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힘 빼고 김원을 말하는 비평집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바둑은 두면 느는데 성당 20개 하다보면 느나요?”
“안 늘어. 상황이 문제야. 주임신부의 신뢰성이 매번 달라. 얼마나 믿어주는가에 따라.”
실로, 비평가와 설계자의 문답이 이처럼 ‘심플’하게 오가는 것은 낯선 광경이다. 공 던지기 연습하듯 툭툭 질문을 던지는 이는 이용재(44)씨, 이에 질세라 시원시원 잘도 답하는 김원씨. 김원씨가 설계한 31개의 작품에 대한 평론집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이용재 지음, 책으로만나는세상 펴냄, 2만5천원)는 요즘 나오는 건축 서적들과 확실히 구별된다. 근사한 사진과 현학적인 어법 대신 비어·속어도 개의치 않는 고집, 그칠 줄 모르는 에피소드의 나열, 단호한 판단, 직설법으로 승부한다. ‘나는 이 집이 좋다. 감동받았다. 어쩔래’라는 식이다. 그런데도 그 깡다구가 밉지 않은 이유는, 솔직함과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지은이는 ‘스토커’라는 놀림까지 받을 정도로 전국에 깔린 김원씨의 작품을 전부 찾아다니고 1년 넘게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씩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의 관심은 건물이 가진 조형미나 사조에 있지 않다. 설계과정의 앞뒤 상황과 맥락, 건축주·건축법, 땅의 모양 등 설계자가 극복해야 했던 조건, 집이 그렇게 지어진 사연 같은 것을 수다 한판 떨듯 풀어낸다. 30m 높이 경사지의 형태를 존중해 지은 세검정성당, 건물 21동의 모양이 모두 다른 광주 가톨릭대학교, 스승 김수근과 맞붙어 현상설계에서 당선됐던 코엑스, 함세웅 신부와의 인연이 빚어낸 한강성당 등등…. 그는 건축이란 조형의 디자인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역사를 담는 디자인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좋은 물이 향기가 없듯, 좋은 건축 또한 설계자의 개성이 있는 듯 없는 듯 녹아 있어야 한다는 김원씨의 지론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애정은 때로 김원의 건축에 쏟아지는 타인들의 비난에 대해 거센 분노로 타오르기도 하는데, 그러한 전투성 이면에는 펜을 휘둘러본 사람으로서의 반성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지은이 이용재씨는 건축과를 졸업한 뒤 20대엔 평론가이자 기자로서 “한국 건축계를 난도질했고”, 30대엔 글쟁이의 가난이 싫어 현장에서 뛰었으며, 몇년 전부터는 “사기 치기 싫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업으로 삼고 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안 늘어. 상황이 문제야. 주임신부의 신뢰성이 매번 달라. 얼마나 믿어주는가에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