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한글교실’ 반장답게 먼저 온 미셜이 교육실을 매만지고 있다. 군남 초두 산골짝 동네 가겟집으로 시집온 미셜은 아침 9시 차 타고 오느라 부지런을 떨었단다.
같은 필리핀 출신인 오팰리아가 4개월 된 아들 진성이를 데리고 들어오자 부러운지 “우리 아들이예요” 하며 사직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필리핀 친구와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오메 이쁘네, 보고 잡아서 어찌 나왔다요?”라고 너스레를 떨자 “시어머니가 봐줘요”라며 수줍게 사진을 거둔다. 오팰리아의 아들 진성이는 어찌나 순한지 2시간 내내 교육 도우미의 품에 안겨서 찍소리 없이 큰 눈만 둥글리며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한국말이 아직 서툰 타이 출신 랄리왈리는 한국에 온 지 3년 된다며 손가락 세개를 쫙 펴보인다. 형님이 운영하는 면소재지 식당에서 일하는 랄리왈리는 남자 손님이 던지는 짓궂은 장난에 맘 상해서 울었던 적도 많단다.
오전 10시 한글교실 시작을 알리자 지각생들 발걸음이 분주하다. 시미즈 등 일본 여성 3명이 결석이니 오늘 수업은 10여명이나 될까 했는데 모르는 얼굴들이 중간중간 들어온다.
영광에 산 지 10년이 넘었다는 나리코부터 서너달 되었다는 앨림까지 한국어 수준이 다양해도 함께 모이는 게 재미진 표정들이다.
선정씨의 강의가 시작되고 첫 시간에 내준 숙제를 칠판에 나와 쓰라고 하니 오팰리아 자신감 넘치게 썩 나서 자음, 모음을 써내려간다. 장난꾸러기 쟈넷은 10분 늦게 들어오면서도 큰 목소리로 인사를 멈추지 않는다. 쟈넷은 한국말도 꽤 잘해 이번 교육생 모으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음악만 나오면 댄스가 따라 나오는 사교성 좋은 친구인데 옆에 앉은 앨림과는 자매 사이란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동생 옆에서 필리핀어로, 영어로 통역하기 바쁘다. 쉬는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필리핀어, 영어, 일본어가 떠돌아다닌다. “쟈넷, 필리핀말 하지 말고 한국말로 해요”라며 정민씨 눈깔질(눈을 흘기다)하며 말려도 잠시뿐이다. 대안학교 영어교사로 백수 길룡리에 살게 된 셀레스티는 전담 도우미가 붙어줘야 한다. 우리 교실의 유일한 미국 여성인데 오늘 오시기로 한 수녀님 도우미가 안 보인다. 시계 배우기 시간인데 아쉬운 대로 나라도 옆에 앉아 더듬더듬 보디랭귀지로 설명할밖에…. 오늘 새 식구가 3명이나 늘었다. 늦게 소식을 접하고 염산, 대마, 고창 무장에서까지 나왔단다. 딱 보기에도 농사꾼 모습이 철철 흐른다. 한창 수업이 막바지로 가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높아진다. 엄마 따라 올망졸망 모인 아이들만 일곱, 간난쟁이 진성이는 내 품에 잠들었으니 여섯명의 또래 아이들은 교육실 앞 마룻바닥의 쿵쾅거림이 재미있는지 ‘우르르 쿵쾅’ 뛰어다니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정민씨 뛰어가 아이들 몰고 옆방으로 데려가보나 엄마들 교실이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제 엄마들 찾아 다시 교실은 수선스러워진다.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게임을 진행하는 경미씨도 한 손엔 아이를 안고 열심히 설명한다. 교실 안엔 격렬한 몸싸움과 긴장감, 웃음이 맴돌고 내 마음엔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온 당신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맴돈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선정씨의 강의가 시작되고 첫 시간에 내준 숙제를 칠판에 나와 쓰라고 하니 오팰리아 자신감 넘치게 썩 나서 자음, 모음을 써내려간다. 장난꾸러기 쟈넷은 10분 늦게 들어오면서도 큰 목소리로 인사를 멈추지 않는다. 쟈넷은 한국말도 꽤 잘해 이번 교육생 모으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음악만 나오면 댄스가 따라 나오는 사교성 좋은 친구인데 옆에 앉은 앨림과는 자매 사이란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동생 옆에서 필리핀어로, 영어로 통역하기 바쁘다. 쉬는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필리핀어, 영어, 일본어가 떠돌아다닌다. “쟈넷, 필리핀말 하지 말고 한국말로 해요”라며 정민씨 눈깔질(눈을 흘기다)하며 말려도 잠시뿐이다. 대안학교 영어교사로 백수 길룡리에 살게 된 셀레스티는 전담 도우미가 붙어줘야 한다. 우리 교실의 유일한 미국 여성인데 오늘 오시기로 한 수녀님 도우미가 안 보인다. 시계 배우기 시간인데 아쉬운 대로 나라도 옆에 앉아 더듬더듬 보디랭귀지로 설명할밖에…. 오늘 새 식구가 3명이나 늘었다. 늦게 소식을 접하고 염산, 대마, 고창 무장에서까지 나왔단다. 딱 보기에도 농사꾼 모습이 철철 흐른다. 한창 수업이 막바지로 가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높아진다. 엄마 따라 올망졸망 모인 아이들만 일곱, 간난쟁이 진성이는 내 품에 잠들었으니 여섯명의 또래 아이들은 교육실 앞 마룻바닥의 쿵쾅거림이 재미있는지 ‘우르르 쿵쾅’ 뛰어다니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정민씨 뛰어가 아이들 몰고 옆방으로 데려가보나 엄마들 교실이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제 엄마들 찾아 다시 교실은 수선스러워진다.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게임을 진행하는 경미씨도 한 손엔 아이를 안고 열심히 설명한다. 교실 안엔 격렬한 몸싸움과 긴장감, 웃음이 맴돌고 내 마음엔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온 당신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맴돈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