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권 대표 작가 김용의 <사조영웅전>… 국내 전문가 대거 참여해 최초로 정식 출판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김용(金庸)의 무협소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송·거란·여진·몽고·서하 등 여러 민족이 힘을 겨루는 시기부터 청나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역사와 허구의 인물들을 뒤섞어가며 펼쳐지는 장대한 이야기들은 묘한 맛으로 독자들을 매혹시켰다. 덩샤오핑이 김용을 초청해 “나도 당신의 소설을 읽었으니 우리는 친구입니다”라고 말했다거나,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김용은 하나의 세계이며, 그것도 천만 독자들의 온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는 세계”라고 했다는 중화권의 찬사와 ‘호들갑’이 좀 지나치다 싶더라도, 막상 책을 붙잡으면 놓지 못하게 하는 그의 글 속 세계에는 분명 <삼국지> 못지않은 매력이 있다. 김용의 무협소설은 대만에서만 1천만부, 중국에서는 1억부 이상 팔렸으며, 그는 중국문화권에서 20세기 최고의 인기 작가로 군림해왔다.
그동안 김용의 작품은 1980년대 중반부터 여러 번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모두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해적판이었다. 따라서 번역과 감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제를 바꿔 출판하거나 내용을 자체적으로 생략한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오래 전에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돼버렸다.
장쾌한 서사로 중화권 사로잡아
최근 김영사가 정식으로 출판계약을 맺고 <사조영웅전> 8권을 내놓았다. <사조영웅전>은 <신조협려>와 <의천도룡기>와 함께 ‘사조삼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1957~59년 홍콩의 <상보>에 연재돼 김용을 인기작가로 만든 대표작이다. ‘사조삼부작’은 80년대 한국에서는 <영웅문>이란 이름으로 출간돼 널리 읽혔다. ‘독수리를 쏜 영웅의 이야기’라는 뜻의 <사조영웅전>은 송나라와 금나라, 몽골이 맞서던 혼란기를 배경으로 금나라 조왕에게 아버지를 잃은 어눌한 곽정과 그를 사랑하는 재치 있고 발랄한 황용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칭기즈칸, 왕중양, 구처기, 악비 등의 실존인물과 건곤오절로 불리는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남제 단지홍, 북개 홍칠공 등 나름의 사연이 있는 강호 고수들이 얽히며, 무공비급인 <구음진경>과 병법서 <무목유서>를 차지하기 위해 고수들이 대결한다. 주인공 곽정은 완벽한 인물이 아닌 어딘가 모자라는 어수룩한 인물이지만 의지와 정의로움으로 아둔함을 극복해낸다. 곽정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사건들을 거치면서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해가면서도 따뜻한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은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한편 여주인공인 황룡은 남다른 재주와 지혜, 활달하면서도 날카로운 판단력을 갖추었으며, 호방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어우러진 여성 영웅이다. 조연들까지 생생한 캐릭터로 그려낸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 중국인의 세계관과 역사, 당시와 명청 소설 등의 문학, 서화, 바둑, 음악, 의술, 다도와 주도, 음식까지 중국 문화와 무공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도 이 책이 수십년 동안 읽히는 이유다. 이번에 출판된 <사조영웅전>은 소설가 유광남과 무협 번역가 이덕옥 등 김용소설번역연구회가 번역을 맡았고, 김홍중 호남대 교수가 원전과 번역문을 대조해 감수했다. 또 김영수 전 영산원불교대학 교수가 자료조사와 역사적 검중을 맡았고, 김용에 대해 다양한 논문을 발표해온 임춘성 목포대 교수가 작품 비평 등 설명을 붙였다. 인물 계보도와 책에 나오는 무공의 해설을 덧붙였고, <사조영웅전>과 작가 김용의 정보를 부록 ‘김용 대하역사무협 <사조영웅전> 미리 읽기’로 묶었다. 생생한 캐릭터들… 언론계에서도 맹활약 중국 저장성 해녕현에서 태어난 김용(본명 査良鏞)은 일본의 중국 침략과 중국혁명 중국 현대사의 사건들을 겪었으며, 20대 초반부터 신문사에서 외신 번역을 하는 등 언론계에 뛰어들었다.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신문의 판매부수를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1959년에는 현재까지 홍콩의 주요 일간지로 꼽히는 <밍바오>를 설립해 낮에는 논설위원으로 논설을 쓰고, 밤에는 무협소설을 썼다. 당시 중국의 문화혁명과 덩샤오핑의 축출과 재기를 예견한 그의 사설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1955년 <서검은구록>을 시작으로 사조 삼부작과 <소오강호>(영화 <동방불패>의 앞 이야기), <천룡팔부> 그리고 1972년 <녹정기>까지 17년 동안 15종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써내고 절필을 선언했다. “그의 문학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담겨 있다”는 평이 쏟아졌고, 작품마다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대만에서는 1980년대에 김용의 문학세계를 연구하는 ‘김학’이 수립되고, 중국에서도 2000년 베이징대학 주최로 김용 소설 국제연구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에 걸쳐 그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조영웅전>,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김영사 펴냄
최근 김영사가 정식으로 출판계약을 맺고 <사조영웅전> 8권을 내놓았다. <사조영웅전>은 <신조협려>와 <의천도룡기>와 함께 ‘사조삼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1957~59년 홍콩의 <상보>에 연재돼 김용을 인기작가로 만든 대표작이다. ‘사조삼부작’은 80년대 한국에서는 <영웅문>이란 이름으로 출간돼 널리 읽혔다. ‘독수리를 쏜 영웅의 이야기’라는 뜻의 <사조영웅전>은 송나라와 금나라, 몽골이 맞서던 혼란기를 배경으로 금나라 조왕에게 아버지를 잃은 어눌한 곽정과 그를 사랑하는 재치 있고 발랄한 황용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칭기즈칸, 왕중양, 구처기, 악비 등의 실존인물과 건곤오절로 불리는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남제 단지홍, 북개 홍칠공 등 나름의 사연이 있는 강호 고수들이 얽히며, 무공비급인 <구음진경>과 병법서 <무목유서>를 차지하기 위해 고수들이 대결한다. 주인공 곽정은 완벽한 인물이 아닌 어딘가 모자라는 어수룩한 인물이지만 의지와 정의로움으로 아둔함을 극복해낸다. 곽정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사건들을 거치면서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해가면서도 따뜻한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은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한편 여주인공인 황룡은 남다른 재주와 지혜, 활달하면서도 날카로운 판단력을 갖추었으며, 호방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어우러진 여성 영웅이다. 조연들까지 생생한 캐릭터로 그려낸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 중국인의 세계관과 역사, 당시와 명청 소설 등의 문학, 서화, 바둑, 음악, 의술, 다도와 주도, 음식까지 중국 문화와 무공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도 이 책이 수십년 동안 읽히는 이유다. 이번에 출판된 <사조영웅전>은 소설가 유광남과 무협 번역가 이덕옥 등 김용소설번역연구회가 번역을 맡았고, 김홍중 호남대 교수가 원전과 번역문을 대조해 감수했다. 또 김영수 전 영산원불교대학 교수가 자료조사와 역사적 검중을 맡았고, 김용에 대해 다양한 논문을 발표해온 임춘성 목포대 교수가 작품 비평 등 설명을 붙였다. 인물 계보도와 책에 나오는 무공의 해설을 덧붙였고, <사조영웅전>과 작가 김용의 정보를 부록 ‘김용 대하역사무협 <사조영웅전> 미리 읽기’로 묶었다. 생생한 캐릭터들… 언론계에서도 맹활약 중국 저장성 해녕현에서 태어난 김용(본명 査良鏞)은 일본의 중국 침략과 중국혁명 중국 현대사의 사건들을 겪었으며, 20대 초반부터 신문사에서 외신 번역을 하는 등 언론계에 뛰어들었다.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신문의 판매부수를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1959년에는 현재까지 홍콩의 주요 일간지로 꼽히는 <밍바오>를 설립해 낮에는 논설위원으로 논설을 쓰고, 밤에는 무협소설을 썼다. 당시 중국의 문화혁명과 덩샤오핑의 축출과 재기를 예견한 그의 사설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1955년 <서검은구록>을 시작으로 사조 삼부작과 <소오강호>(영화 <동방불패>의 앞 이야기), <천룡팔부> 그리고 1972년 <녹정기>까지 17년 동안 15종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써내고 절필을 선언했다. “그의 문학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담겨 있다”는 평이 쏟아졌고, 작품마다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대만에서는 1980년대에 김용의 문학세계를 연구하는 ‘김학’이 수립되고, 중국에서도 2000년 베이징대학 주최로 김용 소설 국제연구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에 걸쳐 그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