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켄즈버그 소년합창단 <서클 오브 라이프>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 소프라노보다 더 고운 목소리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변성기가 되면 더 이상 합창단원으로 노래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구름 속에서 잠깐 빛나는 햇살을 볼 때의 안타까움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드라켄즈버그 소년합창단의 두 번째 음반 <서클 오브 라이프>는 기존의 소년합창단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남아공을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휘감는 드라켄즈버그 산맥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처럼, 이들의 노래는 아프리카 대자연의 들판에서 울리는 듯한 소년들의 건강한 목소리가 특징이다. 유럽의 소년합창단처럼 여릿여릿하고 매끄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힘차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도시의 공해에 때묻은 귀를 씻어준다. 영화 <라이온 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 등 하이라이트 모음곡에서 시작해 1960년대 벤 킹의 히트곡 <스탠드 바이 미>, 에릭 클랩턴의 <티어스 인 헤븐> 등 친숙한 팝송들과 마스카니의 오페라곡 <부활절 찬송> 같은 클래식 종교곡들과 성경의 시편을 아프리카어로 옮긴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아프리카 전통 민요 등 전부 16곡이 담겼다. 드라켄즈버그 소년합창단은 해발 3천m의 드라켄즈버그 산맥 속에 있는 학교로 본래는 백인 위주였지만 요즘에는 실력 있는 흑인학생들도 영입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시민들을 위해 학교 강당에서 콘서트를 여는데, 합창을 할 때는 강당 양쪽 문을 활짝 열어놓고 노래를 불러 자연과 함께하는 정신을 표현한다. 시샵뮤직.
몬타뇰라는 헤르만 헤세가 43년을 지낸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다. 그는 이곳에서 <데미안>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등 대표작을 집필하며 문학의 절정기를 보냈다. 음반 <몬타뇰라>는 독일 출신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베른바르트 코흐가 국내 음반사 JMI의 주도로 세계 음반시장을 겨냥해 독일에서 제작한 것이다. 코흐는 쾰른대 음대 출신으로 1995년 출시된 음반 <스틸 매직>은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에어차이나, 대한항공 등에서 기내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는 “9·11 테러와 아프간 침공, 이라크 전쟁을 보며 헤르만 헤세의 인생과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면서 “미국 반전운동의 기수였던 히피들에게 성자로 불렸던 헤세에게 바치는 15곡을 만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첫 곡 <피스 윌 컴>은 묵직하면서도 맑은 타건으로 절정의 순간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타이틀곡이기도 한 <몬타뇰라>는 오른손과 왼손이 번갈아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면서 따뜻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데미안>의 명구는 마지막 15번째 트랙 신을 향해 날아가는 비상의 이미지가 그려진 <플라잉 투 아브락사스>로 형상화된다. ‘이지 히어링’에 주목적을 두는 뉴에이지 음악이 아니라, 무겁고 진지하게 인생과 문학을 명상하게 하는 음악이다. JMI.

<몬타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