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들 축이씨요.” 법성면 월계 이장댁이 밤늦게 들이닥친 우리들에게 집에서 만든 아카시아차를 내민다. 5회째 맞는 농촌여성문화축제를 위해 법성월산리 마을여성들과 두 번째 만나는 자리다.
농업노동 속에 깃든 여성농민의 수고로움과 건강성을 문화로 풀어보고자 시도한 행사를 올해는 마을 속으로 들어가 여성농민과 재미난 놀이판을 만들어보자는 기획 의도다.
월산리가 4개 부락으로 구성된지라 첫 번째 회의 때 만나지 못한 월계·산아치 마을의 여성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마을분들과의 약속인 터라 시간약속 꼼꼼히 지키려고 화장동 부녀회장님, 봉정씨와 만나 월계 이장님댁에 도착하니, 영농회장님이 낯선 여자들 틈이 쑥스러웠는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이야기들 하씨요”라며 황급히 나간다.
일 끝나고 저녁상 물리는 시간인 저녁 8시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월계마을의 핵심인 성철이 엄마와 아전댁이 도통 오질 않는다. “오늘 10명 놉(일꾼) 얻어서 무시 솎았는디 낼까정 해야 항께 일꾼들 밥 준비 한다요. 산아치는 갑자기 읍에 갈 일이 생겼다고 여그서 시키는 대로 할란다고 안 허요”라며 두 마을 핵심여성들의 불참 이유를 밝힌다. 하는 수 없이 이장댁이 행사 당일 참으로 고구마나 삶자고 의견을 내고 돼지고기, 김치, 떡 등 손이 가지 않는 간단한 음식 장만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마을행사 때마다 음식부터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야 하는 마을여성들에게 ‘농촌여성문화축제’를 타이틀로 내걸은 행사에서조차 음식 부담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대충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월계에서 얼마 전 서울로 이사간 동네 아줌마가 부럽다는 이야기로 돌아간다. “서울은 하루 일 나가문 돈 벌어온디, 우린 일년 내내 쎄가 빠지게 일을 혀도 빚이나 안 지면 다행이제”라며 농촌살이의 힘겨움을 토해낸다. “긍께 올해는 농사 한나도 못 건지게 생겼당게. 포도시(겨우) 나락이나 건져야 할 턴디, 비가 짜락짜락 와싼게 나락도 얼매나 먹을(수확)랑가 모르제“라며 이장댁과 부녀회장은 말을 맞추며 한숨짓는다.
“월계에선 젊은 여자들은 웬만하믄 다 일다니요. 농사일만 쳐다볼 수 없응께 법성으로 굴비 엮으러 다니고, 영광읍 식당이나 병원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많응께 동네일 볼라믄 나설 사람이 없당께”라며, 이장댁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요즘 추석 대목 앞이라 굴비 엮느라 새벽부터 나가나본디 우리도 거그나 댕겨볼까?”라는 부녀회장님 농에 씁쓸히들 웃을 수밖에…. “집의 애기들은 다 나갔소?” “큰놈은 며칠 전에 제대했고 작은놈은 대학 댕기고, 고등학생인 막둥이만 델꼬 있제. 큰놈도 이제 복학해야 한디. 이렇게 벌어서 어찌 감당할랑가 모르겄소.” 이장댁의 걱정스런 소리에 5일 뒤면 큰아들이 제대하면서 2학기 복학하는데 돈덩어리라는 양계장댁의 근심까지 보태지고 보니 2주 전에 큰아들 군대 보낸 부녀회장님은 그래도 여유로워보인다. “집이는 뭣할라고 서울애기가 여그까정 와서 고생하고 사냐”는 이장댁의 일성에 “그놈의 콩깍지에 씌워 여그까정 왔제”라는 부녀회장님의 고운 대거리가 오래토록 남는다. 촌동네 아짐들의 저녁 수다는 귀뚜라미 소리에 치받치며 밤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저물어만 간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월계에선 젊은 여자들은 웬만하믄 다 일다니요. 농사일만 쳐다볼 수 없응께 법성으로 굴비 엮으러 다니고, 영광읍 식당이나 병원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많응께 동네일 볼라믄 나설 사람이 없당께”라며, 이장댁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요즘 추석 대목 앞이라 굴비 엮느라 새벽부터 나가나본디 우리도 거그나 댕겨볼까?”라는 부녀회장님 농에 씁쓸히들 웃을 수밖에…. “집의 애기들은 다 나갔소?” “큰놈은 며칠 전에 제대했고 작은놈은 대학 댕기고, 고등학생인 막둥이만 델꼬 있제. 큰놈도 이제 복학해야 한디. 이렇게 벌어서 어찌 감당할랑가 모르겄소.” 이장댁의 걱정스런 소리에 5일 뒤면 큰아들이 제대하면서 2학기 복학하는데 돈덩어리라는 양계장댁의 근심까지 보태지고 보니 2주 전에 큰아들 군대 보낸 부녀회장님은 그래도 여유로워보인다. “집이는 뭣할라고 서울애기가 여그까정 와서 고생하고 사냐”는 이장댁의 일성에 “그놈의 콩깍지에 씌워 여그까정 왔제”라는 부녀회장님의 고운 대거리가 오래토록 남는다. 촌동네 아짐들의 저녁 수다는 귀뚜라미 소리에 치받치며 밤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저물어만 간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