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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문/화/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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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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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요셉 보이스

11월14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02-735-8449)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1921~86)는 독일 현대미술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쳤으며 1960년대 플럭서스 운동을 통해 백남준과 교분을 나누기도 한 인물이다. 보이스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널리 알려진 일화다. 나치 공군에서 부조종사로 복무하던 중 러시아 상공에서 격추돼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순간, 한 타타르인이 가져다준 펠트천 담요와 기름덩어리 덕에 살아난다. 대지의 에너지와 샤머니즘적 힘을 통해 2차대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던 그에게 이 물건들은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JOSEPH BEUYS-THE SHAMAN AND THE STAG’, 곧 ‘샤먼과 수사슴’이다. 영매 샤먼은 나름의 몽환 상태에서 영적 세계를 방문했고 많은 경우 영적인 조수로 동물들을 데리고 다녔다. 보이스의 작품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남성을 의미하는 수사슴과 여성을 의미하는 산토끼다. 전시에는 설치작품 14점과 드로잉 40점이 출품된다. ‘3 Throwing Crosses with 2 Stopwatches’는 양쪽 팔을 없앤 십자가에 샤머니즘 또는 토템신앙을 상기시키는 원시적 형상의 이미지가 걸려 있는 것을 묘사한 작품. 구리와 펠트로 만든 ‘Dumb Box’는 산토끼의 무덤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보이스는 1946년까지 소련에 포로로 억류됐다 석방돼, 1947년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해 조각을 배운다. 1950년대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나뭇조각, 불에 탄 재료 등을 사용해 거친 표면을 강조하는 작품을 제작했고, 1960년대에는 구리, 나무, 펠트, 기름덩어리, 뼈, 꿀 등을 핵심 재료로 사용하는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1961년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 교수로 임명된 뒤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거나 환경운동에 가담하는 등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띠면서 활발한 퍼포먼스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1979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고 1982년 카셀도큐멘타에서 1천 그루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1986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클래식 | 양성원의 영감 시리즈

10월18일·11월15일·12월13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580-1300)

첼리스트 양성원이 색다른 무대로 관객들과 더욱 깊은 교감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야기 콘서트 ‘양성원의 영감(靈感)’ 시리즈. 흔히 마련되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에서 좀더 나아가 공연마다 모든 프로그램을 끝내고 전 출연자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공연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눈다. 10월18일 저녁 7시30분 첫 무대는 ‘내 영감의 원천, 바흐 & 하이든’을 주제로 ‘처음 첼로를 손에 쥐고 활을 켜는 순간 전념했던 바하’와 ‘더없이 좋은 친구로 옆에 있는 하이든’의 곡들을 연주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비롯해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D장조 BWV 1028>, 하이든의 초기 협주곡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첼로협주곡 제1번> 등을 들려준다. 양성원은 세 차례에 걸친 이번 시리즈에서 마흐에서부터 메시앙에 이르기까지 서양음악사를 두루 아우르면서 내게 영감의 근원이 된 핵심적인 곡을 들려줄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시 | 윤석남

10월17일~11월30일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02-2020-2055)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윤석남(64)씨가 개인전 ‘늘어나다’를 연다. 여느 작가들에 비해 늦은 나이인 마흔이 넘어 작업을 시작한 그는 나무판에 한국에서 어머니의 삶, 여성의 삶을 담은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열었다. 민중미술 담론이 무성하던 1980년대 초 ‘여성미술’을 화두로 끌어올려 충격을 던져줬으며, 90년대 미국 유학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세계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인상의 큰 특징은 길게 늘어난 팔이다. 이제까지 작업에서 웅크려진 형태로 보여졌던 여인상은 이제 가슴을 펴고 긴 팔을 내저으며 세상에 손을 내민다. 자신을 드러낼 듯 말듯 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품고 있는 외유내강형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 어머니들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표현한다.



연극 | 성인용 황금박쥐

11월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02-764-8760)

지하철 기관사인 왕기는 결혼 뒤 6년이 지났지만 아기가 없다. 그는 자신이 불임이며 남성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직장 사람들은 왕기의 소심함을 조롱할 뿐이다. 부적응과 소외로 고통받던 그는 어느 날 지하철 터널 안에서 황금박쥐를 만나게 되고 환상에 사로잡히면서 스스로를 황금박쥐라 믿기 시작한다. 황금박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는 내면에 숨겨져 있던 부조리한 성관념, 왜곡된 남성상을 그대로 표출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남성상과 개인을 강제하는 집단적 준거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으로 <카르멘> <이발사 박봉구> 등으로 잘 알려진 젊은 작가 고선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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