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이란 말에는 기(氣)에 공(功)을 들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수천년 동안 신선술, 도인법, 토납법, 내단술 등 전통적 양생법이 전래돼 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중국 전국시대 초기의 <행기옥패명>(BC 380년께)을 든다. 우리나라에는 일부 양생법이 고구려 이후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고구려 초기나 그 이전에는 중국이 우리나라로부터 신선술과 의술의 일부를 전수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어쨌든 기공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중국에서 보편화된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공은 몸의 움직임과 호흡의 조절과 정신수양을 겸한 양생법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신체조와 호흡운동과 초월명상(TM)을 종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공에는 보건 의료를 목적으로 하는 건강기공과 무술 강신(强身)을 목적으로 하는 무술기공 두 가지가 있다. 건강기공은 비교적 유연한 수련 방식을 택하므로 연기공이라 하고, 무술기공은 높은 단련 방식을 취하므로 경기공이라 한다. 기공을 수련하는 구체적 방법을 공법이라고 하는데, 과거 3천년 동안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온 공법이 무려 3천~4천 가지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눈알을 좌우상하로 굴리는 목공, 혀를 휘휘 놀리는 설공, 항문을 죄어 올리는 제항공(提肛功), 잠자리에서 하는 상상공(床上功) 등이 있다.
기공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게 교감신경 기능을 감소시키는 이완 반응,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화학 반응 등이다. 또한 기공은 독성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고, 신진대사의 효율성을 높여 조직재생력을 강화한다. 뇌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다. 뇌의 좌우 반구의 편측성을 조정해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고, 시상하부·뇌하수체·송과선·뇌척수액의 기능 조절로 통증 완화와 감정 안정을 돕는다. 오늘날 치료기공은 흔히 소화기질환·천식·관절염·불면증·통증·우울증·불안증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심장질환·암·에이즈 등 난치병의 투병력 증진에도 쓰인다.
요즘 기공은 미국과 유럽 등을 비롯해 전 세계에 놀라운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신체단련에 유익하며 체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중환자의 질병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마음의 안정을 꾀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기공이 확산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간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공은 걸으면서 할 수 있고 서서도, 앉아서도, 누워서도 할 수 있다. 심지어 침대에 눕거나 의자차(wheelchair)에 앉아서도 할 수 있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