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문/화/게/시/판

488
등록 : 2003-12-11 00:00 수정 :

크게 작게

콘서트 | 열다섯번째 인권콘서트

12월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장충체육관(02-763-2606, www.minkahyup.org)

이 공연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89년이었다. 그 뒤 지금까지 12월 세계인권선언일 즈음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된 인권콘서트는 올해엔 이주노동자·동성애자·비정규직 노동자·양심적 병역거부자·보안관찰자의 다섯 가지 인권 이야기를 주제로 했다. 프로젝트 그룹 ‘스탑! 크랙 다운’(단속 중단)은 코리안드림을 안고 이 땅에 왔다가 ‘불법’의 이름으로 추방당할 처지에 놓인 12만 강제추방 대상 이주노동자들을 대변한다. ‘스탑! 크랙다운’은 최초의 외국인 이주노동자 밴드 ‘유레카’의 멤버 소모두와 한국 생활 10년째인 강라이와 마누가 농성장에서 만나 결성한 밴드다. 하리수, 홍석천 또한 다른 ‘무명의’ 트랜스젠더, 동성애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다름’을 ‘비정상’으로 몰고 가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 ‘집단 커밍아웃’을 선언한다. <야생초 편지>의 작가이자 이제는 감옥 밖에서 ‘피보안관찰자’ 신분인 황대권도 그에게 보안관찰 처분을 내린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인권 편지를 띄운다. “꽃들은 잘났건 못났건 생긴 대로 제 꽃을 피워내며 조화롭게 살고 집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가 만든 기준으로 생명을 죽입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검열하는 보안관찰은 반생명입니다.”

인권콘서트의 단골 뮤지션도 만날 수 있다. 올해로 11번째 무대에 올라 최다 출연하는 정태춘·박은옥, 양심수 자녀들, 청각장애 아이들과 희망을 노래해온 김종서, 김종서와 마찬가지로 8번째 출연해 무대를 빛내는 꽃다지,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의 양심수를 위해서 이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해철·넥스트(3번째) 등이 참여한다. 2001년 인권콘서트에서 명계남과 ‘온몸 바치는’ 사회를 보다 무대에서 떨어지기도 한 ‘인권콘서트 전문 사회자’ 최광기가 올해도 무대를 주름잡는다. 그는 기부문화의 전파자 박원순과 함께 인권산타와 루돌프로 분장해 관객들에게 ‘인권’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전시 | 아트스펙트럼 2003

12월17일~2004년 2월29일 서울 호암갤러리(02-771-2381)

아트스펙트럼은 한해 걸러 개최하는 한국 현대작가 기획전으로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를 맞는 올해는 특히 20~30대 젊은 작가들을 골랐다. 전시 전체를 묶는 특정 주제를 따로 설정하지 않고 작가별로 독립된 전시공간을 마련해 개인별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수진(34), 박세진(26), 미나&사사(30·31), 이윤진(31), 문경원(34), 한기창(37), 이한수(36) 등 7팀의 작가들은 사진과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변화 진행 중인 한국 미술의 ‘오늘’을 보여준다. 화폭 전면에 만화 같은 군상들을 촘촘히 그려넣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정수진, 낭만주의 회화풍의 이상적인 풍경 안에 헬리콥터, 미확인비행물체(UF0) 같은 낯선 존재를 그려넣는 박세진, 현대인들의 욕망과 소비의 과잉을 유머스럽게 꼬집는 박미나&사사, 식탁이나 의자 같은 일상 소품들의 사진 속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이윤진,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수공업적 드로잉을 결합한 문경원 등 발랄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뮤지컬 | 풀몬티

2004년 1월18일 서울 한전아츠풀(02-2272-3001)

영국에서 최다 장기 상영을 기록한 <풀몬티>가 뮤지컬로 돌아왔다. ‘몽땅 벗는다’는 뜻의 영화 <풀몬티>는 더 이상 뺏길 것도 없는 가난한 무직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살길을 도모하다 돈이 되는 스트립쇼를 연다는 슬프고도 웃긴 스토리다. 실직으로 아내의 사랑마저 잃을 처지에 놓인 데이브, 이혼한 전처로부터 아들마저 뺏길 위기의 제리, 자살미수의 말콤, 퇴직한 흑인 제철공 호스 등 6명의 실직자들은 스트립쇼를 준비하며 우정을 키우고 몸을 단련한다. 결국 쇼를 성공으로 마무리하며 풀 죽었던 남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한다. 5년전 구제금융기의 불황에 허덕이던 한국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 영화가, 경제난이 심각한 요즘 다시 뮤지컬의 옷으로 갈아입고 찾아온 인연이 심상치 않다.

영화 <풀몬티>는 영국산이지만 뮤지컬 <풀몬티>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다.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올려진 뮤지컬 <풀몬티>는 배경도 영국의 셰필드에서 뉴욕의 버팔로로 바꿨고 분위기도 좀더 가볍게 변화시켰다. 테렌스 맥낼리의 대본과 잭 오브라이언의 연출, 제리 미첼의 안무, 데이비드 야즈벡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로 거듭난 <풀몬티>는 대처리즘의 그늘을 날카롭게 고발한 영국의 블랙 코미디에서 좀더 미국적 코드가 담긴 코미디로 탈바꿈했다. 이번 한국 무대에서는 원작을 최대한 유지한 채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변우민·임하룡 같은 낯익은 배우들과 함께 이무현·차현주·김장섭 등 뮤지컬 배우와 라이브밴드 30명이 출연한다. 한진섭 연출.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