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탐사로봇들의 자존심 대결… NASA의 초반 우세 속에 생명체 존재 탐사 활동
‘붉은 행성’ 화성이 지구촌에서 파견된 우주탐사선들로 붐빈다. 화성의 생명체 흔적을 찾아나선 유럽우주기구(ESA)의 화성탐사 착륙선 ‘비글2호’가 지난해 12월25일(유럽시각) 화성에 내린 데 이어, 지난 1월4일 낮 1시35분(한국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봇 ‘스피리트’가 화성 표면에서 물의 흔적 탐사에 나섰다. 또 스피리트의 쌍둥이 로봇인 ‘오퍼튜니티’도 이달 25일께 화성에 내려 물의 흔적을 간직한 광물을 찾아나선다.
대답 없는 비글2호… “헬로” 스피리트
그야말로 유럽과 미국이 무대를 화성으로 옮겨 우주과학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라도 벌일 듯한 모습이다. 탐사선과 탐사로봇은 모두 태양계 가운데 생명체와 물이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꼽히는 화성에 과연 생명의 흔적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삼고 있다. 주로 지질학 탐사가 이뤄질 전망이어서 벌써 탐사로봇들은 ‘로봇 지질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화성 승부’는 아쉽게도 일찍부터 판가름이 날 조짐이다. 화성에 착륙한 ‘비글2호’는 애초 지난해 12월25일 유럽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질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첫 교신마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ESA는 지상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착륙 예정 지역인 화성 북위 10도 ‘이시디시 평원’을 중심으로 화성 표면을 훑으며 비글2호를 찾아나서는 등 비상상태에 들어갔다. ESA는 비글2호가 착륙한 것은 확실하지만 안테나 방향이 잘못됐거나 주변 암석에 갇히는 ‘사소한 이유’로 교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자존심은 이미 심하게 구겨진 상태다. 비글2호는 화성의 토양과 암석 등을 분석해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하는지 또는 존재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하는 한편, 비글2호를 실어나른 모선인 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화성특급)는 화성 궤도를 돌며 입체카메라와 중력장측정장치, 레이더 등을 이용해 생명체 탐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비글2호와는 별개로 ‘화성특급’ 탐사선의 궤도 내 탐사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반면에 화성탐사 로봇을 2대나 화성에 내려 새해 벽두부터 대대적 탐사를 벌일 NASA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NASA는 이달 말부터 벌써 화성 탐사 취재진을 위한 프레스센터와 기자회견장을 따로 마련해 사전 등록한 기자들에게 흥미진진한 기삿거리를 속속 제공할 예정이다. NASA의 인터넷 홈페이지(www.nasa.gov)에는 ‘화성 2004’(M2K4)라는 초기화면을 내세워 ‘화성 축제’가 무르익고 있다. 화성탐사 활동은 텔레비전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동영상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지난 1997년 화성탐사 로봇 ‘소저너’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했듯이, 이번 탐사에서도 가장 주목받을 주인공은 역시 화성탐사 로봇이다. 이번엔 똑같은 탐사로봇 쌍둥이가 활약한다. 에어백 쿠션을 이용해 화성 표면에 착륙할 무게 185kg, 키 157cm의 탐사로봇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는 무려 9대의 카메라를 달고 갖가지 탐지·분석 장치들을 갖췄다. 또 128MB 메모리의 고성능 컴퓨터가 실려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땅의 경사각을 계산하고 몸체의 균형을 잡는 등 자기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하루 100m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태양전지를 이용하는 탐사로봇은 아침 9시(화성 시각)쯤 일어나 오후 2~3시까지 활동한 뒤엔 이후에는 탐사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는 일을 주로 한다.
외계 생명체 논쟁 종지부 찍을 건가
쌍둥이 탐사로봇의 착륙 예정지 2곳은 무려 150여개 후보 지역들 가운데 선정됐는데, 물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큰 적도 부근의 저지대에다, 로봇이 안전하게 활동할 먼지와 암석이 적은 곳으로 고려됐다. 스피리트 로봇은 적도 부근의 화성 남위 15도 부근의 저지대인 ‘구세프 크레이터’(운석충돌구)에, 오퍼튜니티는 적도 부근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한다. 착륙 직후부터 90여일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오퍼튜니티는 오래 전에 화성에 뜨거운 물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광물을 찾아내는 임무를, 스피리트는 태초에 생겨났을 운석충돌구의 저지대 호수층의 퇴적물을 찾아 물이 존재했는지를 살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로봇들의 탐사 결과가 곧바로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이 수집한 여러 지질학의 데이터들은 지상의 과학자들에 의해 오랜 시간 분석된 뒤에야 그 과학적 가치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새해 벽두에 쏟아지는 화성 현지 소식이 지구인들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일 전망이다. 이번 화성 탐사가 오랫동안 전해지는 ‘화성 생명체’ 주장의 진위를 가려 생명체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철우 기자 | 한겨레 사회부 cheolwoo@hani.co.kr

NASA의 화성탐사 로봇 ‘스피리트’가 지난 4일 촬영해 전송한 화성 표면의 파노라마 사진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화성 승부’는 아쉽게도 일찍부터 판가름이 날 조짐이다. 화성에 착륙한 ‘비글2호’는 애초 지난해 12월25일 유럽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질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첫 교신마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ESA는 지상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착륙 예정 지역인 화성 북위 10도 ‘이시디시 평원’을 중심으로 화성 표면을 훑으며 비글2호를 찾아나서는 등 비상상태에 들어갔다. ESA는 비글2호가 착륙한 것은 확실하지만 안테나 방향이 잘못됐거나 주변 암석에 갇히는 ‘사소한 이유’로 교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자존심은 이미 심하게 구겨진 상태다. 비글2호는 화성의 토양과 암석 등을 분석해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하는지 또는 존재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하는 한편, 비글2호를 실어나른 모선인 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화성특급)는 화성 궤도를 돌며 입체카메라와 중력장측정장치, 레이더 등을 이용해 생명체 탐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비글2호와는 별개로 ‘화성특급’ 탐사선의 궤도 내 탐사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스피리트의 탐사 상상도

유럽우주기구가 쏘아올린 ‘비글2호’는 화성에 착륙한 뒤 교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발사 전의 ‘비글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