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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만져주고 안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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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9-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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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최근 ‘접촉’(touching)이 하나의 치료법으로 자리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접촉이란 구체적으로 피부를 쓰다듬어주는 물리적 자극, 볼을 비벼대는 행위, 안아주고 업어주는 것, 엄마 젖꼭지를 물려주는 것 등을 말한다. 성인들의 경우에는 마사지, 입맞춤을 비롯한 육체적 애정 표시 등도 해당된다. 동양의학에서 사용하는 경락 마사지 요법도 일종의 접촉 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 특히 피부에는 물리적 자극에 예민한 이른바 생리적 ‘반응점’이 있는데, 이것이 경혈점이고 이러한 관계있는 반응점을 연결한 ‘반응선’이 경락이다. 경혈과 경락을 만져주거나 마사지해주면 우리 몸 속에 있는 ‘자연 치유력’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게 동양의학의 이론이다.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신생아실의 미숙아에게 자주 마사지를 해주면 마사지를 안 받은 아기보다 50%나 더 빨리 자라난다는 보고도 있다. 2차대전 때 고아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목숨을 잃은 것은 접촉 결핍증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원숭이 실험에서 접촉 결핍이 다른 감각의 결핍보다 뇌에 더 심한 손상을 주었다. 많이 안아주고 포옹하는 문화권에서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폭력이 비교적 적다.

50여년 전 옛 소련의 키를리안 부부 박사는 몸에서 발산되는 일종의 에너지를 사진으로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것을 요즘에는 ‘키를리안 사진술’이라고 한다.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모습이 제일 많이 관찰된다. 이 사진을 보면 마치 손가락 끝에서 광채가 나오는 것 같다. 광채가 강하게 나오는 사람의 손을 광채가 약한 사람에게 접촉하면, 약한 사람의 광채가 더 강해진 것처럼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접촉요법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좀더 축적되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제도권 의학계의 입장이다.

갓난아기가 혼자 떨어져 잔다든가, 고무젖꼭지만 혼자 빨며 자란다든가, 자동차 뒷좌석에 혼자 묶여 앉아 있다든가 하는 것은 어린이의 발달 성장 과정에 나쁜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게다가 정서 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하며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접촉 결핍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성인의 경우에도 접촉이 부족하면 사회적응 능력이 떨어지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우울증과 불감증에 시달리기 쉽고, 비정상적인 성행위에 빠지기 쉽다. 접촉 결핍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자주 서로 만져주고, 비벼주고, 포옹하자.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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