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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무엇을 볼 것인가] 거장의 신작이 궁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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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9-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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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 되면 ‘바다’와 ‘영화’에 가슴 설레며 부산행 차표를 예약하게 만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8번째를 맞아 60개 나라에서 온 244편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10월2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올해의 영화 축제는 해운대 메가박스 10개관을 메인 상영관으로 남포동 대영시네마 3개관, 부산극장 3개관, 수영만 야외상영관 등 총 17개관에서 펼쳐진다(www.piff.org, 051-747-3010).

▷ <도플갱어>
개막작은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 자신의 분신(도플갱어)과 만나는 한 중년 과학자의 이야기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첫 한국영화인 <아카시아>는 <여고괴담> 1편의 박기형 감독 작품, 아이를 입양한 한 중산층 가정의 추악한 내면을 파헤친 공포영화다. 개막작과 폐막작은 3년 만에 다시 해운대 수영요트경기장의 야외상영관에서 상영된다.

첫해부터 아시아 영화에 공을 들여온 영화제답게 ‘아시아 영화의 창’과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많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호금전의 <용문객잔>을 마지막으로 상영하고 내일이면 문을 닫는 복화극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대만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 기타노 다케시의 검객 영화 <자토이치> 등이 잘 알려진 감독의 영화인 데 비해 낯선 나라에서 온 ‘보물’을 발견할 기회도 많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가린 누그로호 감독은 <새 인간 이야기>에서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방의 독립운동을,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파키스탄의 사비하 수마르 감독은 <침묵의 물>에서 종교를 빌미로 일어나는 여성 억압을 들여다본다. 특히 ‘무지개를 기다리며: 아프가니스탄과 영화’ 특별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적 전통, 그곳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12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탈레반 정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장편 극영화이며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세디그 바르막 감독의 <오사마>,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오후 5시>, 마이클 윈터바텀의 <인 디스 월드>, 야스민 말렉 나스르의 <아프가니스탄, 잊혀진 진실> 등이다.

▷ <아카시아>
44개국 99편의 출품작을 모은 ‘월드 시네마’에서는 올해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피터 그리너웨이의 <털시 루퍼의 가방>, 미카엘 하네케의 <늑대의 시간>,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아버지와 아들> 등 거장들의 신작이 수두룩하다.

‘캐나다 영화 특별전’에서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시나리오상을 받은 드니 아르캉의 <야만적 침략>을 비롯해 가이 매딘의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아톰 에고이안의 <조정자>와 <패밀리 뷰잉>, 프랑수아 지라르의 <글렌 굴드에 대한 32편의 단편영화> 등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캐나다 영화를 대표하는 12편을 상영한다.

개봉 안 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제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린 홍기선 감독의 <선택>,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감독 데뷔작 <오구>,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 등이 상영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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