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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평화의 힘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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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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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한국-베트남 어린이 글·그림 모은 <평화랑 뽀뽀해요>]

“거대한 ‘욕심’들이 티격태격 싸우면 사람들은 그것을 ‘전쟁’이라 부른데요. 나는 정말 전쟁이 싫어요.… 그래서 오늘은 평화라는 물과 사랑이라는 빵을 배부르게 실컷 먹어보고 싶어요. 나는 지금 몹시 배가 고파요. 나에게 평화와 사랑을 주세요.”(김혜진)

“나는 푸른 평화를 사랑해, 나의 조국 베트남을 사랑해, 새하얀 백로의 날개를 사랑해, 연초록 들판을 사랑해. 나는 한국도 사랑해. 우정의 나라, 그곳에도 전쟁이 없기를, 웃음소리 널리 퍼질 수 있도록.”(레 꽁 찌)

한국과 베트남 아이들의 마음이 글과 그림으로 만났다.

<평화랑 뽀뽀해요>(한겨레 아이들 펴냄)은 지난 가을 <한겨레21>이 주최한 ‘한국-베트남 어린이 문예대회’에 보내온 두 나라 어린이들의 글·그림을 모은 책이다. ‘한국 베트남 어린이 문예대회’는 <한겨레21> 독자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지어온 한-베 평화공원이 올해 1월 완공된 것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한국에서는 110개 초등학교 2천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시와 산문, 그림과 만화를 출품했고, 한국군이 주둔했고 평화공원이 세워진 푸옌성의 100여개 소학교에서 8836명이 함께했다.

이들의 할아버지 세대에 있었던 아픈 역사이지만 아이들에게 진실을 숨기는 것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풀 수 없다. 망각이 아닌 기억이 고통을 치유한다.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아이들은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인천의 초등학생은 베트남에서 한국에 와 아빠 공장에서 일하는 홍강 아저씨를 통해 베트남과 친해지면서 베트남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과 그들을 괴롭히는 한국인들에게 의문을 갖고, 베트남 용사로 베트공을 물리쳤지만 이제는 집안에 누워만 계신 할아버지를 보면서 “난 항상 이상했다. 평화를 위해 왜 싸워야 하는지…. 그냥 안 싸우면 저절로 평화로워질 텐데. 왜 총도 많이 만들고 탱크도 많이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핵무기라는 무시무시한 무기까지 만들어야 되는지, 난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베트남의 한 어린이는 아버지의 출장길에서 만난, 전쟁터에서 베트남 사람들을 죽였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덜기 위해 베트남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자상한 한국인 아저씨를 마음으로 용서한다.

“물론 평화를 노래한다고 평화가 오지는 않습니다. 전쟁을 증오한다고 전쟁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냉혹한 현실은 서투른 감상을 비웃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평화를 상상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키워줍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모아진다면 평화는 더욱 힘이 세어지지 않을까요?”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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