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윙찬 <아시아의 인형>
동양과 서양이 맞부딪쳐 역사의 격랑을 만들어낸 19세기 후반~20세기 초는 아시아에 많은 이산자들을 낳았다. 1949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웡윙찬도 그에 속한다. 일본으로 이민온 중국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웡윙찬에게 음악이란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과도 같았다. 마치 15살 때 조부모를 만나러 떠났던 인상적인 홍콩 여행처럼 음악은 끊임없이 도돌이표를 그리며 자아의 뿌리를 물었다. 19살 나이에 재즈와 솔에 심취해 프로 뮤지션의 길에 들어선 웡윙찬은 1991년 사토와 레이블을 설립해 일본 전통 동요을 새롭게 매만진 를 내며 데뷔했다. 이제까지 스스로 작곡하고 연주한 10여장의 솔로 음반을 내놓았으며 의 텔레비전 시리즈물 음악을 맡고 재즈밴드 WIM을 이끄는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음반 타이틀곡인 <아시아의 인형>(香港人形)은 1997년 일본 발매 당시 104살 생신을 맞은 할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다. 중국 상인 집안의 귀한 딸(아시아 인형)이었던 할머니는 14명의 자식을 낳고 전족 때문에 오그라진 발로 100여년 세월을 꿋꿋이 버텨왔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가운데 홍콩에서 할머니가 손자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올 거냐고 묻는 소리, 콰앙 울리는 경극의 징소리, 폭죽 터지는 소리, 홍콩 중국반환 의식의 영어 연설문 등이 삽입된다. 마지막에 겹쳐지는 출렁이는 파도소리는 중국에 반환된 홍콩의 미래와 고단한 시간을 견뎌온 할머니의 삶이 편안한 ‘항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듯하다. 이 밖에도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인 히카리의 곡에 감명받아 작곡한 사랑스럽고 따뜻한 곡 <프레즌트 프롬 히카리>, 우리나라 텔레비전 드라마 <겨울연가>에 담겼던 등이 실렸다. C&L뮤직.
원영실 · 최희연의 <이인>
보통 전통음악에서 가야금과 거문고 같은 현악기는 박을 짚어주고, 대금이나 피리 같은 관악기는 이 박자를 근거로 선율을 연주한다. 이때 해금은 저음부의 현악기와 고음부의 관악기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인>은 가야금과 해금이 만나, 담장이 맞붙은 이웃집처럼 사이좋게 장단과 선율을 나누는 음반이다. 화사한 멜로디로 18현 가야금과 해금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봄이 뜰앞에 왔다는데>(황의종 작곡), 굿거리·동살푸리·자진모리 장단을 이용해 키르기스춤·고려춤·우즈베크춤의 흥겨움을 살린 <알타이춤곡>(전의평 작곡) 등 5곡의 창작곡이 실렸다. 신나라뮤직.
이정선 11집 <핸드 메이드>
‘포크기타의 명인’ 이정선이 음악생활 31돌을 맞았다. 1977년 ‘해바라기’, 79년 ‘풍선’, 86년 ‘신촌블루스’ 등을 거치며 한국 기타의 큰 산으로 우뚝 선 그의 지향점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음악’이다. 그렇기에 그의 11집 음반 이름은 ‘핸드 메이드’다. 풍성한 기타음 속에 아쉽게 중얼거리듯 “한번쯤 뒤돌아볼 만도 한데”라는 노랫말이 아련하게 되풀이되는 <상실>이나 “비가 내리면 외로운 여자/ 누구라도 자꾸 그리워 떠나고 싶네”와 같은 처량한 가사의 <빗속에 서 있는 여자> 등의 수록곡들은 이 음반이 다분히 과거의 시간에 매달려 있음을 전해준다. 그러나 매끈한 기계음보다 거칠지만, 가쁜 숨소리나 우연한 스트링의 마찰 등이 전해지는 그의 음악은 그 과거가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산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YBM서울음반.

원영실 · 최희연의 <이인>

이정선 11집 <핸드 메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