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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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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1-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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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 프로젝트 <오선지 위의 행복>

그룹 신중현과 엽전들, 사랑과평화의 베이시스트로 1970, 80년대 가요계의 정상에 있었던 이남이는 88년 <울고 싶어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뒤 홀연히 가요계를 떠났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1년 철가방 프로젝트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조용히 돌아왔다. 이남이와 그의 딸 이단비, 전창성, 엄태환, 정병걸, 김성호 등이 함께한 철가방 프로젝트는 따뜻하고 발랄하면서도 깊이 있는 포크를 들려준다. 춘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소설가 이외수씨는 이 그룹의 종신 전속 작사가임을 자청하여 곡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2번째 음반인 <오선지 위의 행복>을 듣다보면 작은 일상에 대해 소박하면서도 진솔하게 노래하는 이들의 음악 속에서 행복이 느껴진다. “짬뽕을 시키면 자장면이 먹고 싶고 자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먹고 싶네. 중국집에 시킬 때면 헷갈린다 헷갈려. 인생도 이렇게 헷갈리면 안 된다”고 노래하는 <짬뽕과 자장면>에서는 이남이 특유의 간결한 흥겨움이 느껴지고, 어린 시절의 꿈을 노래한 <노란운동화>는 깨끗하고 맑다. 대금, 소금, 해금 등 전통 악기들을 신명나게 사용하면서 서정적인 하모니카, 블루스 느낌이 강한 일렉트릭 기타와 밝은 어쿠스틱 기타를 고루 더해 만들어가는 음악도 풍성하다. INT.

<보헤미안>

세상 어느 한곳에 마음을 정주시키지 않는 족속, 보헤미안. 이 음반의 기획자 임의진은 직업으로 보자면 시인·수필가·여행가·목사이지만, 천성으로 보자면 ‘보헤미안’이라는 말이 딱 맞는 이다. 전라남도 강진의 조그만 시골 교회인 남녘교회 목사인 그는 남한 곳곳, 세상 천지 곳곳을 돌며 음반을 채집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여행 중 얻은 희귀 음악들과 여로에 올라 쓴 글을 함께 엮은 <보헤미안>은 떠남을 축복하고, 위로하는 음반이다. 임의진은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토마스 한센의 <어 나이스 바틀 오브 와인>(A Nice Bottle of Wine)을 들을 때는 ‘붉은 심장을 가진 레드 와인과 초롱초롱 맑은 눈을 지닌 화이트 와인’ 두 친구를 위해 “여행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포도밭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포도밭에는 포도주가 있고 포도주는 인생을 다 알고 있다네”라고 노래한다. 우루과이의 뮤지션 다니엘 비글리에티의 <아메리카를 위한 노래>에 이르면 “하얀 피부의 친구들만 세상에 살면 무슨 재미냐고 저 혼자 대장하고 저 혼자 배부르면 무슨 재미냐고, 아메리카는 나그네의 길”이라고 외친다. 그런가 하면 빌 리치니의 <딜리버 미>(Deliver me)에선 “이젠 그만 떠돌고 여기인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친구여 날 집으로 데려다줘”라고 읊조린다. 여기에 언더그라운드 포크가수 김두수는 신작 <바람소리>로 화답한다. “언젠가 때가 오면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리. 내 영혼에 깊은 잠을 깨우려 저 우는 바람소리.” 음반과 함께 묶인 사진들은 사진작가 김홍희가 임의진과 함께 일본 북해도를 돌며 만났던 풍광을 담은 것이다. 음악평론가 신현준은 이 음반에 대해 “국적 없고, 민족 없고, 나이도 없이 전 세계에 산개한 보헤미안의 노래들을 모았다”며 “이것이 진정한 보헤미안 랩소디(!)이자 Disunited States Of Bohemia”라고 평했다. 폴리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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