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 6만년 만에 지구에 가장 근접하는 보기 드문 우주쇼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8월 말부터 시작해서 약 한달간은 화성을 관찰할 최고의 기회라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치열한 관측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세계 각지의 거대한 천문대는 물론 대기권 밖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허블 망원경도 동원된다. 수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평생 다시 볼 수 없는 화성의 근접 영상을 관찰하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 그리고 아직 관측 장비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탓에 여러 과학기재 취급점에서는 오랫동안 재고로 쌓여왔던 망원경들이 빠르게 바닥나 간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 빅터 바이스코프는 한때 유럽핵연구센터(보통 ‘CERN’으로 잘 알려져 있다)의 소장을 지내는 등 소립자물리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다. 어릴 때 그는 천문학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눈치챈 아버지는 망원경을 사주었다. 15살이 된 해의 여름 페르세우스 별자리의 유성우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친구와 함께 높은 산으로 하이킹을 떠났다. 주위는 온통 새까만 어둠에 싸여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가운데 맑은 밤하늘에서는 수많은 별똥별이 꼬리를 물고 타올랐다가 사라져갔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등을 마주 대고 각각 하늘의 절반을 떠맡은 두 소년은 이렇게 뜬눈으로 감동의 밤을 보낸다.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관찰 결과를 글로 옮겨 그 지방의 작은 천문학 클럽에 보냈다. 그런데 이것이 높게 평가돼 그 클럽의 도움으로 <천문학 뉴스>라는 국가적 출판물에 실리게 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이 사건은 그로 하여금 평생의 길을 결정할 계기로 작용했으며, 이후 꾸준히 노력해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했다.
이처럼 흔히 볼 수 없는 현상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새로이 눈을 뜬다. 그리고 분명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과학은 도처에 깔려 있고 웅대한 규모의 우주쇼도 날마다 펼쳐진다. 아주 간단한 예로는, 아직도 따가운 한낮의 더위가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더위는 지구로부터 1억5천만km 떨어진 태양으로부터 전해오는 에너지 때문이다. 이 에너지의 엄청난 규모는 한 겨울의 모닥불을 떠올려보면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매서운 추위도 잠시 잊을 만하다. 그러나 모닥불로부터 몇 걸음만 물러나면 싸늘한 한기가 금세 몰려든다. 도대체 태양은 얼마나 큰 불덩어리기에 그 먼 거리에서도 이처럼 강한 더위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완연하다. 그 맑고 푸르고 드높은 창공도 찬란한 햇빛과 지구의 대기층이 어우러져 만드는 멋진 우주쇼다. 장엄한 일출과 불붙는 듯한 저녁 노을도 마찬가지다. 그 황홀한 광경을 보노라면 이곳이 평소에 계속 보아왔던 우리 지구인지 아니면 잠시 외계의 어느 별로 순간 이동을 통해 옮겨온 것인지 착각이 들 지경이다. 나아가 <푸른 하늘 은하수>나 <낮에 나온 반달>과 같은 동요 속에도 이런 신비가 담겨 있다.
화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번 쇼가 끝나면 그 감동에서 얻은 안목을 일상의 세계로 돌려 날마다 펼쳐지는 연속적인 우주쇼를 더욱 깊이 음미해보자.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유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