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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손님 감기와 독한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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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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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 그냥 놔둬도 앓을 만큼 앓고는 저절로 낫는 게 감기다. 그래서 “감기는 의사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만이 그 치료법을 알고 있는 병이다”라거나 “감기는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를 따르면 한 열흘이면 낫고, 아무런 치료를 안 받아도 열흘이면 낫는 병이다”라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말도 주고받을 정도다. 그러나 “감기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무리한 행동을 취하거나 무시하면서 방치해두어서는 안 된다. 평범한 감기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폐렴과 같은 치명적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하고 중한 병이 마치 감기처럼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비록 감기 자체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한 병도 아니고 무슨 뾰족한 치료법도 없지만, 감기에 걸리면 마치 중병을 앓는 것처럼 자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감기 다스리기에 대한 지혜는 “감기가 찾아오시면 귀한 손님처럼 잘 모시라”는 것이다. “감기님 오셨습니까” 하는 기분으로 따뜻한 방에 모시는 게 좋다. 일단 탈수가 되지 않게 따끈한 차를 자주 대접해드리며, 마음을 편안히 갖고 며칠간 푹 쉬시게 하면 “잘 쉬었다 가노라” 하고 곧 떠난다. 만일 억지로 몰아내려 하면 감기는 발버둥치면서 더 안 나가기 일쑤다.

감기에는 일반 감기가 있고 독감도 있다. 독한 감기가 바로 독감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10년 내지 20년을 주기로 인간세계에 쳐들어온다. 어떤 때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한다. 1918년 대유행성 독감이 나돌 때는 전 세계적으로 2100만여명이 사망했다. 1957년 아시아 유행성 독감이나 1968년 홍콩 유행성 독감은 무서운 세력으로 인류를 공격했다. 이들 주요 유행성 독감은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시작했다. 이러한 독감의 근원지가 하필이면 이 지역이냐 하는 데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이 지역의 농작법이나 동물 사육법과 관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발표하고 있다.

유행성 독감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경향을 관찰해 다가올 겨울에 유행할 확률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 종류를 알아내고, 이에 대비한 예방접종(백신)을 개발한다. 이 과학적 예측이 적중해 미리 백신을 접종한 독감이 유행한다면 끄떡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엉뚱하게 다른 종류의 독감이 쳐들어오면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어쨌든 노약자들은 미리 예방주사를 맞아야 안심이 되고, 나름대로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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