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체세포 복제의 성과… 백두산호랑이도 복제 가능성 높아
(사진/체세포 복제 과정을 거친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대량 번식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백두산호랑이와 자이언트판다) 성공적인 출산에 이를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민족의 영물 백두산호랑이는 끝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만주나 연해주 지역에 200여 마리 안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백두산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야생 상태로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백두산호랑이를 멸종 위기에서 구할 가능성을 제공한 건 체세포 복제기술. 복제 젖소 ‘영롱이’와 복제 한우 ‘진이’를 복제한 데 이어 인간배아 복제를 배반포 단계까지 성공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백두산호랑이 복제를 내년으로 미루었다. 백두산호랑이 복제가 임신에는 성공했지만 출산에 이르지 못해 미완의 성공으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종간 핵이식에 의한 수태로 멸종동물 복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극 얼음장 밑의 매머드가 꿈틀꿈틀
백두산호랑이처럼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멸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전조를 보여준다. 유전적 보고인 서식지가 고립되면서 생존을 위협 받는다.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지는 탓이다. 이미 지구는 인간의 부적절한 생산활동과 건조물, 갖가지 형태의 오염으로 인해 원형을 되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신놀음’을 하고 있다”는 영국의 생태학자 노먼 마이어스의 지적은 생물종들이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무너진 방주’를 확인하게 할 뿐이다. 세계야생기금(WWF)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세계의 동식물 서식지 3분의 1이 위협 받고 있으며 이번 세기말에는 대부분의 서식지들이 사라질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지금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마운틴 피그미 포섬, 이디오피아의 게란다 비비, 멕시코의 모나크 버터플라이 등은 멸절 위기에서 허덕이는 실정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되살리는 복제기술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린다. 복제기술은 서식지를 잃고 야생의 본성을 잃고 인간의 손길에 의지해 연명하는 멸종 위기의 생물종들한테 복음을 전한다. 야생의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서 멸종 혹은 멸종 위기 동물의 생식세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체세포 복제기술이 생명의 연금술사 구실을 한다. 귀와 코 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결합하면 생명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을 하는 어미는 같은 종이 아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복제기술은 멸종동물을 되살리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서식지의 복원없이 인위적인 대량생산이 멸종동물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복제기술이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도구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백두산호랑이의 수태를 가능하게 한 체세포 복제는 생식세포(정자와 난자)가 없어도 체세포가 단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복제를 가능하게 한다. 이미 1999년 6월 미국 유타주립대의 케네스 화이트 박사팀은 중앙아시아산의 크고 구부러진 뿔을 가진 멸종 위기의 야생양 아르갈리(argali)에서 유전 물질을 추출한 다음 소의 난세포에 옮기는 방법으로 멸종동물 복제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달 말에는 미국의 아이오와 암소가 세계 최초로 멸종 위기의 종을 출산할 예정이다. 서식지 붕괴로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인도산의 들소 가우어(gaur)가 아종간 복제로 태어나는 것이다. 가우어와 아이오와 암소는 유전적 차이가 없다. 게다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인 아프리카의 봉고 영양과 살쾡이, 수마트라섬의 호랑이, 자이언트 판다 등도 체세포 복제기술을 통해 종의 새로운 번성을 꾀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시베리아 동토지역의 얼음장 속에 세포 형태로 남아 있는 매머드도 꿈틀대고 있다. 몇 세기 전에 멸종한 매머드의 완전한 체세포를 확보해 복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매머드의 체세포는 영하 20도 아래에서 동결 보존되고 있다. 현재 털과 근육조직 등에서 원상태로 보존된 체세포를 확보해 DNA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이제 체외수정 같은 기초적인 생식 전략을 단숨에 뛰어넘는 체세포 복제를 통해 머지 않아 야생 상태의 판다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고, 매머드도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현대판 노아의 방주는 멸종동물마저 환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지난 5월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연구진은 1930년대에 완전히 사라졌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DNA를 극적으로 추출한 것이다.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육식 동물이었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에게 환생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1866년부터 알코올병에 보존되어 온 새끼의 사체였다. 연구진은 호랑이 사체에서 심장과 간, 근육, 척수 조직 등의 샘플을 성공적으로 추출해 DNA가 세포분열이 가능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DNA는 현재 냉동 보존상태에서 복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복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호랑이의 뿌리인 타이라신(Thylacine)계 호랑이를 대량복제해 집단군을 형성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시체에서 체세포 추출해 DNA 확인
그렇다면 국내에서 멸종 위기의 생물종을 보존할 가능성을 확인한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 복제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황우석 교수는 먼저 암컷과 수컷 호랑이의 귀에서 각각 공여핵 세포를 마련했다. 이 체세포를 배지에서 배양한 뒤 적당한 시기에 영양분 공급을 줄여 귀세포의 기능을 잠재웠다. 그 과정에서 배지 안의 세포는 완전한 백두산호랑이가 될 수 있는 유전정보를 획득한다. 수핵난자는 호랑이에게서 얻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식육 소와 고양이의 난자를 이용했다. 소의 난세포는 도살장 등지에서 많은 양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소의 생식기에서 난자를 뽑은 다음 핵을 제거해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를 합해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복제배아를 개복수술로 이식받은 처녀 사자는 임신 후반기까지의 징후를 뚜렷하게 보였지만 끝내 새끼 호랑이를 출산하지는 못했다.
생리특성이 잘 알려진 가축복제의 유산율이 30%대에 이르는 점을 생각할 때 대리모 수를 늘린다면 백두산호랑이의 복제 가능성은 충분하다. 복제양 돌리는 277번의 실패 끝에 태어나기도 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한 만큼 재도전을 기다려볼 만한 셈이다. 다만 종간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세포융합기술의 고도화나 대리모의 유산을 막는 방법 등을 도입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황우석 교수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포유동물보다 까다로운 고양이과의 난 분할 과정에 관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다종간핵이식 복제에 의한 멸종동물의 출산도 기대할 수 있다. 황우석 교수는 백두산호랑이 이외의 세계적인 멸종동물 복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복제 동물은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나
생물종의 멸종은 지구가 생긴 이래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자연현상이다. 그럼에도 최근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에서 유전 물질을 수집해 ‘동결 동물원’(frozen zoo)을 구축하는 것은 멸종 속도가 과거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결 동물원을 벗어난 이종간 복제로 태어난 동물들이 야생상태에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힘들다. 한종의 난세포를 사용해서 다른 종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난자핵이 제거되더라도 난자 세포질 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복제의학자들은 젖을 생산하는 능력에만 미세하게 영향을 끼치는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다른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미루어 짐작하기 힘들다. 게다가 다른 종 사이의 바이러스 감염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복제 생물종의 위험성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전자 복제로 태어난 멸종동물이 대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복제동물이 태어난 뒤에 면역체계가 정상적인 발달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탓이다. 일단 복제과정을 거치게 되면 DNA 유전 정보의 재편성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상적인 면역체계 발달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결함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인공 복제된 생물종이 자연종보다 노화가 더디게 이뤄진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가 전체 복제동물의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직 미완의 가능성만을 보여주고 있는 복제기술에 의한 노아의 방주. 그 속에선 지금 잃어버렸던 생명이 다시 태어나고 있지만, 환생한 동물들이 살아갈 서식지는 아직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 |
![]() |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되살리는 복제기술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린다. 복제기술은 서식지를 잃고 야생의 본성을 잃고 인간의 손길에 의지해 연명하는 멸종 위기의 생물종들한테 복음을 전한다. 야생의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서 멸종 혹은 멸종 위기 동물의 생식세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체세포 복제기술이 생명의 연금술사 구실을 한다. 귀와 코 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결합하면 생명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을 하는 어미는 같은 종이 아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복제기술은 멸종동물을 되살리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서식지의 복원없이 인위적인 대량생산이 멸종동물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복제기술이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도구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백두산호랑이의 수태를 가능하게 한 체세포 복제는 생식세포(정자와 난자)가 없어도 체세포가 단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복제를 가능하게 한다. 이미 1999년 6월 미국 유타주립대의 케네스 화이트 박사팀은 중앙아시아산의 크고 구부러진 뿔을 가진 멸종 위기의 야생양 아르갈리(argali)에서 유전 물질을 추출한 다음 소의 난세포에 옮기는 방법으로 멸종동물 복제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달 말에는 미국의 아이오와 암소가 세계 최초로 멸종 위기의 종을 출산할 예정이다. 서식지 붕괴로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인도산의 들소 가우어(gaur)가 아종간 복제로 태어나는 것이다. 가우어와 아이오와 암소는 유전적 차이가 없다. 게다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인 아프리카의 봉고 영양과 살쾡이, 수마트라섬의 호랑이, 자이언트 판다 등도 체세포 복제기술을 통해 종의 새로운 번성을 꾀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시베리아 동토지역의 얼음장 속에 세포 형태로 남아 있는 매머드도 꿈틀대고 있다. 몇 세기 전에 멸종한 매머드의 완전한 체세포를 확보해 복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매머드의 체세포는 영하 20도 아래에서 동결 보존되고 있다. 현재 털과 근육조직 등에서 원상태로 보존된 체세포를 확보해 DNA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이제 체외수정 같은 기초적인 생식 전략을 단숨에 뛰어넘는 체세포 복제를 통해 머지 않아 야생 상태의 판다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고, 매머드도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현대판 노아의 방주는 멸종동물마저 환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지난 5월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연구진은 1930년대에 완전히 사라졌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DNA를 극적으로 추출한 것이다.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육식 동물이었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에게 환생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1866년부터 알코올병에 보존되어 온 새끼의 사체였다. 연구진은 호랑이 사체에서 심장과 간, 근육, 척수 조직 등의 샘플을 성공적으로 추출해 DNA가 세포분열이 가능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DNA는 현재 냉동 보존상태에서 복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복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호랑이의 뿌리인 타이라신(Thylacine)계 호랑이를 대량복제해 집단군을 형성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시체에서 체세포 추출해 DNA 확인

(사진/체세포 복제로 번식을 꾀하는 동물들. 인도산 들소 가우어,자이언트판다,아프리카 봉고 영양(위부터 시계방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