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중 하나가 늙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늙어가는 노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이론들이 제시되는데, 그 중 하나가 텔로미어 이론이다. 텔로미어(telomere)란 염색체 말단에 있는 소립자인데, 유전자의 복제를 도와준다. 세포는 오래되면 더 이상 수리되지 않고 죽어버린다. 그러면 우리 몸은 새 세포를 분열시키는데, 세포 한개가 두개가 되고 두개가 네개가 되는 식으로 죽은 세포를 보충한다. 그래서 세포의 총수는 항상 일정하다.
세포가 오래돼 늙으면 유전자 양 끝에 있는 특수 구조의 텔로미어라는 부분에 프라이머(primer)라는 기계 같은 것이 붙는다. 프라이머는 DNA 폴리메라아제(DNA 합성효소)라는 복제기 같은 것을 갖고 있는데, 이 복제기가 유전자를 복제한다. 이때 기계(프라이머)를 지탱하는 것이 텔로미어인데, 복제를 반복함에 따라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진다. 그래서 결국 텔로미어가 명을 다해 더 이상 복제할 수 없으면 그 세포는 대가 끊긴다. 그러니까 만약 태어날 때 텔로미어의 길이가 같다면 세포의 죽는 속도가 느린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고 말할 수 있다. 텔로미어가 길면 수명이 길고 텔로미어가 짧으면 수명도 짧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사람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다르다. 수명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타고난다는 뜻이다. 사람의 경우 대체로 50번 정도 분열하면 텔로미어가 없어져 더 이상 세포 분열을 하지 않는다.
산소에는 좋은 산소가 있는가 하면 활성산소라 불리는 나쁜 산소도 있다. 나쁜 산소는 우리 몸을 녹슬게 하고 늙게 만든다. 활성산소는 공기 중에 1~3% 정도 섞여 있지만, 심한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에서도 나온다. 젊을 때는 활성산소 분해 효소가 우리 몸에 많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나, 나이를 먹으면 활성산소 분해 효소가 잘 나오지 않는다. 몸 안에 활성산소가 축적되면 몸이 녹슬고 노쇠화를 촉진한다.
노화 이론 중에는 음식과 관계가 있는 것도 있다. 과식이 수명을 단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식한 동물이 과식한 동물보다 오래 사는 것을 증명한 동물실험이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어떤 이론으로 설명하든, 제대로 먹고, 제대로 운동하고, 제대로 잠자고, 제대로 호흡하고, 제대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하게 마련이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