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우주에서 항성과 은하 형성의 씨앗 구실한 메가선·하이퍼노바의 흔적은 어디에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기원을 둘러싼 물음은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가장 큰 수수께끼들 중 하나일 것이다. 오늘날 우주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표준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빅뱅(bigbang)이론이다. 1940년대 후반 러시아 태생의 미국 과학자 조지 가모브는 프리드만이 제기한 팽창우주론을 기초로 우주가 물질과 온도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하나의 점과 같은 특이한(singular) 상태에서 시작돼 그뒤 팽창을 계속해서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 도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후 가모브의 주장은 1965년 당시 벨연구소에 근무하던 펜지아스와 윌슨의 우연한 발견에 의해 입증되었다. 가모브는 빅뱅이 일어난 순간에 방출된 높은 온도의 복사(輻射)가 우주탄생이라는 대사건의 흔적으로 오늘날까지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을 것이고, 그 복사의 온도는 절대온도 0도(섭씨 -273도)에서 겨우 몇도 정도 높은 아주 낮은 온도로 식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우연히 우주에서 날아오는 복사의 존재를 발견한 펜지아스와 윌슨은 그것이 가모브가 예견한 ‘우주배경복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빅뱅이론은 이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빅뱅 이후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우주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특히 항성과 은하와 같은 불규칙한 구조가 탄생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이 문제는 1990년대 초 조지 스무트 박사가 우주배경복사를 탐사하는 인공위성인 ‘코비’(COBE)를 통해 우주배경복사에 아주 작은 온도편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다. 이른바 항성과 은하가 형성될 수 있는 씨앗을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빅뱅이론을 보완해줄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메가선(megasun)과 하이퍼노바(hypernova)에 대한 가설이다.
최초의 항성은 초거대 질량의 괴물?
오늘날 우리가 가장 성능이 좋은 망원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일 큰 항성은 태양 질량의 100배 정도이다. 그리고 이론물리학자들은 항성의 크기가 그 이상이 되면 불안정해져서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항성의 크기가 커질수록 내부 복사에 의한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의 이사벨 바라페와 알렉스 헤거라는 두 과학자는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탄생 초기에 등장한 최초의 항성들이 지금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항성보다 훨씬 큰 괴물, 즉 초거대 질량 항성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가설에서 ‘메가선’이라고 불리는 이 항성의 질량은 무려 태양 질량의 300배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량이 큰 항성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초기 우주가 지금과는 달리 수소와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들 초기 항성들도 다른 원소들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탄소, 산소,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항성 내부에 있을 경우 항성 내부에서 복사를 반사시켜 압력을 크게 증가시키면 그 결과 항성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우슬리, 헤거, 그리고 프라이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거대한 항성들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그 모습을 재현해냈다. 모형에 따르면 최초의 거대 항성들은 빅뱅으로 생겨난 가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가스의 조성은 수소 76%와 헬륨 24%였다. 태어난 직후부터 이 항성은 수소, 질소, 산소가 일종의 촉매로 작용하는 이른바 CNO 사이클을 통해 수소를 원료삼아 핵융합을 일으켜 헬륨을 만들어냈다. 여기에서 필요한 질소와 산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엄청난 질량을 가진 이 초기 항성의 중심부에서 소량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거대한 항성이 내뿜는 빛은 태양의 1천만배 정도였다고 한다. 헤거는 “만약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알파켄타우리 위치에 이런 항성을 놓는다면, 우리 눈에 보름달보다 50배나 밝게 보일 정도”라고 말한다.
하이퍼노바와 은하간 물질의 수수께끼
이처럼 큰 항성이 수명을 다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성이 수소연료를 다 태우고 폭발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슈퍼노바, 즉 초신성(超新星)이라고 부른다. 별이 죽는 모습을 그렇게 부르는 까닭은 고대인들이 밤하늘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빛을 새로 별이 태어나는 것으로 해석해서 초신성이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가선의 죽음은 일반적인 항성의 최후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거기에는 하이퍼노바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하이퍼노바의 빛은 오늘날 관측가능한 초신성 폭발의 100배 이상, 또는 보통 크기 은하의 100배 이상 밝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하이퍼노바는 오늘날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무거운 금속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발견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현재 은하간 공간에서 발견되는 무거운 금속 원소들은 빅뱅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것보다 그 양이 많았고,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이퍼노바 가설은 한차례의 하이퍼노바 폭발로도 태양 질량의 50배나 되는 양의 철이 우주공간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외에도 태양 질량의 300배가량 되는 메가선이 하이퍼노바를 맞이할 때 은하 100억개 이상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메가선과 하이퍼노바가 오늘날까지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까? 과학자들은 과거에 빅뱅의 흔적을 발견했듯이 이들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허블우주망원경 NGST(Next Generation Space Telescope)이다. 물론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NGST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과학자는 그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하이퍼노바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김동광/ 과학평론가·과학세대 대표

(사진/태초의 우주에 다가서는 우주망원경. 차세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따라 록히다 마틴에서 개발하는 우주망원경 이미지)

(사진/허블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한 하이퍼노바로 추측되는 폭발모습)

(사진/하이퍼노바는 초신성폭발의 100배 이상의 빛을 낸다. 사진은 허블우주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