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3국 문화의 코드를 해석한 <매화>]
매화(梅化)는 서양에는 없는 나무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인상파 화가 고흐의 <일본 취미-매화>(Japonaiserie: Flowering plum tree)에서 보듯, 매화는 서양인들에게 동양 문화를 상징한다.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쓰촨성 일대로 똑같은 한자 이름과 함께 한국과 일본으로 건너왔다. 매화는 동북 아시아 3국만이 공유하는 특수하고 다양한 문화의 한 주인공이다. “매실은 보기만 해도 갈증이 멎는다고 하여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고 한다”는 조조의 고사가 있고, 조선의 대표적 유학자 퇴계는 임종 직전 “저 매화에 물을…”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 22명의 학자가 쓴 <매화>(생각의나무 펴냄)는 동북아 3국이 공유한 매화의 상징과 이미지를 고리로 삼국의 ‘문화 유전자’를 찾아내려는 작업이다. 지은이들은 이 지역을 ‘매화문화권’으로 부르면서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 속에 세겨진 공통점과 이질성을 찾아다닌다.
매화는 세 나라의 유교와 도교, 불교, 민속신앙에 얽혀 있다. 세한삼우(歲寒三友)나 사군자(四君子), 청우(淸友), 청객(淸客), 설중군자(雪中君子) 등의 수식어는 매화가 한겨울에 생명을 틔워내는 것과 연관이 있는데, 이는 유교·성리학의 이념과 군자의 이미지로 발전했다. 그러나 매은(梅隱)·매선(梅仙) 등의 말처럼 도교와도 관련이 깊은데, 눈 내린 산중에 매화를 찾아다니는 탐매(探梅)·심매(尋梅)에서도 신선이나 은자를 찾아 다니는 구도의 상징성이 엿보인다. 일본의 선불교 선승들이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를 즐겨 그린 것은 매화와 불교와의 관련을 보여주며 매화가 각종 전각의 영정에 장식 등으로 쓰인 것은 민속신앙과의 친연성을 드러낸다.
지은이들은 중국의 <사문유취> <한산시>, 안민영의 <매화사>, 판소리 <강릉매화타령>, 조선 후기 고전소설 <매화전>, 일본의 <만요슈>와 <고급집>, 하이쿠 등에 나타난 매화의 청초함과 지조 등의 이미지를 살폈다. 또 여인들의 대표적 장신구인 비녀와 각종 문장(紋章), 약용 또는 식용으로 쓰인 매실, 선비의 문방구 등에 등장한 매화의 용례를 살핀 풍속비평의 글들도 실렸다. 흔히 매화는 군자의 절개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지나, 중국에서는 순결한 미녀와 정절의 상징으로, 일본에서는 섹슈얼리티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이들 세 나라의 그림과 글, 장신구 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도판들이 충실하게 실려 있어 보는 즐거움도 준다.
출판사쪽은 유한킴벌리의 지원을 받아 이 책을 시작으로 한·중·일 3국의 학자들이 참여해 난초, 십이지 등 ‘문화 표제어’를 매개로 세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풀어낸 단행본을 계속 펴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