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두레’의 가사노동 사회화 실험]
200여년 전부터 공동체를 꿈꾸는 이상적 사회주의자들의 머릿속엔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청사진으로 그려졌다. 가사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부엌일과 아이돌보기를 공동으로 하고 이를 위해 식당과 육아방을 주거단지 중심에 배치하는 안을 구상했던 것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 생활협동조합 ‘두레’ 회원들 역시 이러한 공동체를 꿈꾼다. 11월21일 개업한 ‘동네부엌’은 그 희망이 맺은 소중한 결실이다. ‘동네부엌’은 1년여 전부터 시작한 온라인 반찬가게 매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것이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동육아조합과 유기농 먹거리를 공급받는 생활협동조합이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이 동네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직장에서 돌아온 지친 엄마가 아이들과 금방 저녁밥을 차려먹을 수 있도록 반찬을 공동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부녀회장인 박미현(40)씨가 총대를 멨다. 회사를 접고, 16년 경력의 전문 영양사 경험을 살려 주민들의 밥상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그는 생협에서 사오는 건강한 재료로 균형 있는 영양식단을 짠다. 여기에 20년 동안 조리사로 일한 이한숙(55)씨의 솜씨가 보태져 맛있는 반찬이 탄생한다. 같은 재료로도 조리법을 달리해 한달에 같은 반찬을 두번 이상 내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언뜻 보면 주택가에 흔한 반찬가게 같지만, ‘동네부엌’은 말 그대로 동네 사람들의 밥상을 차려주는 공동부엌이다. 회원들은 한달에 7만원을 내면 월·수·금 일주일에 세번씩 두가지 반찬을 찾아간다.
“동네부엌이 생기면 엄마의 손맛을 아이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밥상을 차리는 건 아닐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동네부엌 반찬을 이용하면서부터 집에서 밥만 해서 일찌감치 온가족이 뚝딱 먹고 함께 둘러앉아 책도 보고 아이들과 놀이도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좋아들 해요. 특히 손질이 복잡한 채소 반찬을 많이 먹게 되니까 기름진 고기도 덜 먹게 되고 외식도 줄었다고 합니다.” 박미현씨는 동네부엌이 점점 자라나 주민들이 함께 밥을 먹는 ‘동네식당’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