우리의 곤란함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자기가 그 관계에 기여하는 몫도 있다.” 다섯명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고통과 깨닫음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들에게서 어느새 나의 고민들을 발견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종착역에서 그들이 이제 아무런 상처나 고통이 없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종착역은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존재였음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은 ‘나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며 살아가는 또 다른 여행을 의미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