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농촌 일손이 빠르게 거두어진다.
2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하정남 원불교 교무님(영광여성의전화 공동대표)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농민회 식구들과 밥 한끼 먹기로 했다.
아직 마무리한 들일들이 남아 있어 하루짬 내기가 어려운지라 10월의 마지막 저녁 느지막이 약속을 잡았다.
“오메 영광에 여적 살아 있었소?”라는 말로 저간의 바빴던 마음을 대신하고 농사일 마친 순서대로 한두 사람씩 모여든다. 경채씨는 올해 총각무 좀 심었더니 중국에서 절인 배추며 김치까지 수입해 별 재미 없겠다며, 아직 중간상인들이 거래도 안 튼다고 걱정스런 눈치다.
우리나라 식당가는 이미 중국산 절인 배추로 점령당한 지 오래란다.
누에 치는 동안에는 살이 쪽 빠졌었는데 요즘 막바지 콩 타작한다는 농민회 회장님은 들어서자마자 중국산 쌀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중국은 3만원대부터 300만원대까지 다양한 쌀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놈들이 들어오면 우리 농업은 게임 끝이죠”라며 위기에 찬 농업 현실이 답답한지 한방 가득 한숨을 내어놓는다.
“우리가 찍은 대통령이 농업이 희생되더라고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농산물과 핸드폰을 바꾸자고 압박을 하지 않겠습니까? 정신없이 터지는 비자금 보도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연히 드러내주고 있지요. 저는 저 돈들이 농민들의 피고 목숨이란 생각이 듭니다. 농민들의 목숨과 맞바꾼 검은돈들이 정치인들의 배를 불리고 발목 잡힌 정치권은 재계의 요구에 입맛을 맞추고 죽이 맞아 돌아가는 거지요. FTA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낼 겁니다. 죽어도….” “미국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활동가, 농민들과의 세미나에 참석하던 중 이경해씨의 할복 소식을 듣고 모두가 침통했습니다. 한국에 나와서도 큰 빚을 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농업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스럽습니다”는 하정남 교무님의 말에 어제가 이경해 열사의 49재임을 떠올리며 11월19일 농민대회가 있음을 알려준다. “농업이 무너지는 것은 단지 고향이 피폐해진다는 감성 따위로 설명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사활이 걸린 일임을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는 영진씨의 말이 아니어도 농촌경제의 어려움을 말해 무엇하랴? 지난해 이맘때 농민대회에서 계란 세례까지 받아가며 농민의 자식임을 역설하고 농업 회생을 굳게 약속했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선 ‘농업이 다소 희생되더라도’라는 망발로 농업철학의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농업이 걸머진 길도 가시밭길이지만 가시덤불을 마다 않고 농민운동을 한길로 걸어나가는 농민운동가들의 개개인 삶이 더 이상 조롱당하지 말았으면 하는 한가닥 소망도 당치 않은 것일까? 산모퉁이 돌아갈 때마다 밤길 안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우리가 찍은 대통령이 농업이 희생되더라고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농산물과 핸드폰을 바꾸자고 압박을 하지 않겠습니까? 정신없이 터지는 비자금 보도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연히 드러내주고 있지요. 저는 저 돈들이 농민들의 피고 목숨이란 생각이 듭니다. 농민들의 목숨과 맞바꾼 검은돈들이 정치인들의 배를 불리고 발목 잡힌 정치권은 재계의 요구에 입맛을 맞추고 죽이 맞아 돌아가는 거지요. FTA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낼 겁니다. 죽어도….” “미국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활동가, 농민들과의 세미나에 참석하던 중 이경해씨의 할복 소식을 듣고 모두가 침통했습니다. 한국에 나와서도 큰 빚을 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농업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스럽습니다”는 하정남 교무님의 말에 어제가 이경해 열사의 49재임을 떠올리며 11월19일 농민대회가 있음을 알려준다. “농업이 무너지는 것은 단지 고향이 피폐해진다는 감성 따위로 설명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사활이 걸린 일임을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는 영진씨의 말이 아니어도 농촌경제의 어려움을 말해 무엇하랴? 지난해 이맘때 농민대회에서 계란 세례까지 받아가며 농민의 자식임을 역설하고 농업 회생을 굳게 약속했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선 ‘농업이 다소 희생되더라도’라는 망발로 농업철학의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농업이 걸머진 길도 가시밭길이지만 가시덤불을 마다 않고 농민운동을 한길로 걸어나가는 농민운동가들의 개개인 삶이 더 이상 조롱당하지 말았으면 하는 한가닥 소망도 당치 않은 것일까? 산모퉁이 돌아갈 때마다 밤길 안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