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아득한 원시시대의 인간은 수렵과 채취를 통해 먹고살 길을 헤쳐갔다. 이는 자연의 산물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므로 어떤 산업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그러다 대략 8천년 전에 처음으로 뿌리고 거두는 농경생활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인류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그래서 이 변화는 흔히 신석기혁명 또는 농업혁명이라고 일컫는다. 꼭 이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농업을 1차산업이라 부르는데, 이에 비춰보면 수렵과 채취는 0차산업이랄 수 있겠다.
18세기 들어 증기기관이라는 커다란 에너지원과 그동안 축적된 기술상의 혁신이 맞물려 공산품의 제조업이 급격히 발전했다. 이것이 본래 의미로서의 산업혁명이며, 이를 토대로 성립된 산업들이 2차산업이다. 그런데 2차산업이 발전하면서 물류 유통, 금융 및 기타 용역 분야의 융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혁명’이라는 표현이 없다. 그러나 앞선 산업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3차산업이라 불러 서로 구별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제3의 물결>이란 책을 써서 그때부터 약 30년에 걸쳐 이른바 ‘정보화혁명’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만 해도 이는 단순 예측 이상의 의의를 갖지 못했다. 그는 전자공학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 생산체제와 통신수단의 발달을 토대로 이런 예측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진정한 기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제3의 물결을 도도하게 밀어붙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인터넷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세계와 독립된 새로운 세계를 창출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가상공간은 물리적으로 좁은 곳에서 더욱 넓게 펼쳐진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인터넷 강국으로 인정받는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에 있다. 이런 조건 아래 초고속 인터넷망이 말 그대로 초고속으로 깔렸다. 나아가 또 다른 주요 통신수단인 휴대전화의 보급에도 크게 유리했다. 그래서 주요 원천 기술은 아직 선진국의 것이지만 활용에 있어서는 최고의 첨단 경연장이 되었다.
이와 같은 정보화혁명을 통해 ‘상상력산업’이라고 할 제4차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라는 거대한 상상력산업에서 절대 우위를 점해왔다. 그런데 최근의 추세를 발판으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쥬라기공원>이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 몇편으로 자동차 몇백만대의 수출과 맞먹는 돈을 벌어들인다. 일본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리고 영국은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을 통해 국가 경제가 살아날 정도의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행히 위에서 보았듯 우리의 조건도 불리하지 않다. 대표적 예가 게임산업이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게임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에서는 우리가 선두 주자다. 비록 현재는 일부 분야에 지나지 않지만 높은 교육수준과 첨단지향적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우리의 앞날은 밝다. 여기에 옛날 산업에서는 불리했던 요소들까지 장점으로 되살아나 미래의 성장 엔진이 될 상상력산업이 크게 융성하기를 기대한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유은주
다행히 위에서 보았듯 우리의 조건도 불리하지 않다. 대표적 예가 게임산업이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게임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에서는 우리가 선두 주자다. 비록 현재는 일부 분야에 지나지 않지만 높은 교육수준과 첨단지향적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우리의 앞날은 밝다. 여기에 옛날 산업에서는 불리했던 요소들까지 장점으로 되살아나 미래의 성장 엔진이 될 상상력산업이 크게 융성하기를 기대한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