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10년을 담은 <새벽을 깨우는 A4 한장>… 인권의 시각으로 풀어낸 세상 사는 이야기
“에바다 회의가 이제야 끝나서 지금부터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쩌지요” 에바다농아원 정상화 투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던 지난 6월의 어느 날, 밤 12시가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화요일 고정 코너인 ‘인권이야기’에 글을 보내주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의 전화였다. 각종 노동사건 변론은 물론 에바다 문제까지 일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이다. 지금 글을 시작한다니 꼼짝 않고 새벽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그래도 팩스신문의 마감은 계속됐다
올해 인권하루소식 편집장을 맡고 나서 새벽 3, 4시 퇴근은 기본이고 소파에서의 칼잠도 흔한 일이 되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기사가 늦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인권이야기 코너에 초청받은 외부 필자들이 마감시간을 늦추는 단골손님이다. 집회다, 회의다, 실태조사다 해서 인권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활동가들이 많은 까닭이다.
네이스(NEIS) 반대투쟁을 통해 알게 된 고3 선미는 수능시험을 코앞에 두고서도 청소년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열심히 보내주고 있다. 원고료 하나 없는 신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소중한 글들을 보내주는 이들이기에 밤을 새서라도 기꺼이 기다린다. 물론 2000년 고통의 땅 매향리를 다녀와 통한과 울분을 참지 못해 글을 보내온 곽노현 교수처럼 자진해서 인권하루소식의 지면을 빌려달라는 이도 있다.
인권하루소식의 초기에는 팩스신문만이 가지는 속보성이라는 특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그 특장은 이제 많이 퇴색했다. 대신에 인권전문 신문으로서 단순한 사건 전달이 아니라 인권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인권의제를 발굴해나가야 할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교묘하게 옷만 바꿔 입은 반인권 제도의 본질을 파헤치고, 빈곤 문제도 인권 문제임을 환기시키고, 끊임없이 출몰하는 국가주의의 망령에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자연스레 어느 보도기사 못지않게 발행처인 인권운동사랑방의 입장을 담은 ‘논평’과 참된 인권의 의미를 묻는 ‘인권이야기’ 코너가 그 무게를 더해 갔다. 날카로운 필체로 인권유린의 현장과 왜곡된 진실을 내리치고, 이 정도면 살 만한 세상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어주는 것이다.
“부산에서 27년간이나 집 밖으로 한번도 나와보지 못한 한 장애여성을 만나고 왔어요. 그녀를 두고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취재 도중 인연을 맺은 뒤 인권이야기 필진으로 초청받은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만나온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해주었다.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장애여성의 인권현실에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노동, 평화, 장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부 필진들은 특별한 깨우침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인권운동에 그 지평의 확장을 요구한다.
“저의 하찮은 재주가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주 인권만평을 그려주고 있는 이동수 화백 역시 인권하루소식의 든든한 지기다.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인간을 모략하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함께 자리잡은 그의 만평은 글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권하루소식은 비록 A4 두장짜리 작은 신문이지만, 그 한장한장에는 이렇게 많은 이들의 피땀이 묻어 있다. 이들 모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인권하루소식이 지난 10년의 격랑을 헤치며 ‘운동하는 신문’이 되기란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들의 소중한 글과 그림을 담은 단행본이 출간되어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을 듯하다. 총 161가지에 달하는 인권이야기와 인권만평이 실려 있는 <새벽을 깨우는 A4 한장>은 인권에 관한 마땅한 읽을거리나 교재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작은 신문, 큰 울림’이 있는 신문이 되고 싶은 인권하루소식에 실린 이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인권의 새벽을 함께 깨우자고 속삭인다.
배경내 | 인권하루소식 편집장

▷ 새벽을 깨우는 A4 한장의 속삭임을 들어보라. 팩스로 배달되는 인권하루 소식.
인권하루소식의 초기에는 팩스신문만이 가지는 속보성이라는 특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그 특장은 이제 많이 퇴색했다. 대신에 인권전문 신문으로서 단순한 사건 전달이 아니라 인권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인권의제를 발굴해나가야 할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교묘하게 옷만 바꿔 입은 반인권 제도의 본질을 파헤치고, 빈곤 문제도 인권 문제임을 환기시키고, 끊임없이 출몰하는 국가주의의 망령에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자연스레 어느 보도기사 못지않게 발행처인 인권운동사랑방의 입장을 담은 ‘논평’과 참된 인권의 의미를 묻는 ‘인권이야기’ 코너가 그 무게를 더해 갔다. 날카로운 필체로 인권유린의 현장과 왜곡된 진실을 내리치고, 이 정도면 살 만한 세상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어주는 것이다.

◁ 10년의 결실을 묶은 단행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