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즐기는 발레 <고집쟁이 딸>과 <돈키호테>… 이 가을에 재미와 웃음으로 관객을 부른다
이 가을 발레작품 한편 안 보실래요?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갈까봐 싫으시다고요 지루할까봐 걱정되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부잣집에 시집 보내려는 부모와 반항하는 딸의 코믹한 이야기가 두편이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맘껏 웃으며 멋진 발레동작을 감상해보세요. 편집자
2003년 가을 시즌을 맞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미있는 발레, 웃음이 넘치는 발레 두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쉽고 유쾌한 소재의 이번 작품들은 가을맞이 가족나들이에도 적당하다. 우리나라의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 가을, 관객을 웃겨보겠다’는 야심에 찬 무대를 준비했다는데 얼마나 재미있을지 사뭇 기대가 크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잇따라 공연
사계절 중에서 봄을 결혼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사계절 모두, 시즌이 따로 없을 정도로 결혼하는 커플들을 볼 수 있다. 이 가을에도 공원마다 예비 신랑, 신부들이 야외 촬영하느라 분주한 터인데 예전처럼 연애결혼, 중매결혼을 따지던 시대도 지나고, 선을 통해 만났다고 해도 대부분 어느 정도 연애기간을 거쳐 사랑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공원을 즐비하게 메운 예비 신랑, 신부의 사진 찍는 폼들도 자연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고전 발레작품이 만들어지던 그 옛날에는 이런 결혼은 평민들에게나 해당되는 소리고, 귀족들은 대부분 정략결혼을 해야만 했다. 그러한 운명 탓인지 당시 귀족들은 요정이나 마법에 걸린 백조와 나누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소재로 한 발레작품을 보면서 가슴 찌릿한 감동을 즐겼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의 반대에도 사랑하는 애인과 결혼에 골인하는 평민들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을 보면서 유쾌한 웃음을 쏟아부으며 대리만족을 했는지도 모른다. 국내 발레단에 의해 처음 소개되는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10월10~13일·1588-7890)과 고전 발레의 진수를 보여줄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10월18~22일·02-2204-1041)도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멍청하고 못난 신랑감에게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지만 딸의 끈질긴 고집과 재치 있는 노력은 이를 피해 원하는 결혼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집쟁이 딸>은 1789년 혁명 직전의 프랑스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안무가 장 도베르발은 본래 <지푸라기 발레>라는 이름으로 농가의 풍경을 담는 데 초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다른 버전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버르장이 없는 딸’ 또는 ‘말괄량이 딸’이란 뜻의 제목이 붙여졌다.
전원 풍경에 산뜻한 사랑 이야기
도베르발은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다 농가의 모습이 담긴 판화를 보게 되는데 당시 귀족이나 요정의 이야기가 일색이었던 발레작품에서 벗어나 평민의 이야기를 갖고 좀더 관객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최초의 서민 발레는 2막 3장으로 꾸며진 가장 오래된 전막발레일 뿐 아니라, 이전의 작품들이 마임 반, 발레동작 반을 섞어서 작품 내용을 전달했다면 이 작품을 계기로 동작만으로도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발레사의 중요한 기점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사랑의 파드되(남녀 2인무)는 리본을 이용한 서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여성과 남성 군무는 신나고 경쾌한 템포로 진행된다. <신데렐라>의 못된 어머니 역할을 주로 남성 무용수가 맡는 것처럼 주인공 리즈의 어머니 역할도 남성 무용수가 변장하고 나오는데, 멍청한 부자와 우람한 어머니가 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번 무대에는 쿠바발레단의 필립 알롱소의 안무작을 올란드발레단의 객원안무가 사만타 던스터가 재구성한 버전을 올린다. 고집쟁이 딸 리즈 역에 김주원·홍정민·노보연, 리즈의 애인 역에 장운규·이종필·이원철, 리즈의 어머니 역에 신무섭·정현옥, 멍청한 부자 역에 김인경·김준범이 출연한다. 귀족의 화려한 생활과 장엄한 무대를 바탕으로 한 발레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농가의 친근감 넘치는 풍경과 산뜻한 사랑 이야기에서 발레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는 1743년 드 부와모르티에를 시작으로 수많은 안무가에 의해 발레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도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위스 프티파의 작품은 다양한 버전을 남겼고, 세계 각지에서 지금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로부터 ‘무대 전체가 파스텔톤으로 은은히 빛나는 하나의 작은 보석’이라는 격찬을 들은 바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알렉산더 고르스키 안무작을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새롭게 만든 작품으로 스페인의 열정과 숨 막히는 화려한 발레동작이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고전 발레의 진수… 유쾌한 해프닝들
소설과 달리 발레는 여관주인 로렌조가 딸 키트리를 멍청한 부자 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려 하지만 키트리와 연인인 이발사 바질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주인공 키트리가 보여주는 한 발로 32바퀴를 도는 푸에테 동작과 ‘투우사의 춤’과 ‘집시의 춤’에 나오는 박진감 넘치는 군무는 속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돈키호테와 산초판자 앞에 펼쳐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끊임없는 모험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희극발레의 진수를 보여준다. 총 80여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주인공 키트리 역에 김세연·황혜민과 함께 러시아 무소르그스키 오페라 발레단 솔리스트 옥사나 쿠체룩이 특별 초청되었으며, 키트리 애인 바질 역에 황재원·엄재용·김창기가 출연한다. 소설에서와는 달리 조역에 불과하긴 하지만 돈키호테가 보여주는 해프닝은 청명한 가을하늘만큼 순진하고 맑은, 즐거운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장인주 | 무용미학 박사 · 서울대학교 미학과 강사

사계절 중에서 봄을 결혼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사계절 모두, 시즌이 따로 없을 정도로 결혼하는 커플들을 볼 수 있다. 이 가을에도 공원마다 예비 신랑, 신부들이 야외 촬영하느라 분주한 터인데 예전처럼 연애결혼, 중매결혼을 따지던 시대도 지나고, 선을 통해 만났다고 해도 대부분 어느 정도 연애기간을 거쳐 사랑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공원을 즐비하게 메운 예비 신랑, 신부의 사진 찍는 폼들도 자연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고전 발레작품이 만들어지던 그 옛날에는 이런 결혼은 평민들에게나 해당되는 소리고, 귀족들은 대부분 정략결혼을 해야만 했다. 그러한 운명 탓인지 당시 귀족들은 요정이나 마법에 걸린 백조와 나누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소재로 한 발레작품을 보면서 가슴 찌릿한 감동을 즐겼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의 반대에도 사랑하는 애인과 결혼에 골인하는 평민들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을 보면서 유쾌한 웃음을 쏟아부으며 대리만족을 했는지도 모른다. 국내 발레단에 의해 처음 소개되는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10월10~13일·1588-7890)과 고전 발레의 진수를 보여줄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10월18~22일·02-2204-1041)도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멍청하고 못난 신랑감에게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지만 딸의 끈질긴 고집과 재치 있는 노력은 이를 피해 원하는 결혼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은 최초의 서민발레로, 동작만으로 내용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열정과 숨 막히는 화려한 발레동작으로 눈길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