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에 놀러오세요.”
동네방네 소문낸 탓인지 시골에선 한밤중인 밤 10시, 야심함을 뚫고 도착한 가마터에는 10여명의 낯익기도 혹은 낯설기도 한 여성들이 모여들었다(여기까지 읽고 혹 불가마 사우나 이야기로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나라에 몇 안 남아 있다는 장작가마에 불을 때는 3~4일 동안, 도공인 은오씨는 축제판을 벌일 듯 사람들을 모아들인다. 우리가 간 날은 3일째, 문외한의 눈에도 불땀이 꽤 안정적으로 보인다.
가부장문화는 곳곳에서 여성을 터부시 하는 관습을 전통이라 여기게끔 만들었다. 가마터 역시 ‘여성 터부’가 심한 곳이지만 백수읍 길룡리에 위치한 원불교 성지 가마터만은 예외다. 장작 패고, 그릇 만들고, 가마 속에 쟁이고, 불 때고, 꺼내고, 또다시 손질하는 도공이 여성이니 가마터 또한 그의 지인인 여성들로 그득하다.
TV에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아무도 얼씬 못 하게 하고 티끌만한 실수에도 아까운 도자기에 망치 세례를 하는 장면만 봐온 나로선 가마터 앞 여성들의 작은 잔치놀이가 기쁘고 재미있다.
모인 사람들도 4살짜리 은서부터 수녀님, 교무님까지, 사는 곳도 서울부터 목포, 광주, 영광 등 다양하다.
둘째아들도 촛대그릇 하나 빚어놓은지라 주인공처럼 졸음 겨운 눈 비비며 가마터를 지킨다.
10여명의 가마터 구경꾼들은 통닭이며 과일이며 제각각의 간식거리들을 챙겨 먹으며 일상의 이야기에 열을 내다가도 장작이 재로 스러져버린 빈 공간이 생기면 장작 한 개비씩 집어넣겠다고 벌떡벌떡 자리를 박찬다. 불 때는 24시간 동안 꼬박 가마터를 지켜야 한다. 특히 밤에 불조절을 잘해야 하기 때문에 밤새우기 일쑤라더니 가마터 앞 평상에는 이불과 모기향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 두세달에 한번씩 그릇을 구울 때마다 출산과 같은 산고를 치른다는 은오 도공은 늦은 밤까지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도 즐거움에 달떠보인다. “일반 서민들이 부담 갖지 않고 쓸 수 있는 생활자기를 만들고 싶어요. 버리긴 왜 버려요? 깨진 대로 굽은 대로 다 소용이 있어요.” 못 쓰게 된 것 하나라도 얻고 싶은 마음으로 어슬렁대던 발걸음들이 도공의 알뜰살뜰한 도자기 철학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여성들이 우글거려도 우리 가마에선 90% 이상 성공해요. 불 때는 건 정성과 기술이지 미신이 아니잖아요”라며 가마터 ‘여성 터부’를 일축한다. 오늘 새벽 가마터 옆구리 구멍에 불을 때는 장면이 장관이라는 말에 아쉬움 달래며 밤 12시까지 뭉치다가 잠든 아들놈 들쳐없고 집으로 철수할 수밖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접근 금지당했던 금녀의 땅 가마터에서의 밤유희가 독특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한결 느긋해진 마음까지 덤으로 얻어오니 가을밤 귀뚜리 소리는 왜 이리 큰지! 그릇 꺼내고 나면 가마터가 그대로 황토 찜질방이 된다는 말에 3일 뒤 땀복 챙겨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가을 밤길을 빠져나온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10여명의 가마터 구경꾼들은 통닭이며 과일이며 제각각의 간식거리들을 챙겨 먹으며 일상의 이야기에 열을 내다가도 장작이 재로 스러져버린 빈 공간이 생기면 장작 한 개비씩 집어넣겠다고 벌떡벌떡 자리를 박찬다. 불 때는 24시간 동안 꼬박 가마터를 지켜야 한다. 특히 밤에 불조절을 잘해야 하기 때문에 밤새우기 일쑤라더니 가마터 앞 평상에는 이불과 모기향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 두세달에 한번씩 그릇을 구울 때마다 출산과 같은 산고를 치른다는 은오 도공은 늦은 밤까지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도 즐거움에 달떠보인다. “일반 서민들이 부담 갖지 않고 쓸 수 있는 생활자기를 만들고 싶어요. 버리긴 왜 버려요? 깨진 대로 굽은 대로 다 소용이 있어요.” 못 쓰게 된 것 하나라도 얻고 싶은 마음으로 어슬렁대던 발걸음들이 도공의 알뜰살뜰한 도자기 철학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여성들이 우글거려도 우리 가마에선 90% 이상 성공해요. 불 때는 건 정성과 기술이지 미신이 아니잖아요”라며 가마터 ‘여성 터부’를 일축한다. 오늘 새벽 가마터 옆구리 구멍에 불을 때는 장면이 장관이라는 말에 아쉬움 달래며 밤 12시까지 뭉치다가 잠든 아들놈 들쳐없고 집으로 철수할 수밖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접근 금지당했던 금녀의 땅 가마터에서의 밤유희가 독특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한결 느긋해진 마음까지 덤으로 얻어오니 가을밤 귀뚜리 소리는 왜 이리 큰지! 그릇 꺼내고 나면 가마터가 그대로 황토 찜질방이 된다는 말에 3일 뒤 땀복 챙겨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가을 밤길을 빠져나온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