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인간이 영위하는 여러 학문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분야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미학은 누구나 몇 손가락 안에 꼽으리라 여겨진다. 무엇보다 미학의 대전제인 ‘미’, 곧 ‘아름다움’이란 개념부터 신비롭다. 우리 모두 경험하는 일이지만 인간의 감정에는 분명 아름다움과 그렇지 못함을 구별하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막상 그 기준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한다면 첫 단계부터 곧바로 장벽에 부딪힌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요소가 상당히 많다고 여겨지기는 한다. 그러나 여러 미묘한 요소들이 워낙 다양하게 얽힌 탓에 이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리스인들은 기하학의 창시자답게 인간의 미적 감각을 어떤 명확한 수치로 나타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황금비’(golden ratio)다. 그들은 이 비율을 “전체와 큰 부분의 비율이 큰 부분과 작은 부분의 비율과 같은 값”으로 규정했다. 수식으로는 “1:x = x:(1-x)”와 같이 간단하게 표현하고, 이를 풀면 비율은 2분의 (루트5-1)로 주어진다. 그 구체적인 값은 약 ‘0.61803…’이며, 실제로 수많은 건축물과 그림에서 이 값이 무수히 되풀이되어 나타난다. 이 점에서 보듯 황금비의 정의는 어떤 필연적인 논리적 분석을 거쳐서 얻은 것은 아니다. 직관적 감각이 깃들인 여러 미술작품들에서 추출된 경험적 비례를 정식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인간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이 황금비가 ‘절반’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연계의 대칭성으로부터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낀다. 나아가 이로부터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얼굴과 신체의 모습은 대표적인 예이며, 만일 사람의 좌우 모습에 균형이 허물어진다면 상당히 당황스런 느낌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즉, 이를 토대로 생각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황금비는 한가운데를 뜻하는 절반이 되어야 할 듯싶다.
그러나 이처럼 고도의 대칭성이 요구되는 곳 이외의 경우에는 비대칭의 황금비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건물이 놓인 모습, 사람이 앉아 있을 때의 자세, 각종 물건의 형상과 배치 상태 등에 은밀하게 숨어 있으면서 우리의 미적 감각을 자극한다. 대개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며, 대칭이나 황금비에 가까운 경우 아름다움과 함께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우리의 무의식에 새겨진 이 적정 비율을 벗어나면 차츰 불안해진다. 그러고는 어떻게든 본래의 안온한 균형을 찾아가려는 경향을 띤다.
요즘 우리의 정치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황금비가 직접 반영될 분야는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뭔가 고유의 균형이 파괴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황금비가 무리수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리수는 어떤 두 자연수의 비율로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그 정확한 값은 우리의 지적 한계를 초월하며 오직 감성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우리 정치계의 문제를 파헤칠 수 있는 한계까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가없는 궁극의 비례를 향하여 좀더 아름다운 미래의 균형을 정립해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유은주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