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최근 영국과 핀란드의 합동 연구팀이 세계 60개국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국민들의 지능지수(IQ)가 높으면 국내총생산(GDP)도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된 나라들의 IQ 분포는 70에서 105 정도다. 그 가운데 한국·일본·중국·대만의 평균이 105로 가장 높고, 미국·캐나다·유럽·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이 100이며, 기타 나라들이 100 미만의 분포를 보인다. 이 분포 중에 두 번째 그룹의 나라들이 가장 잘산다는 점이 보여주듯 IQ와 GDP의 비례관계가 곧이곧대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중국·대만이 겪었던 역사적 특수성을 생각하면 이 불일치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 결과를 두고 볼 때 도대체 여기의 지능이 무엇을 가리키는가 하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검증된 전문가들에 의한 연구였을 것이란 점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와 같은 수치를 말 그대로 IQ로 해석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의 경우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고 하므로 다행이랄 수 있다. 하지만 70가량의 경우 정신지체에 해당하는데 과연 어떤 나라의 국민 대부분을 이렇게 치부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사실 이런저런 부수적 요소를 떠나 IQ의 본래 정의에 충실한다면 어느 나라든 평균 IQ는 당연히 100이다. IQ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미리 정해놓고 각 개인의 지능이 그 분포 속의 어느 위치에 있는가만 가름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수치는 지능 이외의 다른 특성을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특성으로 가장 유망한 것은 평균 교육수준 또는 평균 학력이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가 비록 GDP에서는 좀 떨어지지만 국민 모두 열심히 공부한 덕에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학력을 갖추었다고 풀이된다. 그래서 막연히 머리가 똑똑하다며 우쭐대기보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었다는 정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100 미만의 ‘점수’를 얻은 나라들도 ‘멍청이 나라’란 식의 터무니없는 굴레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말하자면 빈곤과 학력 저하가 악순환을 이룬 것만도 억울한 터에 그 중 일부만 떼어 “머리가 나빠서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인종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이 해석은 최상의 평균 학력을 가진 우리가 왜 아직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가 하는 점을 돌이켜보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나라의 국부가 기본적으로 평균 학력에 의존한다는 주장은 사실일 것도 같다. 하지만 위 결과는 평균 학력이 높은 것만으로는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분포의 ‘폭’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예상된다. 예전부터 우리의 중등교육은 ‘평준화’가 아니라 ‘평균화’라는 비판이 많았다. 평균 학력을 높이되 모든 사람을 평균 부분에만 너무 밀집시킨다는 뜻이다. 열악한 교육 여건에서 학생들의 독자성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결과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뛰어난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 반면 서구 여러 나라의 경우 평균은 동아시아보다 낮지만 분포의 폭이 넓어 최고 수준의 인재층도 두텁다. 그런데 빌 게이츠의 예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그런 인재들의 기여도는 참으로 크다. 이번 결과를 우리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여 우리 교육의 틀을 다시 돌아보도록 해야겠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유은주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