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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1-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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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

11월14~20일 서울 연세대 100주년기념관(www.resfest.co.kr, www.ticketpark.com)

1995년 샌프란시스코의 조그만 아트 갤러리에서 시작된 레스페스트는 디지털 영화를 모아 전 세계를 순회하는 독특한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개념과 실험을 보여주는 톡톡 튀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 세계의 관객과 만나는 매력 있는 영화제다. 한국에선 2000년부터 시작해 4회째인 올해 행사는 18개 부문에서 300여편의 장·단편 영화들을 상영한다.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디자인, 광고, 라이브 공연, 파티가 어우러지는 이 행사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홈페이지를 통해 꼼꼼한 선택이 필요하다.

‘상상력, 플러그 인’(Plug into your imagination)이란 구호를 외치는 이번 상영작 가운데 영화팬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패트리샤 아퀘트, 팀 로빈스가 주연한 <휴먼 네이처>의 감독 미셸 공드리의 초기 영화들과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즈 감독 특별전이다. 두 사람 모두 황당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구성으로 유명하며, 90년대의 대표적인 뮤직비디오 감독들이기도 하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미셸 공드리 특별전에서는 단편과 광고, 롤링스톤스·비욕·라디오헤드 등의 뮤직비디오 클립 등 25편을 볼 수 있다. 스파이크 존즈의 특별전에선 단편과 뮤직비디오 5편을 상영한다. <오아시스 비디오 댓 네버 해픈드>에선 스파이크 존즈가 영국 록그룹 오아시스의 발매되지 않은 곡을 들고 거리로 나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들어본다.

<은하철도 999>의 마쓰모토 레이지와 프랑스 테크노 듀오 대프트 펑크가 만나 영화와 음악의 교차점을 찾는 <인터스텔라 5555>도 흥미롭다. 레스페스트의 하이브리드 이미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우주에서 온 4명의 뮤지션이 사악한 매니저에게 납치당한다는 내용이다. 폐막작은 80년대 유명한 스케이트 보더였다가 살인죄로 30년 동안 복역 중인 마크 가터에 관한 보고서 <스톡트:스케이트 보더 ‘가터’의 진실>이다. 이 밖에 광고판에 저항하는 뮤직비디오 감독의 이야기 <백주 대낮의 강도>, 과소비의 극단을 보여주는 <룸 서비스>, 300편의 영화에서 잘라낸 6만5천개의 이미지를 모아 만든 애니메이션 <고속 영화> 등 야심작들이 많다. 한국영화는 김병우 감독의 사이버 펑크 스릴러 <아나 모픽> 등 55편이 상영된다.




춤 | 국립발레단의 트리플 빌

11월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588-7890, www.kballet.org)

‘트리플 빌’은 보통 20~50분 길이의 독립적인 세 작품을 한 공연에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장르다. 몇개의 막을 통해 긴 스토리를 전달하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이야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추상적인 몸의 움직임이 주된 현대 발레를 감상할 수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일찌감치 등장했다.

이번에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김긍수)이 ‘트리플 빌’로 내놓은 세 가지 메뉴는 조지 발란신의 <심포니 C장조>(Symphony in C)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달은 어디에>(Dov’e La Luna), 한국 전통혼례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맞춰 김긍수 예술감독이 안무한 <결혼>(Les Noces). 20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일컫는 조지 발란신(1904~83)의 <심포니 C장조>는 고전 발레에 기본 동작을 두되 줄거리는 없고 음악에 맞춘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신고전주의 발레 계열의 작품이다. 조르주 비제의 <교향곡 1번 다장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4악장마다 한쌍의 남녀 커플이 출연해 고난이도의 테크닉으로 즐거움과 침착함, 열정 등의 느낌을 표현한다. 모던 발레 <달은 어디에>는 흑백의 강렬한 명암 대비 속에 7명의 무용수가 몸에 숨겨진 빛과 그림자를 탐구하며 연속적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또한 한국 전통혼례의 떠들썩함을 살린 <결혼>은 스트라빈스키가 스스로 ‘노래와 음악이 있는 러시아의 춤’이라고 말한 <결혼>에 맞춰 안무한 작품이다.



클래식 | 레슬리 파나스 연주회

11월16일 오후 3시 서울 영산아트홀, 17일 오후 7시30분 전주 소리문화의전당(02-3665-4950)

미국 출신의 레슬리 파나스는 파블로 카잘스 등을 사사하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등 각종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빛낸 연주자다. 1992년 평양에서 열린 윤이상 음악제에 미국인 첼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초청을 받았으며 평양음악대학에서 첼로를 지도한 경험도 있다. 특히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악기인 고프릴러의 ‘로제티’로 연주해 첼로 연주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A장조 op. 69>, 슈만의 <환상곡 소품 op. 73>, 마르티누의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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