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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축제] 책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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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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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어린이책 한마당… 자연의 숨결 느끼며 책을 공연·놀이로 즐겨

파주 출판도시에서 어린이책 한마당이 열린다. 알싸한 공기 냄새를 맡으며 옥수수밭에서 책과 함께, 흙과 함께 놀 수 있는 잔치다. 책의 줄거리와 주인공을 공연과 놀이로 만날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면 하늘이 아찔할 만큼 푸르고 높다.

이럴 때 집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면 알싸한 공기 냄새를 맡으며 옥수수 밭에서 책과 함께, 흙과 함께 놀 수 있는 ‘어린이책 잔치’에 가보면 어떨까.

자연과 책의 만남… 5만여권 전시


임진강과 한강을 바라보고 심학산을 배경으로 26만평이 드넓게 펼쳐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서 10월10~19일 열리는 ‘2003 파주 어린이책 한마당’은 500개 어린이책 출판사와 출판단체가 참여하는 어린이책 축제다. 어린이책만을 위한 도서축제는 국내에서도 처음이지만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행사. 파주 어린이책한마당 운영위원회는 내년에는 중국, 일본의 출판 관계자들과 책을 초청하고 2008년부터는 국제적 축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2만여종, 5만여권의 어린이책이 전시되는 엄청난 책 잔치이기는 하지만, 이번 행사는 책보다 “자연과 놀자”고 제안한다. 자연 속에서 책과 함께 놀다보면 책은 열심히 읽거나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강맑실 운영위원장은 “어린이들이 책과 함께, 책 속으로 들어가 노는 것이 중심”이라며 “책이 어린이들의 생활 속에 살아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어린이들에게 책을 강요하지 않고 책과 함께 놀면서 책과 친구과 되고 정신과 생활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를 주자는 것, 어린이들이 자연을 통해 책을 알고 책을 통해 자연을 알아가면서 즐길 수 있도록 모든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사진/ 책과 공연예술이 만난다. 어린이들은 책에서 보았던 장면을 전시 · 공연에서 볼 수 있다.
주 전시관인 아시아정보문화센터 1관부터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돼 책과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행사임을 느낄 수 있다. 전시된 책을 어린이들이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여기저기 카펫을 깐 넓은 빈 터를 만들어두었고, 주제관에는 동식물·곤충·인체 등 자연과 관련된 도서를 디지털 자료와 함께 전시한다. 특별전시관에는 우종택씨 등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 5명의 밑그림에서부터 스케치, 완성본, 책 등 그림책이 완성되는 일목요연한 과정을 전시한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만화 속 주인공도 볼 수 있다.

기존의 대형 도서전들에선 대형 부스를 살 만한 출판사들이 거대한 부스를 차지하고 눈길을 끄는 동안 중소형 출판사들은 갈 곳이 없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운영위원회가 직접 책을 선정하고 부스를 나눠줘 국내의 중요한 어린이책을 거의 모두 전시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린이책이 4만여종인데 그 중 내실 있고 유익한 것만 골라 2만여종, 5만여권을 모은다.

이번 잔치는 15년 동안 출판계가 힘을 합쳐 공동체 도시로 만들어온 파주 출판도시가 일반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첫 자리이기도 하다.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드넓은 공터가 있는 파주 출판도시의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출판인과 독자가 벌이는 거대한 퍼포먼스다.

놀면서 학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자연 속에서 노는 자연학습, 체험학습, 놀이학습은 “야호” 소리를 지를 만큼 매혹적이다.

‘흙과 함께 놀아요’는 도시의 콘크리트에 가려진 흙을 어린이들에게 돌려주는 프로그램. 점토 밟기, 손발 모양찍기, 흙 높이 쌓기, 모양 만들기, 흙물로 그림 그리기 등 여섯개의 흙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그 마당 앞에는 흙과 관련된 책들을 전시한다. ‘옥수수밭에서 책을 읽어요’에서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창작동화와 그림책 12권을 원화와 함께 대형 액자로 제작해 옥수수밭에 만든 미로에 설치하고 어린이들이 미로를 따라가면서 읽어보도록 했다. 옥수수밭에서 산책하면서 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난 7월에 출판도시 안 1만평 공터에 옥수수를 심었고 지금은 아이들 어깨까지 올라올 정도로 옥수수가 자랐다.

사진/ 옥수수밭에서 책 읽는 아이들. 출판도시 1만여평의 공터에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책문화 한마당’에서는 책과 공연예술도 하나가 된다. 김회경 원작의 <똥벼락>을 극단 민들레에서 마당극으로 선보이고, 일산 어머니 인형극단 주먹이가 <보글보글 마법의 스프>와 <주먹이>를 그림자 인형극으로 공연하며, 예술기획 뮈토스가 <삐비 이야기>와 <이슬이의 첫 심부름> <짱둥이의 내 동생은 거북이> 등을 멀티 슬라이드로 보여준다. 피아노 마당에서는 <백구> <피터와 늑대> <호두까기 인형> <왜?> 등의 그림책을 피아노 연주, 슬라이드 상영, 구연을 곁들여 표현한다.

놀이 한마당도 빠질 수 없다. 참교육학부모회와 경기도 일산의 ‘여럿이 함께’ 같은 놀이연구모임에서 나와 공기놀이, 딱지치기, 고무줄, 투호, 사방치기, 쌍달팽이 등 우리 전통놀이 판을 벌인다. 자연놀이 행사에서는 질경이로 제기를 만들어 차고 손수건에 천연염색을 하고 천연재료로 비눗방울 놀이를 할 수 있다. 또 책을 읽고 주인공 얼굴을 나름대로 상상해 통나무 단면에 그리기도 하는데 그것들이 다 모이면 굉장한 작품이 된다. 버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음악 배워보기, 우리장단 익혀보기, 책을 통해 얻은 느낌과 생각을 표현한 작은 책 만들기도 할 수 있다.

책의 주인공들이 무대에 오른다

서예림, 조성룡 등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들과 함께 ‘몸과 공간’ ‘미로와 피라미드’ ‘재료와 공간’ ‘건축과 도시’ 등 우리 주변의 공간과 집짓기에 대해 배워보는 ‘집은 어떻게 짓나요’(참가신청 02-3443-5831)와 핀란드와 헝가리 등에서 온 해외작가 30여명의 대장장이 아트도 보고, 아이들이 직접 쇠붙이를 달궈서 나뭇잎, 책꽂이 받침 같은 것을 만들어보는 ‘대장장이와 놀아요’는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행사다.

파주 출판도시에 자리잡은 심학산과 샛강에 사는 생물을 살펴보는 탐사코스도 있다. 숲에 관한 책을 들고 숲 해설가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숲의 식물과 동물 등에 대해 알아보고 갈대 샛강의 생물들도 찾아본다. 원고에서 제본까지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견학하는 ‘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를 보고나면 아이들이 친한 친구가 된 책의 역사와 삶을 알게 되지 않을까.(www.pajucbf.com, 031-955-0006)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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