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개의 시선> 기획한 남규선 국가인권위 공보담당관]
국가인권위는 <여섯개의 시선>말고도 지난 여름에 인권 만화책 <십시일反>(창작과비평사 펴냄)을 냈었다. 박재동·손문상·유승하·이우일·이희재·장경섭·조남준·최호철·홍승우·홍윤표 등 만화가 10명이 그리고 쓴 이 만화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계층, 빈부격차, 노동, 교육,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표현하면서 통쾌하게 뒤집었다. ‘인권 예술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12월10일부터는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차별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도 출판한다. 올 연말께는 12명의 작가가 차별을 주제로 만든 포스터도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데 내년쯤 개봉할 예정이다.
이 많은 ‘예술작업’을 기획한 이는 남규선(40) 국가인권위 공보담당관, 여전히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총무’로 기억되는 그 남규선이다. 벽화와 걸개그림을 그리던 화가에서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1989년부터 10년 넘게 민가협 활동을 한 그는 “운동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이다. 인권콘서트의 상징이 된 ‘양심수의 밤’을 기획해 10년 넘게 무대를 마련했고, 95년 양심수 문제를 세상에 알린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보랏빛 수건>에 이어, 96년 ‘한창 잘나가던’ 여균동 감독을 무조건 찾아가 양심수 강용주씨의 어머니를 주연으로 한 영화 <외투>를 찍게 했고, 99년 여균동 감독, 배우 권해효가 함께 만든 <내 컴퓨터>를 거쳐 결국 <여섯개의 시선>으로 이어졌다. “민가협 활동을 하던 91~92년부터 인권이 딱딱한 개념이 아니고, 차별이 일상 속에 숨어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 훈계가 아닌 선입견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에 다가서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여섯개의 시선>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차별을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보자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았다.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저질렀다가 잘 안되면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무서웠다.” 그때 박광수 감독의 “어! 참 좋은 생각인데…” 하는 말에 힘을 얻었지만, 영화는 정말 여러 번 엎어질 위기를 넘겼다. 마음에 뒀던 감독을 아주 어렵게 소개받아 만나러 갔다가 거절당했을 때 집에 와서 펑펑 울기도 했다. “특히 전주영화제에서 이 영화 스태프들과 술을 마시다가 ‘한달에 70만원 받는데 전화통신비, 차비, 밥값 쓰면 돈이 하나도 없다’고 다들 항의할 때는 너무 죄스럽고 민망했다. 그렇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돈을 받거나 아예 자원봉사로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정말 열심히 해준 제작진들을 보며 한국 영화판의 저력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도대체 그는 이 많은 기획들을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일까. “‘돌국을 끓이는 방법’에 대한 우화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내게 신비한 돌이 있어 돌국을 끓여줄테니 도와달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야채도 가져오고 고기도 가져온다. 결국 신비한 돌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모아온 것들로 신비한 돌국을 끓여 함께 먹게 된다는.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면 아무 일도 못하지만 좋은 뜻이 있어 함께 십시일반으로 하다보면 불가능한 돌국도 끓일 수 있다. 민가협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이 생각을 하면서 버텨왔다.” <여섯개의 시선>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끓인 ‘인권의 돌국’인 셈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