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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논술길라잡이] 글 (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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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9-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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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논제나 유의사항에 “완결된 글 한편으로 작성하라”는 말이 없다면, 제시문을 인용할 때, “글 (가)에서는”처럼 써도 됩니까? 제시문을 인용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완결된 글 한편이란 서론-본론-결론을 갖추어 논지를 전개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글만으로 자기가 말하려 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험생이 “(가)에서 지적하였듯이”라고 표현하면, 그 답안지와 글 (가)가 항상 같이 다녀야 답안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완결된’이란 지시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수험생 답안지만으로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출제자가 ‘완결된 글 한편’을 쓰라고 지시하였다면 답안지에 ‘글 (가)’ ‘글 (나)’ 같은 용어를 아예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가) 글이 소설인데 삭막한 인간관계 때문에 서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대화가 단절된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고 쳐봅시다.

예문 1. 우리 사회가 글 (가)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예문 2. 우리 사회가 글 (가)처럼 삭막하게 변할 것이다.


예문 3. 대화가 단절되면 우리 사회도 글 (가)처럼 인간관계가 삭막해지면서 사회구성원이 더욱더 소외를 느낄 것이다.

예문 4. 대화가 단절되면 우리 사회도 김○○이 ‘○○○’(소설 이름)에서 묘사한 것처럼 인간관계가 삭막해지면서 사회구성원이 더욱더 소외를 느낄 것이다.

‘예문 1’은 가장 흔한 사례인데, 글 (가)를 읽고 채점자도 자기 생각과 같다고 보고 수험생이 아무런 설명 없이 무심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출제자에게 채점 근거를 제공하지 않은 셈이지요. ‘예문 2’에서는 글 (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수험생이 ‘삭막’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간단해서, 뭔가를 말할 듯하다가 그냥 넘어가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예문 3’과 ‘예문 4’는 글 (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과관계를 수험생이 잘 요약해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 문장이 그 단락의 중심생각이라면 좀더 여러 문장을 뒷받침해 한 단락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예문 3’은 ‘다음 글에서 근거를 찾아’처럼 제시문을 이용하라는 지시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예문 4’는 ‘완결된’을 강조했을 때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특히 관점이 다른 글을 제시하고 비교하라고 할 때는 한 단락에 한 관점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본론 1단락에 공자를 정리하고, 본론 2단락에 맹자를 정리하는 식입니다. 자칫 본론 단락마다 ‘글 (가), 글 (나)’ 또는 ‘공자, 맹자’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여, 한 단락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쉽습니다.

한효석 | 한겨레 문화센터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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