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도전 1000곡> 황제전에 올랐던 가수 문희옥… 노래방에서 ‘공부’하며 장르의 벽 허물어
휴일에 ‘테레비’를 껴안고 보내는 사람이라면 SBS <도전 1000곡>을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일요일 오전 채널을 <도전 1000곡>에 고정시키는 팬이라면 8월 말부터 시작해 추석 연휴 동안 진행된 ‘왕중왕전’ ‘황제전’을 놓쳤을 리 없다. 그리고 한국전쟁 때 피난지 부산 생활을 그린 박단마의 <슈샤인 보이>부터 god의 <0%>, NRG의 <나 어떡해>의 랩까지 구구절절 불러젖히던 문희옥도 기억할 것이다. 비록 추석 연휴 지나 9월21일 방영된 ‘황제전’ 4강전에서 어처구니없게도 트로트의 고전인 현인의 <꿈속의 사랑>을 틀리는 바람에 황제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보인 끊임없는 성실성은 시청자들의 가슴 한쪽에 여운을 남겨주었다.
놀라운 변신 보여주고 4강전 탈락
9월18일 서울 청담동의 기획사에서 만난 문희옥씨는 ‘펑키하게’ 부풀린 파마 머리와 사각형 각진 컬러 렌즈 안경으로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얼굴에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19살 때 <팔도사투리>로 데뷔해서 16년 가수생활을 했지만 사실 그동안 가요환경은 제가 활약할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랑의 거리> 등 몇곡의 히트곡을 터뜨리고 95년 결혼하면서 한동안 ‘잠수를 탔던’ 그는 지난해부터 변신을 꾀했다. “코디네이터에게 각서를 써줬어요. 헤어·메이크업 스타일을 할 때 내 의견은 고집하지 않고 코디네이터의 뜻대로 따르겠다고.” 스타일을 바꾸고 <하늘땅만큼>이란 신곡을 들고 나온 그에게 <가요무대>의 애청자들은 ‘웬 트로트 가수가 저러냐’고 시비를 걸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도전 1000곡>에서 시청자들에게 변신을 각인시켰다.
“<도전 1000곡>은 사실 가수들에게는 몹시 부담되는 위험한 자리예요.” 자기 노래야 주구장창 연습해서 부른다고 치지만, 말 그대로 가요 1000곡을 놓고 무작위로 걸려든 노래를 무조건 1절까지 불러야 딩동댕 벨이 울리니 노래실력이 고스란히 ‘뽀록’나고야 말기 때문이다. 트로트부터 발라드, 랩, 힙합 등 영 창법이 다른 노래들을 가사 한줄 틀리지 않고 노래의 색깔을 살려 부르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매회 탄생하는 ‘왕’ 8명이 모여 치르는 ‘왕중왕전’과 또 그 ‘왕중왕’들이 모여 ‘황제’를 가리는 자리는 보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아슬아슬한 긴장이 흐른다. 여하튼 이 어려운 자리에 소녀 시절부터 트로트 가수로 ‘찍혀 있던’ 문희옥이 장르를 초월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배반’한 장면이었다. 게다가 시종일관 ‘학생스런’ 모습은 마치 ‘가요 고시’라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가령 ‘왕중왕전’에서 젊고 예쁜 ‘슈가’ 소녀들과 맞붙었을 때,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가 흘러나오자 문희옥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 노래는 제가 미처 ‘공부’하지 못한 노래네요. 오늘 집에 가서 ‘공부’해야지.” <도전 1000곡>에 출연하기 위해 그는 지난 두달 동안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신곡 목록을 만들어 듣고 따라부르고 외우고 마지막엔 노래방에서 가사를 안 보고 뒤돌아서서 부르면 매니저가 일일이 확인했다. 무엇보다 노래반주기마다 가사가 달라 실수가 없으려면 <도전 1000곡>에서 쓰는 반주기로 최종 점검을 해야 했다. ‘황제전’ 4강전에서 그동안 여러 무대에서 수십번 불렀던 <꿈속의 사랑>을 놓친 것도 전날 밤 노래방에서 죽도록 연습하고 밤에 잠을 못 이루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친근한 누나·언니로서 젊은 애들한테도 사랑받는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변화가 계속 ‘진행 중’임을 조용하게 예고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10대들에 사랑받는 트로트 가수 되련다.” 10대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문희옥씨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박승화 기자)
“<도전 1000곡>은 사실 가수들에게는 몹시 부담되는 위험한 자리예요.” 자기 노래야 주구장창 연습해서 부른다고 치지만, 말 그대로 가요 1000곡을 놓고 무작위로 걸려든 노래를 무조건 1절까지 불러야 딩동댕 벨이 울리니 노래실력이 고스란히 ‘뽀록’나고야 말기 때문이다. 트로트부터 발라드, 랩, 힙합 등 영 창법이 다른 노래들을 가사 한줄 틀리지 않고 노래의 색깔을 살려 부르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매회 탄생하는 ‘왕’ 8명이 모여 치르는 ‘왕중왕전’과 또 그 ‘왕중왕’들이 모여 ‘황제’를 가리는 자리는 보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아슬아슬한 긴장이 흐른다. 여하튼 이 어려운 자리에 소녀 시절부터 트로트 가수로 ‘찍혀 있던’ 문희옥이 장르를 초월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배반’한 장면이었다. 게다가 시종일관 ‘학생스런’ 모습은 마치 ‘가요 고시’라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가령 ‘왕중왕전’에서 젊고 예쁜 ‘슈가’ 소녀들과 맞붙었을 때,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가 흘러나오자 문희옥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 노래는 제가 미처 ‘공부’하지 못한 노래네요. 오늘 집에 가서 ‘공부’해야지.” <도전 1000곡>에 출연하기 위해 그는 지난 두달 동안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신곡 목록을 만들어 듣고 따라부르고 외우고 마지막엔 노래방에서 가사를 안 보고 뒤돌아서서 부르면 매니저가 일일이 확인했다. 무엇보다 노래반주기마다 가사가 달라 실수가 없으려면 <도전 1000곡>에서 쓰는 반주기로 최종 점검을 해야 했다. ‘황제전’ 4강전에서 그동안 여러 무대에서 수십번 불렀던 <꿈속의 사랑>을 놓친 것도 전날 밤 노래방에서 죽도록 연습하고 밤에 잠을 못 이루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친근한 누나·언니로서 젊은 애들한테도 사랑받는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변화가 계속 ‘진행 중’임을 조용하게 예고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