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와 함께 하는 예컨대 | 담뱃값 인상은 옳은가]
노옥성/ 광주고 2학년
얼마 전까지 방영되던 고 이주일씨의 금연 캠페인이 기억나는가? 생전에 하루에 2~3갑은 기본이라 할 정도로 애연가였던 이씨가 생의 마지막을 앞에 두고 외치던 나직한 목소리가 내 귀에는 가냘픈 노인의 비통에 찬 호소로 들리었다. 폐암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기조차 힘든 상태까지 되어서야 이제까지의 삶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된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담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된다.
금연열풍을 몰고 왔던 이 캠페인이 끝나고 흡연인구가 다시 늘어나는 지금,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흡연자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 채택을 계기로 담뱃값을 선진국의 30% 이상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내 담뱃값이 너무 저렴하여 금연정책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경쟁국의 2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 성인남자의 흡연율이 68%로 세계 최고수준인 점, 또한 남자 고교생의 흡연율이 35%에 달한다는 점 등이 저렴한 담뱃값과 관계 깊다는 것이다. 담뱃값을 올리면 금연효과가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보건국은 담뱃값을 10% 올리면 담배소비가 5% 정도 줄어들며, 특히 청소년층에서는 14%나 줄어든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뱃값을 2천원으로 올리면 32.6%의 사람이, 3천원으로 올릴 경우 44.5%의 사람이 담배를 끊겠다는 의사를 밝힌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담뱃값을 올려 금연을 하게 되면 서민의 경제적인 부담도 줄고, 건강도 지키지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긴다는 게 담뱃값 인상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원점으로 돌아가서 과연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싼 것일까? 절대적인 가격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담뱃값은 분명 싼 편이다. 하지만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과 ‘세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선진국과 비슷하다. 또한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금연효과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담뱃값이 인상될 때마다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는 휘발유 가격 인상이 과연 자동차 운행량을 줄였는가 여부와 같다. 한국담배공사도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정책은 일시적 감소효과밖에 거두지 못하는, 이른바 ‘요요현상’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올 들어서 지난 6월 말까지 담배 판매량은 22억9600만갑으로 이보다 값이 저렴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억9200만갑에 비해 4.7%나 증가하였다.
또한 가격 상승폭이 1천원에서 2천원 정도 된다면 과연 품질 면에서 외산 담배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까 올 초 금연열풍과 담뱃값 인상 여파로 국산담배의 판매량은 급감한 반면 외산담배 판매는 되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산, 외산 담뱃값이 일제히 200원가량 오르면서 중저가 중심의 국산담배는 판매에 큰 타격을 받은 반면 고가 중심으로 비교적 고정적인 수요층이 형성돼 있는 외산담배는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금연열풍에 휩싸인 40대가 주로 애용하는 담배가 국산인 반면, 20~30대가 외산담배를 애용하는 것도 외산담배 판매 증가를 부추긴 요인이다. 하지만 제조독점 폐지로 외산담배 공장이 국내에 잇따라 설립되는 이 시기에 국산 담뱃값이 일제히 인상될 경우 중저가로 고객을 확보하였던 국산담배가 외산담배와의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무리한 가격조정으로 담배 밀수가 성행할 수도 있다.
유럽의 예를 들어보자.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19일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담뱃세를 올리면서 밀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EU가 회원국들의 담뱃세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면 더 심해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 신문은 EU 회원국의 담뱃세는 담배 판매가의 평균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9년까지 담뱃세를 현재 수준보다 적어도 59% 더 올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비회원국인 체코, 헝가리에서의 값싼 담배가 밀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라고 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곤 장담 못 할 일이다.
2007년까지 담뱃값을 3천원 인상할 경우 청소년 범죄의 증가 또한 무시 못 할 문제이다. 무리한 담뱃세 인상이 청소년 범죄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즉 경제력이 취약한 청소년들이 담배를 사서 피우기가 힘들어질 경우 학교 폭력, 강도, 절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소지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흡연자의 권익 신장에 의해서다. 우리나라는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의 10% 이상을 간접세에다가, 그것도 특정 항목 조세인 담뱃세에 의존한다. 담배 팔아서 지방재정 확충하고, 국민건강 증진시키고, 청소년 교육시키는 대한민국에서 흡연자도 배려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담배가 하루아침에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대책 없이 값만 올리는 것은 흡연자들에게 있어선 ‘정부가 세금 못 걷어 환장했다’고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걸 정부도 알아야 한다. 애연가들은 말한다. “요즘 같은 짜증나는 세상에 흡연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인데 담뱃값을 올린다면 서민들이 무슨 낙으로 살며, 또 서민들의 부담 증가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냐”고 말이다.
우리나라 담뱃세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민소득을 감안하자면 비슷한 수준이라 한다. 담뱃값이 비슷한 수준이라 할 때 선진국이 우리보다 흡연율이 낮은 이유는 정부가 앞장서서 담배를 ‘건강의 적’으로 규정하고 금연정책을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도 무작정 담뱃값 인상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담배 광고 규제부터 시작해서 금연 프로그램의 현대화, 다양화를 추구해야한다. 적극적인 금연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걱정한다면 좀더 금연정책에 투자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래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담뱃세를 인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칭찬과 아쉬움 ‘담뱃값 인상’을 주제로 찬반 양론을 펼친 이번주 예컨대에는 어느 때보다 논리정연한 글이 많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흡연예방 교육 등 다른 금연 대책에는 소홀하면서 담뱃값 인상이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흡연률을 낮추려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또한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했다. 여러 개의 글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광주고 2학년 노옥성 학생의 글이 이번주 논술글로 뽑혔다. 인상적인 글머리로 눈길을 끈 포항여고 박소영 학생,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도미노 효과를 염려한 인하대 부속고 전해준 학생 등의 글이 탄탄한 구성과 구체적 논거로 마지막까지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고 김상하 학생은 청소년 흡연율 감소 등을 근거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글을 차분한 논리로 정리했다. 다만, 학생들의 글이 비슷비슷한 근거와 논리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대부분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가?(대부분 회의적 또는 부작용 지적)→한국의 담뱃값이 과연 싼가?→1인당 국민소득(GNP) 대비 각국의 담배가격을 제시하며 ‘싸지 않다’고 주장→물가인상과 청소년 범죄의 양산을 우려→정부가 금연 캠페인 등 다른 대책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흡연자들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마무리(여기에 일부 학생들은 건강증진기금의 사용 내역이 불분명한 점 등을 덧붙임).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차분한 논리로 글을 풀어갔으나 독창적인 사고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노옥성 학생의 글은 이런 틀을 따르면서도 논리 구성력이 가장 돋보였다. 우선 노군은 담배값 인상 논리를 제시한 다음 바로 이를 반박하는 근거들을 제시해 글의 긴장감을 살리고, 논점을 알기 쉽게 전하는 효과를 거뒀다. 논술글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대립 구도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글을 풀어가는 편이 읽는 사람에게 명확한 인상을 준다. 글 마지막 부분에 흡연자들의 권리를 다른 학생들에 비해 구체적으로 덧붙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노군 글의 또 다른 강점은 외국의 사례와 구체적 수치를 근거로 담뱃값 인상의 효과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특히 담뱃값 인상이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음을 ‘요요현상’이라는 단어로 요약한 것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간결하고 적확한 비유와 인용은 글의 설득력을 한층 높여준다.

일러스트레이션 | 장광석
칭찬과 아쉬움 ‘담뱃값 인상’을 주제로 찬반 양론을 펼친 이번주 예컨대에는 어느 때보다 논리정연한 글이 많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흡연예방 교육 등 다른 금연 대책에는 소홀하면서 담뱃값 인상이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흡연률을 낮추려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또한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했다. 여러 개의 글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광주고 2학년 노옥성 학생의 글이 이번주 논술글로 뽑혔다. 인상적인 글머리로 눈길을 끈 포항여고 박소영 학생,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도미노 효과를 염려한 인하대 부속고 전해준 학생 등의 글이 탄탄한 구성과 구체적 논거로 마지막까지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고 김상하 학생은 청소년 흡연율 감소 등을 근거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글을 차분한 논리로 정리했다. 다만, 학생들의 글이 비슷비슷한 근거와 논리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대부분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가?(대부분 회의적 또는 부작용 지적)→한국의 담뱃값이 과연 싼가?→1인당 국민소득(GNP) 대비 각국의 담배가격을 제시하며 ‘싸지 않다’고 주장→물가인상과 청소년 범죄의 양산을 우려→정부가 금연 캠페인 등 다른 대책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흡연자들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마무리(여기에 일부 학생들은 건강증진기금의 사용 내역이 불분명한 점 등을 덧붙임).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차분한 논리로 글을 풀어갔으나 독창적인 사고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노옥성 학생의 글은 이런 틀을 따르면서도 논리 구성력이 가장 돋보였다. 우선 노군은 담배값 인상 논리를 제시한 다음 바로 이를 반박하는 근거들을 제시해 글의 긴장감을 살리고, 논점을 알기 쉽게 전하는 효과를 거뒀다. 논술글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대립 구도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글을 풀어가는 편이 읽는 사람에게 명확한 인상을 준다. 글 마지막 부분에 흡연자들의 권리를 다른 학생들에 비해 구체적으로 덧붙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노군 글의 또 다른 강점은 외국의 사례와 구체적 수치를 근거로 담뱃값 인상의 효과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특히 담뱃값 인상이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음을 ‘요요현상’이라는 단어로 요약한 것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간결하고 적확한 비유와 인용은 글의 설득력을 한층 높여준다.









