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영국과 핀란드 학자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60개 나라를 조사한 끝에 “국민의 지능지수(IQ)가 높으면 국내총생산(GDP)도 높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평균 IQ가 105 정도로 세계 최상위의 그룹을 형성했다. 그런데 12월 말에 또 오스트리아 빈대학 의대에서 50개 나라를 대상으로 국민들의 평균 IQ를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나라별로 더욱 세분되었으며, 가장 높은 나라부터 홍콩(107), 한국(106), 일본(105), 싱가포르(103) 순으로 우리나라는 당당 2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네덜란드가 102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기타 다른 점들까지 함께 보면 두 결과는 상당 부분 일치해 조사 자체의 신빙성은 높은 듯하다. 그리고 막연하나마 우리가 일반적으로 품었던 예상과도 잘 들어맞는 것 같다.
그런데 아시아권이 상위를 휩쓴 결과를 두고 원인이 수학을 잘하는 데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지능검사 항목 가운데 수학에 관련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유독 좋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점수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수리능력, 즉 계산능력에 가깝다. 그리고 이 능력은 열심히 공부함으로써 계속 증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언뜻 칭찬으로 들리는 반면 비판의 뜻도 섞여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면 희망적인 측면이 새롭게 부각된다. 예로부터 지능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후천적 요소가 꼭 지배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무시 못할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토박이 수학자가 유명한 7대 난제 가운데 하나를 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클레이수학재단(CMI)은 2000년 이 7대 난제에 개당 100만달러씩 모두 700만달러를 내걸었다. 그런데 전북대학교의 김양곤 교수팀은 그 중 첫 번째 문제의 해법을 발견해, 이 재단의 인정을 받은 국제 저널에 발표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인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몇년 동안 세계 각지의 관련 수학자들이 면밀히 검토를 하며, 이로부터 더 이상 흠잡을 데 없다는 판정이 내려져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볼 때 좋든 싫든 우리의 높은 교육열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계속 살려나가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좁은 국토에 천혜의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 형편상 인적 자원이야말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쯤에서 지능을 뛰어넘어 지혜로워지는 길도 함께 모색해야 하겠다. 실제로 위대한 수학자들은 높은 지능의 소유자라기보다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로 알려진 폴 에어디시가 만년에 깨우친 점은 의미심장하다. 평생 김삿갓처럼 세계 각지를 떠돈 그는 수많은 수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했다. 그런데 ‘깨달은 사람’ ‘부처’를 뜻하는 인도어 붓다(buddha)의 뜻은 본래 ‘늙은 사람’이되, 발음이 ‘우둔한 사람’이란 뜻의 붓두(buddhu)와 아주 비슷함을 발견했다. 말하자면 ‘우둔한 현인’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성립하며 우리 상황에 비춰볼 때 사뭇 계시적이다. 요컨대 앞으로 우리는 힘들게 얻은 좋은 머리를 이용해서 높은 지혜를 추구해가야겠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유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